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제도개선 공론화...임신주수별 인정기준 차별화·시술 전 숙려기간 도입 등 제안

의료계가 인공임신중절술 허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안했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낙태 찬반논쟁을 넘어, 법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과 의료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새누리당)과 공동으로 24일 국회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논란 해결책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의료계를 강타했던 '낙태 처벌 강화 논란'에 이어진 후속조치. 

앞서 정부는 비도덕 진료행위 처벌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인공임신중절술 처벌 수위 상향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와 여성계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행정처분 강화는 무산됐지만, 논란은 낙태 찬반론으로 옮겨붙었고, 이후 의료계 안팎에서 인공임신중절술의 허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 체계로 국민 모두가 혼란 속에 살고 있다"며 "입법미비로 산부인과의사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지우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토론회 제안 배경을 밝혔다.

의료계가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인공임신중절술 허용 범위 등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인공임신중절의 범위와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24일 '불법 인공임신중절술 논란 해결책 모색'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인공임신중절 허용범위 재검토 등 정책적 개선점을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낙태죄 폐지는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법, 제도,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임신중절 허용범위를 정한 현행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임신 주수별로 위법 적용 여부를 달리하거나, 인공임신중절 인정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과 독일의 경우 임신 초기(12주 이내)에 임신부의 동의 아래 의사가 실시하는 중절은 별도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경우에도 각각 임신 초기에는 본인이 요청한 경우에는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김 실장은 "임신초기에는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제한없이 허용하고, 임신중기에는 윤리적-의학적 적응사유를 고려해 그 허용여부를 검토하며, 임신 24주 이후에는 임산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등 임신 주수에 따라 요건을 달리 할 가능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의학적 적응사유나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 윤리적 사유, 그 밖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 전 숙려기간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경우 의무적 상담제도를 두어, 시술전 3~8일 가량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임신초기 중절술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낙태율은 우리나라보다 휠씬 낮다.

김형수 실장은 "인공임신중절을 원하거나 이미 수술한 여성에 대해 의료인이 상담과 교육, 치료 등 포괄적 관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 밖에 출산과 양육 지원 강화를 통해 여성이 사회-경제적 사유로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우향제 출산정책과장은 "연간 인공임신중절건수가 16만건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복지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과장은 "근본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마련해야 가야 할 것"이라며 "오늘 지적된 모자보건법 뿐 아니라 저출산 대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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