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양 기관 이전 시작...원주 시대 열며 희비 교차

 

2015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주 동안 강원도 원주혁신도시로의 이사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원주 시대를 열었다. 

원주 시대를 연지 벌써 1년.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2016년 한 해를 되짚어보면 원주 이전 이후로 비급여 현황조사 업무를 갖고 오기 위한 양 기관의 혈투부터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과 현지조사 업무 개선 등 의료계와 밀접하게 맞물린 사업을 각각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올 한해를 들썩이게 했던 이슈들을 되돌아봤다. 

 

 

원주 시대 개막 알린 건보공단·심평원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지난해 12월부터 2주라는 시간 동안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도보 10분 거리로 인접한 거리에 이전한 양 기관은 건물 규모도 메가톤급. 

우선 건보공단은 부지면적 30만539m², 연면적 6만8060m²로 마포사옥 대비 각각 3.4배, 2배로 면적이 확 넓어졌다. 지하 2층 지상 27층 규모는 이전 둥지인 마포사옥보다 2배 정도 길어졌다.

심평원도 건보공단보다 조금 이른 시기 원주에 부지 23,140㎡, 건축연면적 61,469㎡, 지상 27층 지하 2층 규모의 신사옥을 마련하며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원주 시대 포문을 연 양 기관의 포부는 어땠을까? 양 기관은 원주로 이전하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공공기관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국제적인 건강도시를 선언한 원주의 이름에 걸맞게 지역발전은 물론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건강보험의 새로운 장을 원주에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심평원 손명세 원장 역시 “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세계적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며 “강원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 업무는 내 것일세”
간호·간병서비스-비급여 현황조사

올 한해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각자의 업무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포문을 연 기관은 건보공단. 건보공단은 지난 2015년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근거법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를 중점 추진사업으로 선정,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 추진에 나섰다. 

이에 2016년 10월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은 확대 추진 당시에 비해 참여기관 234개소, 참여병상수 1만 5579병상에 달해 2배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이른바 ‘대박’의 분위기를 탔다. 

건보공단은 “신규 참여 병원 유입은 물론 기존 참여 병원에서의 지속적인 병상 확대에 따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높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간호인력 운영체계도 안정화돼 업무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투입되는 간호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과제로 남겼다. 

지난 6월 심평원은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해 온 비급여 공개 업무를 보건복지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위탁받았다. 

비급여 진료비 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위탁 기관 선정 당시 건보공단과 샅바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한판승을 거둔 것. 

이에 심평원은 급여 진료비의 항목, 기준 및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와 분석 등의 업무를 공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권한도 강화, 의료기관 개설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자료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보완자료를 요청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방문해 현지 확인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 시선 집중’
만관제 시범사업-현지조사 개선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의료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인 만큼, 의료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의료계는 안산의 비뇨기과 A원장의 자살사고를 겪으며 큰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A원장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배경에는 강압적인 현지조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심평원은 의료계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이에 의료계는 현지조사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고,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등 정부와 의료계는 현지조사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 테이블에 머리를 맞댔다. 두드리니 열린 셈.

복지부는 ▲현지조사제도 전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안 ▲현장조사에 앞서 자료제출요구서에 자료제공 요청의 근거와 사유, 대상자, 대상기간, 제공기한, 제출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 ▲현지조사 이후 최종확인서 작성 시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후 동의를 얻어 서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의료계는 ▲피조사자 권리장전 설명 후 서명 ▲급여기준 초과로 인한 처분 시 행정처분 면제 ▲환자 치료에 따른 약제비, 치료재료대 등에 대한 감경 등도 이번 현지조사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될 것을 요청했다.

2016년 12월 현재까지 현지조사제도 개선안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심평원의 현지조사제도 개선 만큼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던 사업이 있었으니, 바로 건보공단의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이다. 

현지조사제도 개선안이 한창 논의되던 지난 8월. 정부와 의료계는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를 두고 정부의 만관제 시범사업 모형이 원격모니터링과 유사하다는 반발이 일면서 새로운 금맥일지, 오히려 독이 든 성배일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상황.

이후 건보공단은 사업 관련 세부 업무를 담당하게 됐고, 이어 의협도 만관제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독감무료접종사업과 맞물리면서 참여율이 25%에 불과, 예상 밖 고전을 하기도 했고, 시범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혔던 기관이 당초 정부의 추산보다 많아지면서 사업에 투입될 혈당·혈당계가 부족해지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여러 암초를 만났던 만관제 시범사업은 드디어 12월 15일 건보공단이 참여기관에 혈당·혈압계 배분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출발을 재차 알렸다. 

 

‘외우내환’
성과연봉제 도입-블랙아웃·그랜드피아노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부직원은 물론 외부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최대 규모 공공기관인 건보공단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두고 내부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5월 건보공단 이사회는 서면 결의를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내홍이 불거진 것. 

이에 건보공단 노조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즉각 농성에 돌입했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쉬운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실적 위주의 성과평가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건보공단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과정이 관련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임금 인상률 동결 또는 삭감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피력,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반면 심평원은 외부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심평원이 그랜드피아노 구입을 추진했던 것과 함께 ICT 센터가 블랙아웃 사태를 겪으며 가동이 중단, 의료계의 원성을 샀다. 

지난 4월 심평원은 4000만원짜리 그랜드 피아노를 구매하려다 구설에 올랐다. 

당시 심평원은 “원주시에는 1000석, 7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있지만, 보다 소규모의 공연장은 없었다”며 “심평원 원주사옥 1층에 자리한 350석 규모의 강당에서 지역민을 위한 보다 많은 공연을 진행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말했지만, 의료계는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사용 목적이나 취지도 뚜렷이 밝히지 못하는 사업에 투입하려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지의 취재가 이어지자 이내 심평원은 그랜드 피아노 구매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7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심평원의 ICT 센터가 셧다운되면서 의료계로부터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8만 1000여개의 요양기관이 ICT에 기반한 진료비 청구포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해당 시스템이 먹통이 됐기 때문.

이 문제는 국회까지 나서 지적하기에 이르렀고, 복지부는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결국 업무를 담당하는 심평원 정보통신실장이 정직 1개월, 담당 부장 등 4명은 감봉 1~2개월 및 견책 등의 징계를 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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