일명 ‘밑이 빠지는 병’ 호르몬 및 운동요법 이후 수술 고려

▲ 가톨릭의대 김민정 교수가 일명 밑이 빠지는 병을 수술적 요법(복강경)으로 치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연령대가 임신, 출산을 전후한 20, 30대의 젊은 연령대위주일 것이라 예상하지만 부인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40·50대 환자가 산부인과 환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방광류, 직장류가 동반된 ‘골반장기탈출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4)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은 최근 인구의 고령화 현상으로 환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를 찾는 골반장기탈출증 환자도 2014년 443명, 2015명 488명, 2016년 570명으로 2년새 30%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이른바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데, 골반 안에 있는 자궁이나 방광, 직장 같은 장기가 정상위치에서 질벽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 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자궁이 빠지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지면 방광류, 직장이 빠지면 직장류라고 분류하며, 주로 중장년 여성에게서 발생하고 출산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 탈출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흔히 ‘밑이 빠질 거 같다’라든가 ‘덩어리가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다’는 말로 증상을 표현하며,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아래 골반이나 허리 통증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아침보다 오후에 심하고, 웃거나 재채기할 때 소변이 새는 경우가 있거나 출산 이후 부부관계 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방광류가 있는 경우에는 방광증상(배뇨장애, 빈뇨, 요폐색, 긴박뇨 등)이 있으며, 직장류가 있을 때는 직장증상(변비, 설사, 배변 후 시원하지 않은 느낌, 변실금)이 발생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환자의 연령, 삶의 질, 전신건강상태, 골반장기 탈출의 정도, 동반된 다른 병변 여부에 따라서 보존 요법 또는 수술적 요법을 이용하여 치료한다.

초기에는 국소여성호르몬 치료와 골반근육 강화 운동요법(케겔운동), 일상생활에서 골반장기탈출증 예방교육 등의 행동요법과 도너츠 모양의 실리콘 기구인 페서리(pessary)라는 질 안에 넣는 지지물을 삽입하는 방법을 시행한다.

페서리 삽입술이 실패하였거나, 신속한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수술을 원할 때, 요실금과 변실금 같은 동반된 탈출증의 증상이 있는 경우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한다. 수술은 증상을 개선시켜주고, 정상적인 해부구조로 다시 만들어주어, 요실금이나 변실금 같은 동반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

수술은 크게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복식, 골반경)과 질 쪽으로 접근하여 수술하는 방법(질식)이 있으며 자궁을 적출하지 않아도 수술은 가능하다. 고령인 경우에는 질폐쇄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재발이 잦은 질환으로 수술 후에도 많게는 약 40%까지 재발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기적인 검사와 병증을 고려한 맞춤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골반근육 강화운동을 통해 골반 장기를 지지해주는 근육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며, 복압이 상승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하여 변비를 예방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허리나 등이 아닌 다리근육을 사용하도록 하며, 만성기침을 잘 조절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민정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50%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를 힘들게 출산했거나, 3명 이상 다산한 경우, 4kg이상의 아이를 분만한 여성, 친정엄마가 골반장기탈출증이 있는 여성이라면 평소 골반강화운동 등을 통해 예방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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