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확인 앞서 자료제출 우선 방침...직원 청렴서약서 징구 내용도 신설

 

지난해 7월 안산 비뇨기과 원장 자살사고, 그리고 지난해 12월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사고까지.

강압적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제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제도로 인해 일선 개원의들의 자살사고로까지 이어지면서 두 제도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복지부와 심평원이 현지조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데 이어 건보공단이 3일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탐탁치 않은 모습이다. 되레 이번 SOP 개정안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SOP 개정안, 무엇이 담겼나

건보공단이 최근 발표한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SOP) 개선안은 ▲방문확인에 앞서 자료제출 우선 ▲현지확인 대상 제외기간 명시 ▲자료제출 요청 대상기간 명시 ▲건보공단 직원의 청렴서약서 징구 ▲방문확인 거부 또는 기피기관에 대한 조치 ▲요양기관 방문확인시 준수사항 ▲직원 의무 위반시 조치사항 등이 신설, 그 내용으로 담겼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요양급여비용 사후관리 업무절차에서 기존에 없던 요양기관 자료제출 이후 단계의 내용이 신설됐다. 

개선안에는 요양기관 자료제출 요청 단계에서 인력확인 등 현지확인이 필요하거나 거짓이나 위·변조된 자료의 제출 이력이 확인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자료제출 요청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요양기관 자료제출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뒀는데, 이 과정에서 ▲요양기관 제출자료를 확인한 결과, 부당청구가 확인된 경우 추가자료 제출 요청을 통한 확대확인 실시 ▲요양기관 제출 자료만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거나 거짓·조작된 자료로 확인된 경우 요양기관 방문확인 실시 등의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현행 SOP에는 없는 현지확인 선정 제외 대상도 명시했다. 

SOP 개정안에는 ▲최근 1년 이내에 현지조사 또는 방문확인을 실시한 기관 중 확인대상 기간이 직전 현지조사 또는 방문확인 대상기관과 중복되는 경우 ▲신규개설 등으로 확인대상기간(총 청구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등은 현지확인 선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만 민원신고, 편법개설 등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예외로 두면서 현지확인 필요성의 여지를 남겼다. 

▲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SOP) 전후 비교표.

자료제출 요청, 24개월까지 연장 가능

특히 이번 개선안에는 요양기관 자료제출 요청 기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SOP 개선안에 따르면 자료제출 요청 대상기간은 최초 3개월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요양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부당청구가 확인돼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추가로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추가자료 제출 요청 대상 기간은 기존 요청 대상기간을 제외하고 추가적으로 1차 3개월, 2차 6개월, 3차 24개월로 단계적으로 확대토록 했다. 

이와 함께 방문확인 전 자료제출 요청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요양기관 기준도 명시했다. 

우선 인력확인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현지확인이 필요한 경우, 부당청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 외부기관에서 방문확인을 의뢰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긴급하게 조사가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특히 해당 기준에는 거짓·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 중 증거인멸, 폐업 등의 우려가 있거나 거짓 또는 위·변조된 자료를 제출한 이력이 있는 경우도 명시했다. 

방문확인시 청렴서약서 징구 가능 

이번 SOP 개정안에는 방문확인을 나가는 건보공단 직원에 대한 청렴서약서 징구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SOP 개정안에는 지역본부장 또는 지사장은 요양기관 방문확인 업무와 관련 직원에 대해 최초 업무 분장 시와 이후 정기적으로 청렴서약서를 징구하도록 했다. 

아울러 요양기관 방문확인에 참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방문확인 관련 준수사항 ▲중점 확인내용 ▲청렴의무 ▲비밀유지 및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요양기관 방문확인을 진행할 때 지켜야 할 준수사항도 명시됐다. 

건보공단은 “요양기관 방문 시 요양기관 대표자에게 신분증을 제시, 직원임을 알리고 방문확인 담당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의 의무를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며 “의료인 진료권 보호를 위해 약속된 날짜에 요양기관을 방문하고, 환자의 안전보호를 위해 진료 중 또는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에게 질문 또는 확인이 필요한 경우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직원 의무를 위반할 경우 건보공단의 인사규정, 감사규정 등 해당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의료계 “바뀐게 뭔지...또 다른 문제될 것”

건보공단이 의료계의 숙원사업이었던 SOP 개정안을 내놨지만, 정작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건보공단이 문제가 될 부분들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충분히 만들어놨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지확인 선정 제외 대상을 SOP 개선안에서 명시했지만, 이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방문확인시 지켜야 할 준수사항 역시 건보공단의 직원이라면 준공무원으로서 과거부터 지켜왔어야 할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청렴서약서 징구에 대한 부분 역시 현지확인 업무를 최초로 맡은 직원과 그 이후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할 게 아니라 방문확인시 요양기관 대표자 앞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결국 건보공단의 자체적인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계는 자료제출을 우선키로 한 부분과 방문확인 전 자료제출 요청절차 생략 요양기관 기준 중 ‘개연성’을 문제 삼았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자료제출을 우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를 남발하게 될 것”이라며 “방문확인 전 자료제출 요청절차 생략 요양기관 기준 중 거짓·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 에 대한 내용도 보다 명백하고 구체화된 기준이 있었어야 했다. ‘개연성’이라는 단어 하나로 남발하고 악용될 소지를 남겨뒀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와 심평원의 현지조사제도 개선 당시 보건당국은 대대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나섰다”며 “이번 SOP 개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아마 개선사항, 변경사항 등 홍보거리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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