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 + 시로신고핀 병용 시 암세포 사멸 입증

항당뇨병제와 항고혈압제 병용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Science Advances 12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항당뇨병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과 항고혈압제인 시로신고핀(syrosingopine)을 병용할 경우 암세포의 세포예정사가 유도돼 암세포가 사멸했다.

전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처방되는 메트포르민은 혈당조절뿐만 아니라 대장암 예방(Lancet Oncol. 2016;17:475-483), 유방암 억제(Cancer Causes Control. 2016 Nov 10. [Epub ahead of print]) 효과가 확인돼 항암치료에서도 가능성이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트포르민 용량으로는 암을 충분히 치료하기엔 부족하고, 고용량 치료 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었다.

이에 스위스 바젤의대 Don Benjamin 교수팀은 메트포르민의 항암효과를 강화시킬 수 있는 약물을 조사했고, 그 결과 시로신고핀이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먼저 비만세포(mast cell) 실험을 통해 시로신고핀과 메트포르민 병용 여부에 따라 암세포 성장이 억제되는지를 분석했다. 실험에 사용된 메트포르민 농도는 4mM로, 이는 세포 성장에 최소 효과를 보인 농도다.

그 결과, 시로신고핀을 2.5μM, 5μM, 7.5μM, 10μM 투여했을 때에는 암세포 성장률이 80%를 초과했지만, 메트포르민과 병용 시 성장률이 10% 미만으로 급감했다. 즉 두 약물 병용으로 암세포 성장을 늦출 수 있었다.

이어 연구팀은 백혈병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생체 밖(ex vivo)에서 약물 효능 연구를 실시했다. 급성전환기를 경험한 백혈병 환자 15명의 혈액샘플에서 아세포를 추출해 메트포르민 5mM과 시로신고핀 5 μM을 투여했다.

최종 결과, 12명 환자 샘플에서는 두 약물의 병용으로 모든 암세포가 사멸됐고, 1명 샘플은 메트포르민 2.5mM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보였다.

이와 함께 간에 악성종양이 있는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두 약물을 병용 투여 시 종양결절(tumor nodules) 수가 감소했으며, 일부에서는 종양이 모두 사라졌다.

Benjamin 교수는 논문을 통해 "메트포르민과 시로신고핀 병용 시 종양세포 대부분이 사멸됐으며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아울러 건강한 기증자 세포 역시 두 약물치료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세포 사멸 효과는 오직 암세포에만 제한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암세포만 공격해 사멸하는 기전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한 가지 메커니즘을 내놓았다.

메트포르민은 혈당을 낮출 뿐만 아니라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에서 호흡연쇄(respiratory chain)를 막으며, 시로신고핀은 포도당 분해를 억제하기 때문에 결국 두 약제의 병용으로 세포의 에너지 전달 과정을 막는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대사과정이 활성화되면 암세포는 에너지 소비가 증가해도, 공급되는 에너지가 감소하기 때문에 외부 공격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Benjamin 교수는 "두 약물을 병용하면 암세포 증식에 굉장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계기로 향후 암 환자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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