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주건·이상건 교수팀, 항LGI1 뇌염 환자 중 91%에서 동일 유전자형 확인

국내 연구팀이 기억상실이나 뇌전증 발작과 같은 심각한 뇌기능 손실을 일으키는 '자가면역뇌염'의 새로운 원인을 발견했다. 

서울의대 주건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와  이상건 교수팀(이순태 교수, 김태준 임상강사)이 뇌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람백혈구항원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항LGI1 뇌염 환자 중 약 91%에서 동일한 유전자형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이상건 교수(사진 오른쪽)

연구팀은 자가면역뇌염의 다수를 차지하는 항LGI1 및 항NMDA수용체 뇌염 환자의 사람백혈구항원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항LGI1 뇌염 환자 11명 중 10명의 환자가 모두 동일한 유전자형(HLA-DRB1*07:01-DQB1*02:02)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환자 91%가 갖고 있는 이 특정 유전자형은 일반 한국인의 12%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3차원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 특정 사람백혈구항원은 뇌에 있는 취약한 단백질인 LGI1을 인식해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백혈구항원인 HLA는 면역반응을 개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인체 외부 또는 내부에서 유래한 물질을 사람백혈구항원이 면역세포에 제시함으로써 면역반응 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십 종의 종류가 있어 혈액형보다 상세하게 그 사람을 구분해줄 수 있어 '유전자 지문'으로 불린다. 

또 장기이식에서 제공자와 수용자의 사람백혈구항원을 맞추면 거부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류머티즘, 강직성 척추증, 중증 근무력증, 제1형 당뇨병 등의 자가면역 질환과 관계가 있음이 알려졌다.

아울러 또 다른 자가면역뇌염인 항 NMDA수용체 뇌염은 환자 17명을 분석했지만 특정 유전자형과 관련이 없었다. 

이순태 교수는 "항LGI1 뇌염은 최근 진단기술이 개발된 신종 뇌질환이다.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가장 먼저 원인을 밝힌 것"이라며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기존 항체 진단방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동반된 종양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 자가면역뇌염(항LGI1 뇌염)에서 발견된 유전자형(HLA-DRB1*07:01)이 뇌에 있는 취약한 단백질(LGI1)을 인식하여 공격하도록 만드는 모식도. 원인 유전자형(HLA-DRB1*07:01) 안에 LGI1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 서열이 정확히 매칭되어 인식되고 있다.

주건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자가면역뇌염에 리툭시맵과 토실리주맵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며 "해당 유전자형으로 유발되는 병의 기전을 제어하는 치료법을 개발하여, 난치성뇌염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가면역뇌염은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진단을 위한 원인 항체 검사가 가능하다. 치료로는 면역글로불린, 리툭시맵, 토실리주맵등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치료효과는 우수하지만 자가면역뇌염에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 

연구팀은 항NMDA수용체 뇌염 등 다른 자가면역뇌염의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자가면역뇌염 치료제를 식약처 인증 받아 환자들에게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임상 연구도 계획 중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학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미국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됐고,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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