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색전증에서도 수치 상승…"감별진단에 제한점 있어"

응급실에 찾아온 흉통환자들은 원인이 심근경색일 경우 최적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이에 임상에서는 흉통 원인을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혈액검사로 '트로포닌(troponin)'이라는 심장 관련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있다.그리고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트로포닌을 측정하는 검사가 더욱 강력해졌다. 혈액 속 미량의 트로포닌도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high-sensitivity troponin test)'가 개발되면서 기존 검사에서 놓쳤던 심근경색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하지만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 수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심근경색이라고 확진하기엔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임상에서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갖는 의미와 진단 시 주의점을 짚어봤다.<기획-상> 심근경색,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한 시간' 만에<기획-하> 트로포닌 수치 상승…확진 위해선 원인 확인 '필수'

트로포닌 수치만으로 확진?…"반드시 원인 확인 필요"

그렇다면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만으로 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한 원인을 반드시 확인한 후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균관의대 한주용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심근경색을 진단하려면 트로포닌 농도가 최소한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점과 함께 그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심근허혈이 원인으로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했을 때 심근경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심근경색 진단에 고감도 트로포닌 수치는 반드시 높아져야 하는 '필요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로 진단 내릴 수 있는 '충분조건'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경희의대 김수중 교수(경희대병원 심장내과)는 "혈중 트로포닌이 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뿐만 아니라 폐색전증, 심부전, 만성 신질환 등에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트로포닌이라는 바이오마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보단 증상을 포함한 환자의 임상상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의심된다면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와 더불어 심전도검사 그리고 또 다른 심근효소인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K-MB) 수치 역시 평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폐색전증 등 비관상동맥질환에서도 심근손상이 있으면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진단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2000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폐색전증 진단을 받은 환자 중 3분의 1에서 트로포닌 I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J Am Coll Cardiol 2000;36(5):1632-1636.).

중요한 점은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에게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질환으로 심근경색, 폐색전증, 대동맥 박리 등이 있는데, 심근경색과 폐색전증 모두에서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만으로는 감별이 어렵다.

김수중 교수는 "각각의 치료법이 서로 다르다 보니 가능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만으로 심근경색과 폐색전증을 구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단 감별진단 측면에서 제한점이 있지만 예후 측면에서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관상동맥질환 및 폐색전증 환자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부연했다. 

김수중 교수는 "폐색전증은 컴퓨터 단층촬영(CT) 및 심초음파 등을 이용해 진단할 수 있지만,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와 함께 진행하면 환자들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며 "최근 임상연구에서 고감도 트로포닌 수치의 상승은 폐색전증 후 단기 사망률 및 이환율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예후와의 관련성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에서도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CE 인증…"미국 FDA도 승인 전망"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만으로 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없지만, 진단율이 높고 예후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에서는 기존 검사를 대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관문인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에는 발목이 잡혀있다. 2013년에 hs-cTnI 검사, 2015년에 hs-cTnT 검사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지만 FDA에서는 아직 승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FDA가 심근경색 진단 검사법을 승인하는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에는 심장 생물표지자 진단법 승인이 대체로 유연했지만 그만큼 실제 임상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심장질환 분석법이 승인받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FDA 승인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대부분에서 좋은 결과를 입증했고, 유럽 승인을 받으면 FDA 승인까지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인제의대 도준형 교수(일산 백병원 순환기 내과)는 "FDA는 대체로 승인이 늦기 때문에 조만간 승인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주용 교수는 "FDA 승인이 될 것으로 보며, 향후 병원에서도 기존 트로포닌 검사를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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