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환자 진료 의료기관·건보공단 “자포자기 심정”

 

어김없었다. 의료급여 지연지급 사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의료급여 지연지급으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들이 애를 먹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탈북자 등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진료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매년 예탁금이 부족해 지연지급 사태는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의료기관에 미지급된 의료급여비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현재까지 미지급금이 발생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의료급여 미지급금은 2010년 3348억원에서 2011년 6388억 급증했다. 

이후 2012년 6138억원, 2013년 1726억원, 2014년 834억원, 2015년 290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이처럼 의료급여 미지급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미지급금이 크게 늘면서 지난 2013년 의료급여 미지급 대란을 반복했다. 

▲ 의료급여 미지급금 발생 내역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의료급여 미지급금은 약 2690억원으로, 전년도 미지급금 290억원보다 약 10배 가까이 늘었다. 

건보공단은 의료급여 미지급금 급증의 원인으로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2015년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증가율은 6% 정도였던데 비해 2016년 증가율은 12.3%에 달했다.

건보공단 보험급여실 관계자는 “2015년에 비해 2016년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증가율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건보공단에 예탁하는 예탁금이 부족했고, 울산과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지연지급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에 대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 매년 반복되는 미지급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의 2017년 예산으로 4조 7467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2016년 추가경정예산 4조 8192억원보다 724억원(1.5%) 감소한 것. 

국회 예산정책처는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은 연례적 미지급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한 재정절감액 반영을 지양하고 정확한 추계를 통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연례행사처럼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발생, 다음연도 예산으로 이를 충당하거나 추경예산을 편성해 해소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산의 과소편성으로 전년도에 발생한 의료급여 미지급금을 당해연도 예산으로 충당해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연례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추경예산 편성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지급금 해소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개원가·건보공단 “자포자기”

이처럼 해마다 의료급여 진료비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곳은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연지급에 따른 이자 가산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의료기관들도 이제는 그려러니 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남의 한 개원의는 “6개월에서 1년까지 미지급됐던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진 편”이라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주지 않아 세금도 밀리고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되고, 복지부는 시정하겠다고 답하지만, 결국 고쳐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지연지급에 대한 이자를 가산해줄 것도 요청했지만, 정부는 꿈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에 병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면, 국민들이 잘 살게 돼서 의료급여 환자가 줄면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에 대한 예산이 더 생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못하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며 씁쓸해 했다. 

게다가 복지부로부터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진행하는 건보공단도 자포자기 심정은 마찬가지.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복지부와 논의해서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에 대한 예산을 추계, 제출하면 기획재정부는 이를 조정, 삭감하곤 한다”며 “매년 되돌아보면 기재부로부터 삭감된 예산만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추계한 예산을 반영해준다면 미지급 사태는 종결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저 기재부가 예산 삭감액을 지난해보다 줄여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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