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진보적 연구환경 필요"

"기본적인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임상시험시장이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임상시험통보제(CTN) 등의 진보적인 제도전환과, BT산업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추진 등 정부차원의 명확하고 일관된 의지표명이 필요합니다."
 세계제약의학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Associations of Pharmaceutical Physicians, IFAPP)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퍼 알렌 회장(MSD 임상연구개발 담당 Executive Director)은 한국의 임상시험산업화에 있어 제도와 정책의 고삐를 쥐고 있는 정부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FAPP는 전세계적으로 분포돼 있는 각국 제약의학회들의 국제적 공론의 장 역할을 제공하는 대표격. 의학의 한 분야로서 제약의학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제고는 물론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학문발전에 기여해왔다.
전세계적으로 관련 기술과 전문성 및 지식을 강화해 제약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적절하고 유용한 의약품 사용으로 환자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미션이다. 특히, 제약의학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임상연구·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신약개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제약의학은 의약품이나 백신개발·연구·허가 및 마케팅을 비롯해 의약품의 규제과학과 안전성을 연구하는 의학의 한 전문분야로, 국내에서는 한국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학술담당 부사장)가 1995년 설립돼 활동중이다. 특히, 오는 9월 `제14차 세계제약의학회 학술대회(ICPM 2006)`가 서울서 개최돼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 제약의학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는 `아시아 임상시험 허브로` 신년특집에 이어 크리스토퍼 알렌 IFAPP 회장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서구 선진 제약사들이 바라보는 한국 임상시험시장의 경쟁력과 시장의 요구사항을 들어봤다.



 ▶임상시험 활성화가 가져다 주는 혜택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환자들은 혁신적인 신약으로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며 이 과정에서 보다 진보적이고 세밀한 질병관리를 제공받게 된다. 연구자들로서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단계에서 습득해 가장 앞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연구성과 발표 및 세계 의료계와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보다 폭넓은 학문교류의 장을 경험하게 된다. 연구기관 또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고, 임상시험 대행을 통한 재정적 수익으로 관련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득을 보게된다. 이는 곧 자국내 연구활동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상의 모든 혜택이 국제사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자국의 R&D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향후 시장의 성장 전망은?
 세계적 다국적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고, 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상시험이 혁신적 신약개발의 핵심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수요는 더욱 증가될 여지가 있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MSD 또한 심혈관계·암·당뇨병·비만·정신질환 등에서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등 질환예방은 물론 기존 의약품의 새로운 적응증 추가 등의 다양한 목적과 함께, MSD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참여자(환자)를 모집중인 임상시험은 84건이다. 임상시험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국립의료원(NIH) 산하 웹사이트(www.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2006년 1월 23일 현재 제약업계 지원하에 환자를 모집중인 임상시험 수는 639건에 달한다.

 ▶한국시장의 경쟁력은?
 최근 한국 규제당국이 취한 일련의 유연한 조치는 임상시험의 시간적 측면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다국가임상시험 참여도 현실화 됐다. 하지만, 의약품임상시험계획승인(IND) 제도의 질적 제고와 속도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추가사항이 요구된다. 현재 시행중인 IND 제도를 영국이나 호주와 같은 임상시험통보제(CTN)로 대체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임상시험 외주시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지만, 비용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시장과 견주어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다국가임상시험 참여가 제한된 수준이었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본다.
 아시아의 여타 국가들 또한 임상시험 외주시장으로서 각각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상시험 외주지를 선택할 때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환자모집의 용이성을 비롯해 여러가지 특수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임상시험시장으로서의 특·장점들을 살려,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정부 차원에서 임상시험산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다국적제약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정부가 강력한 연구환경 육성정책을 지속하고 전문교육 인력이 구비된 임상연구센터 개발을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약승인 관련 규제를 ICH 가이드라인과 같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약속에 맞춰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쳐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초 생명연구를 지원하고 강력한 임상연구 능력구축을 위한 환경조성에 전력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동북아시아 생명과학의 허브와 세계적 선도자가 되고자 하는 열정 또한 적극 지지한다. 한국정부가 이같은 열망을 성공으로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 제약사와의 파트너십과 제휴가 필요할 것이다. 생명공학 허브 달성의 전제가 되는 환경이 제약산업 선진화 및 번창에 필요한 환경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5가지 주요 조건을 제시해 본다.
 △효과적인 지적재산권 보호와 집행 △혁신이 보상받을 수 있는 가격구조·소비자 선택·경쟁에 기반한 시장 △기초 생명의학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심각한 질병관리에 필요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신약을 최대한 신속하게 승인함으로써 환자를 최우선시 하는 근거중심의 규제체계(evidenced-based regulatory system) △자유시장원리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투명한 사업환경.
 이상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제약산업이 최대한의 잠재적 역량을 발휘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경제적 복지에 기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또한 더 많은 해외자본의 직접투자를 장려하고 생명과학 분야가 한국인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산업화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세계제약의학회 학술대회가 올해 서울서 개최되는데?
 세계제약의학회 학술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Pharmaceutical Medicine, ICPM)는 2년마다 개최되는 전세계적 규모의 국제학술행사다. 이번 14차 대회(ICPM 2006, www.icpm2006.org)는 오는 9월 3~6일까지 나흘간 서울 쉐라톤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다. IFAPP와 한국제약의학회(Korean Society for Pharmaceutical Medicne, KSPM)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임상연구학회들과의 우호·협력관계를 증진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ICPM 학술대회인 만큼 이 지역에 임상연구와 제약의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전하고 관련 활동을 촉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Beyond the Horizon`을 주제로 임상시험과 더불어 e-trials·규제과학·약물경제학 등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귀중한 정보교류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9월 서울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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