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 속속 들여다보는 세상이 온다
의사 처방 속속 들여다보는 세상이 온다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7.01.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CT 거드는 EMR 분석 연구...처방패턴·치료목표 달성률 등 분석 가능
 

#모 대학병원에서 스타틴을 처방하는 진료과를 분석했더니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신경외과 순이었다. 이들 4개과가 전체 75%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타틴을 처음 처방하는 진료과는 내분비내과에서 가장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하는 진료과는 순환기내과라는 통계도 나왔다. 

#고강도의 스타틴을 주로 처방하는 진료과는 순환기내과이고 중강도 스타틴을 선호하는 진료과는 내분비내과다. 흉부외과는 주로 고강도의 스타틴을 처방하고 있었고 치료 목표 도달률도 높았다. 내분비내과는 중강도 스타틴을 처방하면서 치료 목표 도달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빅데이터에 관심 있는 임상의들이 EMR 자료를 이용해 약물 유효성과 안정성 등을 분석하는 행보가 빨라졌다.

EMR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약물이 경제성 평가에서 우수한지, 어떤 의사가 어떤 스타틴을 사용하고, 부작용이 얼마큼 생겼는지, 또 치료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왜 약물을 바꿨는지 등에 대한 세밀한 분석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중환자실 모니터링, 심폐소생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작위비교시험(RCT)연구가 아닌 EMR 자료를 이용한 연구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임상의들은 EMR 자료 분석이 RCT 연구와 같을 수 없지만 적어도 타당성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MR 데이터 연구 타당성 확인

1월 13일 서울대병원 유전체 정보의학 교육훈련센터 주최로  'EMR / Claims 빅데이터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실제 : EMR 청구자료' 세미나가 열렸다. 발표자로 참석한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EMR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가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타틴을 갖고 코호트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배제하는 등 순정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분석 결과 기존의 대규모 RCT 연구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며 "분석 결과 한두 가지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지만 N수가 커 결국 평균적으로 돌아간다. EMR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RCT만큼은 아니지만 타당성이 확실해 연구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스타틴을 처방받은 2만여 환자 사례를 EMR 자료를 이용해 스타틴의 약물 효과와 안전성, 진료패턴, 진료과별 편파 등을 분석한 대략적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김 교수는 "스타틴을 처방할 때 심혈관질환이 있을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NCEP-ATP III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상대적으로 고강도 스타틴을 처방해야 하지만 처방 패턴을 분석해 보니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 또 이에 따른 LDL-C의 목표도달률도 현저히 낮은 경우가 있었다"며 "일부 의사들이 약처방이 변경되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발표했다.   

또 "LDL 콜레스테롤 1mg/dL을 낮추는 데 어떤 스타틴이 더 효과적인지 비교했고, 그 결과도 나왔다. 또 어떤 의사가 목표 도달률이 높은지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의사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평가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MR, 순정데이터만 잘 모으면 좋은 연구 재료

전문가들은 EMR 자료를 활용했을 때 장점으로 △다듬어진 실제 데이터 △약물 부작용 등에 관한 시판후 조사 가능 △임상연구의 방향 제시 △ RCT로 할 수 없는 연구 가능 △ AI(인공지능)  기반 마련 등을 꼽는다. 

 

우선 EMR 자료는 접근하기 쉽고 모으기도 쉽다. 게다가 검증과 분석도 어렵지 않아 순정데이터만 잘 모은다면 좋은 연구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윤덕용 박사는 연구를 위해 케이스를 모을 때 진단명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 박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당뇨병을 어떻게 진단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며 "의사와 심평원의 진단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연구자마다 다르다면 모두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MR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는 RCT처럼 환경이나 약물을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CT 연구 방향성 제시에 유용

EMR 자료분석은 RCT 연구를 하기 전 방향성을 알아보는 측면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는 스타틴 치료 시 위험 대비 혜택이 우수한 환자들을 분류하고,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모든 환자는 고강도 스타틴 전략을 펼치도록 내세우고 있다. 단 고강도에 적합하지 않다면 중강도 스타틴 전략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을 모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분분했고, 이에 대한 EMR 자료 분석을 한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김헌성 교수는 "당시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는 고강도 스타틴 종류가 많지 않았고, 서양인에 비해 BMI가 낮은 상황이라 이 가이드라인의 국내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그래서 EMR 분석을 했더니 우리나라는 고강도 등 세 그룹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두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 낫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중강도 그룹이 두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이와 관련한 많은 RCT 연구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결과가 나오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디자인을 잘 하면 진행할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RCT 불가능했던 연구도 가능

EMR 데이터를 분석하면 RCT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연구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간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 250여 명에게 스타틴을 처방한 사례를 뽑아 분석했더니, 1~2명을 빼고 상태가 좋아졌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윤리나 IRB 통과 등의 문제로 RCT 연구에서는 불가능하지만 EMR 자료분석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N수가 적지만 케이스 연구는 가능하고, 간보호제 등을 투여하면서 임상연구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AI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EMR 자료 분석은 의미를 갖는다. 데이터가 많아지면 결국 예측 모델로 가야 의사도 살아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EMR 데이터를 갖고 기계적 알고리듬을 만든 것에 대한 결과는 믿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활성화되려면 전문인력 육성해야" 

여러 장점이 있지만 EMR 자료를 분석해 정보를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서울의대 김주한 교수(서울대병원 의료정보학)는 전문인력을 우선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에 의료 데이터를 다룰 수 있거나 데이터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병원에 데이터는 많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의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단순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R 자료를 분석하려면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통계와 EMR 자료분석은 전혀 다른 얘기라 새로운 알고리듬이 있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데이터 거버넌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병원에는 데이터가 많지만 그냥 쌓이는 것이고, 이를 조직적으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표준화 문제도 거론된다. 우리나라 병의원급 EMR 도입률은 92.1%에 달하지만, 의료용어뿐만 아니라 저장 방식과 유형이 기관마다 달라 유의미한 '클린(정제) 데이터'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덕용 박사는 "우리나라는 병원마다 정보가 다르다"며 "EMR 자료가 의미 있는 정보가 되려면 병원 간 자료의 표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간 정보 교류도 숙제…오딧세이 컨소시엄 가동

또 한 병원의 자료는 한정적이라서 많은 병원의 자료 공유화가 필요한데, 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내 일부 병원이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공통데이터모델(CDM) 오딧세이는 병원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분석 도구를 제공하고, 컨소시엄은 가입된 여러 병원에 분석 툴을 제공하며, 병원은 데이터를 적용해 결과 값을 취합해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윤덕용 박사는 "아주대병원은 의료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기존의 물리적 틀에서 벗어난 의료정보 관련 국제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며 "오딧세이 컨소시엄이 활성화되면 표준화된 데이터가 구축되고 이를 통해 의학에 관한 신뢰도와 발전속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