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근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신임 회장

▲ ⓒ 김민수 기자.

물리치료 인정기준, 노인정액제, 카이로프랙틱 자격 허용에 실손보험까지. 진료비 청구액 상위권에 머물며 이른바 '잘나가는 과'인 정형외과 개원가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홍근 회장(이홍근정형외과)은 정형외과 개원가의 수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특히 외과계에만 적용될지 모를 설명의무 강화법에 발끈했고, 물리치료사 인정기준에 대해서는 기준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임 회장을 만나 정형외과 개원가의 현 상황과 앞으로 의사회를 이끌어 나갈 방안을 들어봤다. 

- 대한정형외과의사회 회장으로 선임된 소감은.

정형외과의사회가 창립된 지 어언 20년이다. 나는 창립 멤버로, 당시 재무이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의사회에서 일 하고 있다. 의사회 처음부터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많이 아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현안에 대해 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정형외과 개원가에서 물리치료 인정기준이 큰 이슈다. 

현행 물리치료사 관련 급여기준은 의료기관에 상근하는 물리치료사 1인당 물리치료 실시인원을 월 평균 1일 30명까지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는 직접 실시한 물리치료는 수가로 청구가 가능하지만, 의사가 직접 실시한 물리치료는 수가로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리치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지만 공급이 적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방의 경우 물리치료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에 우리는 물리치료 급여 인정기준을 확대해주길 요구하고 있다. 

의사가 직접 실시한 물리치료의 경우 수가를 인정해주는 방법과 함께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 실시인원을 현행 30명에서 35명 내외로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 노인외래정액제 역시 정형외과 개원가의 고민거리인데.

6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외래진료를 받고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일 때 일률적으로 1500원만 내고, 이를 초과할 경우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 환자에게는 세 곳의 병변에 물리치료를 실시하는데 이때 1만 5400원의 진료비가 발생한다. 단 400원 때문에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4620원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 번 정도 물리치료를 받던 노인 환자들이 한 번밖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돈 없는 가난한 노인 환자들은 물리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를 알고 있다면 노인외래정액제 상한선을 2만원에서 2만 50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매년 물가인상률에 따라 수가는 인상될 텐데 이럴 경우 가난한 노인 환자는 더욱 소외받을 게 자명하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20조원의 누적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곳간을 풀어야 할 때다. 

- 설명의무 강화법도 국회를 통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외과의 경우 수술 전 설명하고 동의를 받고 있지만, 이를 법으로 강제한다면 개인 병의원은 수술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의료분쟁의 소지가 커질 우려도 있다. 의사들이 살아남을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것은 물론 정이 메마른 사회가 될 것이다. 

설명의무 강화법이 시행된 이후 정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취합해 요구사항을 정부와 국회 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 ⓒ 김민수 기자.

- 최근 정부가 카이로프랙틱 자격 허용을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시끄럽다.

미국은 관련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카이로프랙틱 자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무자격자에게 카이로프랙틱 자격을 허용하려 한다. 일자리를 위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최근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물리치료사협회, 한의사협회, 의사협회 등이 전부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쪽으로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안다. 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보건의료단체인데 참 이례적이다. 그만큼 다들 정부의 발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방증 아니겠나. 

- 실손보험사에서 손해율 증가 원인으로 정형외과를 지목하기도 했다. 

실손보험사들이 손해율 상승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손해율이 증가했는지는 자기들만 알 뿐 아무도 모르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도수치료와 이를 행하는 의료기관을 원인으로 지목, 마치 불순분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실손보험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려면 손해율에 대한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손해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만일 실제로 도수치료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진 게 증명된다면 의료계와 협력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손보험사의 손해율 증가 원인이 도수치료라는 게 모두가 납득할 정도로 증명이 된다면, 의료계에서는 합의 하에 도수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사실 일부 의료기관에서 기업 수준으로 도수치료를 행하는 기관도 있었기 때문이다. 

- 최근 의사회의 명칭에서 '개원'을 제외하는 것을 두고 학회와 마찰도 있었는데.

의사회 명칭을 개정하면서 6명의 교수 회원을 신규로 받고, 함께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다. 명칭 개정을 추진하던 당시에는 학회와 마찰이 심했지만, 개정 후 학회와 유대관계가 더욱 좋아진 것 같다. 

의사회 회원들도 친정은 학회라고 생각하는 만큼, 학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학회와 많은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의사회 회원들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 임기 동안의 각오가 있다면?

김용훈 전임 회장이 6년 반의 임기 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의사회의 르네상스를 만들었다. 의사회라는 비행기가 있다면 기장으로서 이륙부터 이상적인 고도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다. 

나는 차기 기장으로서 이상적인 고도에 이른 비행기를 순항하도록 하는 한편, 보다 속도를 내는 데 역할이 있다. 새로운 기장으로서 2년이라는 임기가 끝난 뒤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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