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메살탄·조현병·졸피뎀·잠복결핵, 사회적 이슈로 커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사회적인 격변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학계 역시 수많은 이슈로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국내 첫 심부전 진료지침이 위원회 구성 후 4년만에 제정됐고 가이드라인이 최초로 제정됐고, 인공지능이 진단분야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반면 강남역에서 발생한 비극이 '조현병' 때문이란 논란,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들의 불안마저 가중시킨 '졸피뎀' 부작용 논쟁이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붉은 원숭이해를 더욱 뜨겁게 달궜던 학계 이슈들을 카테고리로 분류해 짚어봤다.Category 1. 병신년(丙申年) 빛낸 가이드라인은?Category 2. 2016 학술대회에서 집중 조명한 네 가지 연구Category 3. 2016 의료계 이슈 사회문제로 번지다

올메살탄 여파 생각보다 적었다

지난 4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고혈압약인 올메살탄 메독소밀(olmesartan medoxomil, 이하 올메살탄) 부작용 이슈가 논란이 됐다. 프랑스 보건당국이 지난 7월 3일부터 올메살탄을 처방받은 환자에서 만성흡수불량증(스프루, sprue) 유사 장질환 발생해 급여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국내 식약처가 안전성 서한까지 배포했기 때문. 

앞서 소규모 증례보고 형식으로 장질환 위험이 보고되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3년 7월 장질환 발생에 따른 이상반응을 주의사항에 기재토록 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2014년 3월부터 제품 설명서에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중증 장질환 이상사례'를 표기하고 처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FDA의 부작용 보고체계 이외 연구들에서 소규모 증례보고이거나 체계적 문헌 고찰을 실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탈리아 가톨릭의대(로마 게멜리병원) 소화기내과 Ianiro G 교수팀 연구결과 먼저 보면, 전체 54명의 증례 가운데 11명에서는 스프루 유사 장질환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체중감소를 동반한 만성설사를 호소했고, 정상혈구성(normocytic) 정상혈색소성(normochromic) 빈혈과 저알부민혈증이 흔하게 보고됐다. 또 98%의 환자에서 소장 융모 위축이 관찰됐고, 셀리악병 진단 항체검사에선 음성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장질환 이상반응이 올메살탄 투약을 중단하자 관련 증상과 징후가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다. 

올메살탄 관련 장질환에 대해서도 실체 확인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미시간의대 Choi EY 교수팀은 해당 장질환의 임상 및 조직학적 특징을 검토한 결과에서 "최근 ARB 계열인 올메살탄이 중증 장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나오지만,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고 일단 발생이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셀리악병이나 기타 자가면역 장질환 등과 임상 및 조직학적 특징이 유사하다는 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Arch Pathol Lab Med. doi: 10.5858/arpa.2015-0204-RA]. 

마지막으로 ARB 계열효과와 스프루 유사 장질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냐는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FDA의 약물안전성감시체계에 보고된 결과에선 "최소 2년 이상 노출된 경우 올메살탄 사용군에서 기타 다른 ARB 사용군보다 셀리악병 진단율이 높았지만, 매우 드물게 장질환이 발생했고 셀리악병으로 진단한 타당성도 확실치 않다"면서 "무엇보다 계열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 올메살탄 관련 스프루 유사 장질환이 오랜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발생기전이 불분명하다"고 답을 내놨다.

이슈 강남역 묻지마 살인 비극을 되짚어보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피의자로 지목된 김모 씨(34)는 급성기 악화 조현병 환자로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상행동을 넘어 물리적 형태의 공격성으로 인한 극단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와의 프로파일러 면담 내용을 요약하면 김 씨는 진술 전반에서 "2년 전부터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뒤에서 험담한다"고 말하며 여성에 대한 반감과 피해망상을 드러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의 범행이 단순히 여성혐오에서 나온 증오범죄(헤이트크라임)가 아닌 정신건강질환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김 씨와 같은 피해망상을 동반한 급성기 악화 조현병 환자가 특정 대상에 반감을 갖는 경우는 많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만으로 모든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조현병의 병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은 질환과 동반되는 물질 관련 장애의 영향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조현병과 물질 장애가 동반된 환자와 물질 장애만 진단받은 환자 간의 폭력성 차이 없다고 보고됐다.

조현병 환자의 60%가 우울 증상을 보이는데 이들은 폭력적인 성향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소외된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전언이다. 

한양의대 최준호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폭력은 조현병의 전체 이환된 경과에서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첫 정신병 삽화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 반수가 삽화의 발생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시점 사이에 주로 나타난다"면서 "이 시기에 생성된 폭력성은 때론 타인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영구적인 손상을 주는 정도로 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국내 매스컴에서 집중 보도되는 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 환각 등의 증상이 범죄를 일으킬 만큼 매우 위협적인 요인으로 치부될 수 있냐는 문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청이나 망상을 동반한 환자가 물리적 형태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조기치료로 충분히 예방하고 개선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성균관의대 신영철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 환자가 게을러졌다고 오해하거나 우울해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환자는 주관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거나 점차 어떠한 사회적 활동에도 무관심해져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행동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슈 '졸피뎀=자살?' 공식, 임상적 증명 가능하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였던 8월에는 수면 유도제 '졸피뎀'을 두고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7월 16일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소개된 졸피뎀 복용자가 겪는 부작용들은 기억상실부터 살인, 자살까지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들의 불안마저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오를 만큼 관심이 집중됐던 '졸피뎀=자살?'이라는 공식은 임상적으로 증명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근거를 거의 찾을 수 없거나, 근거가 있어도 불명확하다"고 답했다.

2016년 8월까지 졸피뎀과 자살의 연관성을 밝혀 논문으로 게재된 연구결과는 1건이 있다. 하지만 결과를 면밀히 따져보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Mayo Clin Proc. 2016 Mar;91(3):308-15].

그런데 연구팀이 용량별로 대상군들의 자살 위험을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조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하루 졸피뎀 90mg 이하 복용군은 1.9배(1.65-2.18), 90~179mg 복용군은 2.07배(1.59-2.67), 180mg 이상 복용군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2.81배(1.59-2.67) 증가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번 대만 연구는 대상군의 특성이 불명확하다. 우울증 등을 평가한 여부가 나타나지 않았고, 졸피뎀 상용량을 두고 연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용량을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서 "아직까지 졸피뎀이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말하기에는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성균관의대 홍진표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졸피뎀을 20mg 이상 한꺼번에 복용하면 자살 충동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주로 우울증이 심한 환자들이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많이 처방받는다"면서 "힘든 일을 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잠을 빨리 이루고자 수면제를 정량인 하루 1알보다 많은 10~20알 이상씩 복용하기도 하는데, 자살 기도처럼 보여지는 경우도 있어 주치의들의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 3분의 1은 잠복결핵에 감염됐다

졸피뎀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저소득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으로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시끄러워졌다.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결핵 확진자가 나왔고 고대안산병원과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복결핵 감염자가 확인된 것. 일부에서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라고 언급하면서 잠복결핵감염은 경계해야 할 위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증상도 없고 전염성도 없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잠복결핵 감염자 중 약 10%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며 90%는 치료로 결핵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종사자(HCW)에서 결핵감염과 잠복결핵감염 위험은 과거 여러 연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 HCW에서 확인된 감염질환 중 1위가 66.1%를 차지한 결핵이었고, 간염과 수두가 각각 13.7%와 3.6%로 그 뒤를 이었다(Ind Health. 2008;46(5):448~454.). 

같은 해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 간호사의 결핵 발생률은 일반인 대비 5배 이상이었고, 잠복결핵감염 유병률은 근무 중인 HCW에서 17~37%, 신규에서 10~26%로 나타나 10명 중 최소 1명이 잠복결핵 감염자였다(Int J Tuberc Lung Dis. 2008;12:436~440.).

한양의대 손장원 교수(호흡기·알레르기 내과)는 "국내 결핵 유병률을 보면 병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감염자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며 "정기적인 결핵검진으로 환자를 찾아 치료하고, 접촉자 또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파악해 관리함으로써 결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잠복결핵은 조기에 검진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활동성 결핵 발병 위험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 국내 결핵 진료지침에서는 △9개월간 1일 이소니아지드 5mg/kg(최대 300mg) 복용(I, A) △4개월간 리팜핀 복용(II, B) △3개월간 이소니아지드 + 리팜핀 병용(II, B)을 권고하면서, 치료 대상자의 검사 결과와 특성을 고려해 담당 의사가 처방 약물을 선택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잠복결핵 감염자는 장기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손 교수는 "잠복결핵 감염자는 증상이 없는데 오랫동안 약물을 투약하다 보니 복약 순응도가 낮다"면서 "약물치료는 개개인 치료를 넘어 사회 전체 결핵 퇴치를 위한 것이므로, 잠복결핵 감염자가 약물을 잘 복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격려제도를 도입해 순응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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