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늘면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급증 유병률 30% 추산
질환이냐 아니냐 논란도 있었지만 앞다퉈 치료제 개발

 

지방간질환(fatty liver disease)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성균관의대 조용균 교수팀(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이 지난 20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일반인 93만명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질환 진단을 받은 비율은 1990년 약 10%에서 2009년 32%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지금은 더 높아졌을 공산이 크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다. 원인에 따라 알코올 지방간질환(alcoholic fatty liver disease)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말 그대로 알코올이 주원인이다. 알코올이 대사와 에너지 변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간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것이다. 이 경우 알코올 섭취를 줄이지 않으면 지방간염, 간경화, 간암 순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반면 NAFLD는 유의한 알코올 섭취, 지방간을 초래하는 약물 복용, 동반된 다른 원인에 의한 간질환이 없는데도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에서 간지방 소견이 보이는 질환이다. 지방간질환 중 최근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질환도 바로 이 것이다.

NAFLD는 비알코올 지방간, 비알코올 지방간염, 비알코올 지방간연관 간경변까지 포함한다. 간내 지방 침착이 5% 이상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중 비알코올 지방간은 지방은 보이지만 간세포 손상은 없는 경우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은 지방소견과 더불어 염증소견이 있는 경우다. 때때로 섬유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지방간연관 간경변증은 가장 심각한 단계로 간이 점차 딱딱해진 간경변을 동반하는 상태다.

현재 국내 NAFLD 환자 유병률은 일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어 정확하지 않지만 대규모 단일기관 건강검진 수진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약 30%로 추산된다. 이 또한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NAFLD,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
 만성질환자 NAFLD 여부 반드시 확인"

이처럼 NAFLD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대사질환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를 분석하면 비만이거나,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허리둘레 90cm 초과, 중성지방 150mg/dL 이상, HDL 40mg/dL 미만, 공복혈당 100mg/dL 이상,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을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4가지 인자는 NAFLD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이며 특히 NASH 환자가 늘어나는 주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자별 인과관계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2010년 Gastroenterol Hepatol 저널에 따르면, NAFLD가 있으면 없는 군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배가량 높아졌다. 약 4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NAFLD 정도에 따라 제2형 당뇨병 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2013년 발표된  Hepatology에 따르면, 경도에서 9.8% 위험이 증가하는 반면 중등증-중증의 경우 17.8%로 두 배 가깝게 증가했다.

대사증후군 환자와 살이 찐 사람일수록 지방간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도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특히 NASH 환자들은 당뇨병, 지질이상,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이 정상간 환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나트륨 섭취와의 관계도 밝혀지면서 짜게 먹어도 NAFLD를 유발하는 등 지방간질환과의 연관성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NAFLD 환자는 그렇지 않은 군 대비 전반적인 사망률도 1.6배 더 높으며,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지방간 발생 위험도 2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조용균 교수는 "결국 NAFLD는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인슐린 저항성은 비만, 당뇨병과의 관계가 뚜렷하고, 여기에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지방간질환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NAFLD를 알코올 지방간질환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하는 이유는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다. 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술을 끊으면 좋아지지만 비알코올의 경우 여러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개선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부는 아니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염(NASH)의 일부 환자는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종 같은 말기 간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조 교수는 "비만, 당뇨병, 고령 환자 중 20~30%가 NAFLD로 진행되고, 여기서 10년이 지나면 10%가 NASH 또는 간경변 동반 NASH로 진행되며 이 중 2~3%가 간암으로 발전된다"며 "따라서 만성질환이 있으면 비알코올 지방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만성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검사는 제한적으로 시행…"비침습적 진단법 개발해야"

NAFLD는 조직학적 소견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환자가 지방간염 또는 섬유화를 동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현재까지 간 내 염증과 섬유화를 확인하는 기준검사는 간 조직검사다.

그러나 고비용, 침습성 및 합병증 발생의 위험, 판독의 오차 가능성과 채취된 적은 양의 간 조직으로 전체 간 상태를 대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비침습적인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3년 대한간학회가 낸 가이드라인도 영상의학 검사 중 초음파검사, CT, MRI, MRS는 간 내 지방량의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비알코올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염의 감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임상적으로 입증된 평가는 NAFLD 섬유화 점수(fibrosis score) 정도이며, 영상장비로는 Transient elastography(TE, Fibroscan) 및 Magnetic Resonance Elastography(MRE)다. 이 중  NAFLD 섬유화 점수는 생화학 표지자 패널 중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것으로 임상적 또는 생화학적으로 쉽게 측정되는 6개의 표지자(연령, BMI, 당뇨병/내당능이상의 유무, 혈소판 수, 알부민, AST/ALT 비)로 구성돼 있다. TE, MRE 등 영상검사는 고비용이 들고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조직검사는 NAFLD를 진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검사지만 명확한 적응증을 입증한 연구가 부족해, NAFLD에서 NASH 또는 진행된 간 섬유화가 의심되는 경우와 NAFLD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다른 만성 간질환의 동반을 배제할 수 없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

한양의대 전대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임상에서 문제되는 NASH는 아직까지 침습적인 간조직 생검 이외에 간내 지방간염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향후 비침습적인 진단방법을 통해 간내 염증 및 간내 섬유화 유무와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 줄이면 간 내 지방 확연히 줄어

NAFLD를 진단받았다고 해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 없다. 전 교수는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단순 지방간이 약물 치료까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검 이외에 다른 비침습적인 평가지표가 없다는 점도 꼽았다. 다른 질환과 달리 질병의 진행경과가 늦어 대규모 임상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한몫한다.

따라서 현재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처방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이 중 체중감량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를 종합하면 체중을 감량하면 간 내 지방이 확연히 줄어든다.

 

체중을 3% 정도 줄이면 지방증이 줄어들고, 5% 정도를 감량하면 간세포 풍선변성과 염증까지 없어진다. 7~10% 줄이면 NASH가 호전되고 10% 이상을 감량하면 섬유화도 개선된다.
따라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7~10%의 체중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저탄수화물 및 저과당의 식이요법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소 30분 이상의 운동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굳이 꼽는다면 고용량 비타민 E 제제와 피오글리타존 정도가 권고되지만 적당한 투여기간이나 용량 등이 확실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 시 암발생 논란도 있어 무작정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물은 아니다. 비만수술 등 외과적 수술도 권고되지 않는다.

우루사와 같은 간장제는 효과보다 환자들을 병원에 내원하도록 쓰는 수단인 경우가 많다.

신약 개발 활발…FXR 작용제, 유럽·미국 허가 대기 중

다행히 신약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담즙과 지질 대사(Bile & lipid)를 타깃으로 하는 계열, 대식세포인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케모케인(chemokine)을 타깃으로 하는 계열, 섬유화(fibrosis)를 타깃으로 하는 계열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담즙과 지질 대사를 타깃으로 하는 계열은 다시 관여경로에 따라 반합성 담즙산(semi-synthetic bile acid), PPARs(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s) 작용제, SCD1 경로(SCD1 Pathway) 차단제로 구분할 수 있고 각각 오베틱콜린산(Obeticholic acid), 엘라피브라놀(Elafibranor, GFT505), 아람콜(Aramchol)이 개발 중이다.

이 중 개발이 완료된 것은 FXR(Farnexoid X recept) 작용제인 OCA로, 위약 대비 간기능 개선효과를 입증했으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는 부작용이 걸림돌이다. 유럽과 미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PPAR 알파/델타(α/δ) 이중 작용제인 엘라피브라놀도 개발이 활발한데 임상 2상에서 초기 지방간 섬유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반면 진행성 간섬유화 동반환자에서 효과가 나타나면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아람콜도 현재 2상을 완료하면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케모케인을 타깃으로 하는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은 염증과 섬유화에 관여하는 CCR2와 CCR5 경로를 모두 차단하는 이중 기전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올해 미국간학회(AASLD)에서 공개된 2상 임상을 보면,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간기능 상태가 나쁜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나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섬유화를 타깃으로 하는 심투주맙(Simtuzumab, GS-6624)은 인간단일항체로서  LOXL2(lysyl oxidase-like-2)를 억제해 섬유화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현재 3개의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기전의 약물이 개발되고 있어 당분간 NALFD 치료제 개발 소식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전 교수는 "이전에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간내 지방 합성 단계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이 주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산화자극에 대한 세포의 생존을 증가시키거나 담즙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담즙산 수용체와 지방합성 억제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을 이용한 대규모 임상 3상이 진행 중인데, 이 결과에 따라 치료옵션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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