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적인 요양기관 세우는 게 꿈"

`마천동 슈바이처`는 서대원 원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턴 시절 진료 봉사를 위해 지체장애우 보호시설인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소망의 집`에 들른 것이 동기가 돼 10년 넘게 소망의 집과 청암노인요양원을 드나들며 100여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참인술을 통해 나눔의 철학을 실천해왔기에 얻은 별칭이다.
 `마천동 슈바이처`가 그 진면목을 발휘한 일화는 많다. 모처럼의 휴일, 음악회에 참석했던 서 원장은 심근경색 환자가 있다는 급한 연락을 받았다. 119구조대가 접근하기에는 힘든 지역이라 자신의 차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판단한 그는 공연관람을 중단하고 차를 몰아 지방공사 서울병원으로 환자를 후송,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휴일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소망의 집과 청암노인요양원을 먼저 들러, 환자들을 둘러본 후에야 출근하고, 매일 점심 시간을 줄여 왕진가방을 둘러메고 독거노인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돌보는 일은 특별한 일화도 아니다.
 이러다보니 그에겐 스토커 수준의 열성팬들이 많다. 우유 한팩, 과자 한 봉지를 통해서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는 소박한 환자들의 마음이 서 원장에겐 영양제나 다름없다.
 서 원장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활동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노인의료시스템이 그만큼 낙후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도 노인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 고령사회로 접어들면 병드는 노인은 많아지고 부양인구는 줄어들어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은 자명하다.
 서 원장은 "노인의료를 위한 인프라들이 준비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자본투자에는 인색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생기는 문제도 허다하다. 노인요양시설의 표준화 규격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설이 좋은데도 정작 환자는 방치되고 있다거나, 시설이 좋지 않은데도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거나, 특정 종교단체에 의해 환자가 걸러지는 등의 부작용을 그 예로 들면서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노인들의 사인을 보면 `위염`, `치매` 등 이해할 수 없는 원인들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본다"며 망자의 인권을 염려하기도 했다.
 "`효(孝)`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은 이제 위험하다. 핵가족화가 만연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는 노인이 소외받는 시대다. 최소한의 노인 인권을 보장하면서 사회와의 단절이 아닌 소통을 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서 원장은 의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안 중 하나로 도시 내 그린벨트 등에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설치해 가족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가족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그는 연금고갈 등의 문제에 대해 "복지세로 변환해 국세청에서 관할하게 하면 고갈 걱정을 안해도 될 것"이라고 말하고 노인의학도 통합의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국내제약사들이 R&D에 과감한 투자를 해 효과도 좋고 비용도 저렴한 국산약을 많이 개발해 대부분의 노인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줄 것을 당부했다.
 나눔도 정작 자신이 여유가 있어야만 베풀 수 있는 것. 하지만 서 원장은 "베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에 따른 보상이 따른다"면서 "의사는 환자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짓지 말아야 한다. 늘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볼 것"을 다짐하고 당부했다.
 끝으로 서 원장은 "앞으로 노인의료는 철학적, 경제적 논리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노인요양보험이 2007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소외된 이웃을 더욱 더 잘 보살필 수 있는 요양기관을 만들 것"이라며 뜻있는 사람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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