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아스피린 꾸준히 복용하면 췌장암 위험 절반가량 감소

종양이 발생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췌장암. 생명을 위협하는 이 질환을 아스피린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공개됐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 Harvey Risch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한 사람들에서 췌장암 위험이 절반가량 낮았다"며 "심혈관질환 또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복용할 경우 췌장암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 12월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혔다.

췌장암은 흡연, 당뇨병, 비만 등의 요인으로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요인을 개선하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췌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인구기반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에는 췌장암을 진단받은 761명과 진단받지 않은 794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하루 또는 일주일마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지 질문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 췌장암을 진단받지 않은 참가자에서 18%, 췌장암 환자에서 11%가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했다.

나이, 성별, BMI 등 위험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해 분석한 최종 결과,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 췌장암 위험이 46% 감소했다(OR 0.54; 95% CI 0.40~0.73).

아울러 아스피린 복용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췌장암 위험이 8%씩 유의미하게 낮아졌다(ORtrend 0.92; 95% CI 0.87~0.97).

이러한 결과는 다른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18개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과 췌장암 위험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시 췌장암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Ptrend=0.0014).

Risch 교수는 한 외신(WebMD)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췌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기에 의미 있다"면서 "하지만 참가자들이 아스피린 복용력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 점과 아스피린과 췌장암 간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사람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출혈 등 상당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아스피린 복용 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스웰 암연구소 Tony Philip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면 췌장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지만, 그 이상은 추정할 수 없었다"면서 "단 한 번의 연구만으로 환자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라고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향후 진행될 연구의 기초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암학회는 올해 약 5만 3000명의 미국인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약 4만 2000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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