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괴사 시작된 초기단계에도 쉽게 진단
"진단시간 단축시켜 치료 골든타임 지킬 수 있어"

응급실에 찾아온 흉통환자들은 원인이 심근경색일 경우 최적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이에 임상에서는 흉통 원인을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혈액검사로 '트로포닌(troponin)'이라는 심장 관련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있다.그리고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트로포닌을 측정하는 검사가 더욱 강력해졌다. 혈액 속 미량의 트로포닌도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high-sensitivity troponin test)'가 개발되면서 기존 검사에서 놓쳤던 심근경색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하지만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 수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심근경색이라고 확진하기엔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임상에서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갖는 의미와 진단 시 주의점을 짚어봤다.<기획-상> 심근경색,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한 시간' 만에<기획-하> 트로포닌 수치 상승…확진 위해선 원인 확인 '필수'

심근경색 바이오마커 '트로포닌'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트로포닌은 '심근경색의 바이오마커'라고 정의한다. 오직 심장에서만 발견되며 심근이 괴사하면 혈액으로 흘러나온다. 특히 괴사 범위가 넓을수록 혈액 내 트로포닌 양도 많아지므로 임상에서는 심근경색을 진단할 때 트로포닌 검사를 통해 수치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트로포닌은 심근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트로포닌-T(TnT), 트로포닌-I(TnI), 트로포닌-C(TnC)로 구성된다. 이 중 TnT와 TnI가 심근 특이성을 갖는다. 심근괴사가 없는 정상인에서는 TnT와 TnI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두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했을 때 심근경색으로 진단 내린다.

트로포닌의 임상적 유용성은 약 10년 전부터 인정받고 있다. 2007년 유럽심장학회(ESC)에서는 심근경색 진단 가이드라인 제2판을 통해 심근괴사를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서 트로포닌을 인정했다. 이어 2012년에는 기존 영상학적 검사에서 심장에 이상이 있으면서 트로포닌 수치 변화가 있어야만 심근경색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트로포닌 검사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높은 민감도로 '한 시간'이면 심근경색 진단 가능

심근경색 진단에 트로포닌 검사가 필수 검사로 자리 잡던 중 2010년 이후부터 극소량의 트로포닌도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개발돼 학계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기존 트로포닌 검사는 혈액 1mL당 최소 0.4ng을 감지했다면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혈액 1L당 0.2ng에서 5ng까지 극소량의 변화도 감지한다. 때문에 심근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한 초기단계에서도 심근경색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과거에는 혈관조영검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심근경색으로 진단하지 않았는데,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를 통해 기존 검사에서 놓쳤던 환자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인제의대 도준형 교수(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는 "기존 트로포닌 검사보다 민감도가 1000배 정도 높아 급성 흉통환자가 음성으로 판정됐다면 흉통 원인으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을 배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이전에 놓쳤던 심근경색 환자들을 찾아낼 확률이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심근경색 진단 시간을 단축시켜 치료 '골든타임'인 6시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조명받는다.

심근경색 시술이 한 시간씩 늦어질 때마다 사망률이 0.5~1%가량 증가하지만 증상 발현 후 한 시간 내에 시술하면 사망률은 50% 이상 낮아진다. 즉 심근경색은 촌각을 다투는 질환으로,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심근경색 진단 시간을 줄임으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2014년 ES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심근경색 진단 시간을 단축시켜 빠른 시간 내에 환자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TRAPID-AMI(High-Sensitivity Cardiac Troponin T Assay for Rapid Rule Out of Acute Myocardial Infarction) 연구에서는 TnT를 측정하는 고감도 트로포닌 T(hs-cTnT) 검사를 이용해서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원인을 파악해 한 시간 만에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rule-in) 또는 배제(rule-out)할 수 있었다.

기존 트로포닌 검사는 3~6시간 간격으로 검사가 필요했다면, hs-cTnT 검사는 기존 검사 시간을 대폭 단축시킴으로써 심근경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

다음 해인 2015년 ES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TnI를 측정하는 고감도 트로포닌 I(hs-cTnI) 검사가 바톤을 넘겨받았다. BACC(Biomarkers in Acute Cardiac Care) 연구에 따르면, hs-cTnI 검사로 심근경색 의심 환자를 심근경색으로 진단 내리기까지는 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정영훈 교수는 "이전 검사에서는 6시간에 한 번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한 시간으로도 질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 좋은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심근경색 치료까지 활용 범위 넓혀

이와 함께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임상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치료제인 보라팍사(vorapaxar)에 치료 반응이 우수한 환자들을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선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Clin Chem 2017;63(1):1-4.).

보라팍사는 심근경색 위험을 낮추는 약물로, 트롬빈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심장발작 또는 사망 등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 하지만 약 4.2%가 약물에 따른 중등도~중증 출혈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가 적합한 환자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과에 따르면 보라팍사 치료군 중 hs-cTnI 검사 수치가 26ng/L 초과한 환자들은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18.6%에 달했지만, 1.9ng/L 미만인 환자들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5%에 그쳤다. 즉 hs-cTnI 검사 수치가 1.9ng/L 미만인 환자들은 보라팍사 치료로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심전도 검사로 확인하는 운동 유발성 심근허혈도 hs-cTnI 검사로 확인 가능했다(Am Heart J 2016;173:8-17). 단일광자단층촬영(SPECT)과 관상동맥 조영술로 운동 유발성 심근허혈이 확인된 환자는 허혈이 없는 경우보다 hs-cTnI 수치가 운동 전·중·후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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