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C 오프라벨 용량 처방 시 표준용량보다 이상반응 위험 증가

학계의 갑론을박 중 하나인 '오프라벨(Off-label)' 처방의 안전성 문제가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에서 제기됐다.미국 유타대학교 의료과학센터 Benjamin A. Steinberg 교수팀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용량이 아닌 용량으로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할 경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입원율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J Am Coll Cardiol 2016;68(24):2597-2604.).이번 연구를 계기로 학계는 다시 오프라벨 처방의 편익과 위험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오프라벨 용량군, 표준용량군보다 예후 유의미하게 악화돼"

오프라벨이란 허가사항이 아닌 적응증·용량·투여경로 등에 대해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으로, 임상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합법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학계는 이익과 안전성 측면에서 오랫동안 논쟁을 펼쳐왔다.

먼저 실제 임상에서 다양한 오프라벨 적응증이 축적되면 환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적응증을 발견하는 속도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는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시간적인 간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 및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오프라벨 처방이 위험하다는 입장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후자에 힘을 실었다.

연구팀은 242곳에서 진행된 ORBIT-AF II 등록연구에 포함된 5783명 환자를 분석했다. 이들이 처방받은 NOAC은 리바록사반(rivaroxaban), 아픽사반(apixaban), 다비가트란(dabigatran)으로 각각 53.6%, 39%, 7.4%를 차지했다. 

환자들은 FDA 승인용량을 처방받은 군(표준용량군)과 이보다 적게(저용량군) 또는 많이 처방받은 군(고용량군)으로 분류됐다. 여기서 FDA 승인용량은 다른 위험요인이 없다면 다비가트란 150mg 1일 2회, 리바록사반 20mg 1일 1회 용법이며, 아픽사반은 환자가 △80세 이상 △60kg 이하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1.6mg/dL 중 0~1가지 해당된다면 5mg 1일 2회 처방한다. 

치료용량에 따라 환자들을 분류한 결과 △표준용량군 87% △저용량군 9.4% △고용량군 3.4%로, 8명 중 1명이 오프라벨 용량을 처방받았다.  

1년간 추적관찰한 최종 결과, 고용량군은 표준용량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91배 높았다(aHR 1.91; P=0.04). 이와 함께 저용량군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입원율 역시 표준용량군 대비 1.26배 증가해(aHR 1.26; P=0.007) 오프라벨 용량 처방 시 환자 예후가 악화됨을 입증했다.

고용량군 또는 저용량군의 특징을 살펴보면, 평균 나이가 각각 79세와 80세로 표준용량군 70세보다 고령이었고, 여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각각 48% 및 67% vs. 40%). 고령과 여성은 뇌졸중의 위험요인에 해당되기에, CHA2DS2-VASc 스코어도 표준용량군 대비 고용량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아울러 ORBIT 출혈 스코어는 저용량군이 표준용량군보다 의미 있게 높았다. 

즉 대규모 임상연구 및 하위군 분석 결과를 근거로 FDA가 NOAC 용량을 결정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들의 위험요인을 고려해 용량을 조정하고 있었다.

Steinberg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NOAC 오프라벨 용량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오프라벨 용량군의 예후가 표준용량군보다 유의미하게 악화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향후 이번 결과를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리얼월드 결과, 오프라벨 용량에서도 효과·안전성 입증"

반면 이번 결과만으로 오프라벨 용량이 위험하다고 평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에 발표된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승인용량 외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기 때문.

한양의대 박진규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지난해 발표된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동양인에서 NOAC 저용량으로도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하다고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에는 아시아인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향후 아시아인 대상의 오프라벨 용량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리얼월드 연구에 따르면,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은 아시아인에게 리바록사반 10~15mg 1일 1회, 다비가트란 110mg 1일 2회 투약 시 유의미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J Am Coll Cardiol 2016;68:1389-1401.). 

미국 유타대학교 약학대학 Daniel M. Witt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는 리얼월드에서 확인한 NOAC 오프라벨의 효과와 안전성을 과소평가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회고적 연구이면서 무작위 연구가 아니므로 연구가 의미를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용량군의 사망 원인이 출혈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고용량군의 사망 위험이 표준용량군보다 2배가량 높았지만, 주요 출혈 또는 출혈에 의한 입원 때문에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며 "연구 결과에서 고용량 투약에 따른 출혈 위험 증가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