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위험 43% 감소…"심장·안과전문의 공동 진료 필요"

노년층의 대표 안질환인 녹내장을 항고혈압제로 예방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공개됐다.

Hypertension 12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지면서 녹내장 발병이 증가하지만 항고혈압제 치료 시 이러한 위험이 약 43% 감소했다.

연구를 진행한 덴마크 코펜하겐의대 Anna Horwitz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고혈압 치료가 녹내장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며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심장전문의와 안과전문의는 공동으로 녹내장 치료 및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고혈압이 녹내장 발병과 확실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입증하고자 시행됐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12년 사이에 덴마크 등록기구에 포함된 40~95세 고령 260만 명의 처방자료를 토대로 항고혈압제 및 녹내장 치료제를 분석했다.

총 73만 9494명이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이었고, 11만 5617명은 녹내장 환자였다. 이중 항고혈압제와 함께 녹내장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는 5.8%, 녹내장 치료를 받지만 고혈압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는 1.3%였다. 그리고 녹내장 환자 중 32.1%는 이 기간에 항고혈압제를 함께 처방받았다.

분석 결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고 녹내장이 동반된 환자는 100인년(person-years) 당 0.81명, 녹내장만 있는 환자는 0.19명이었다. 이는 고혈압과 녹내장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근거로, 특히 나이가 많아질수록 두 질환 발병 위험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항고혈압제 치료 시 혈압 관리뿐만 아니라 녹내장 발병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녹내장 치료와 함께 항고혈압제 복용을 시작한 환자는 나이가 많아지더라도 녹내장 발병 위험이 약 43% 감소했다. 즉 고혈압 환자는 나이가 많아지면서 녹내장 위험이 증가할지라도, 항고혈압제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단 하이드랄라진(Hydralazine)과 같은 혈관확장제는 예방 효과에 의미 있는 연관성이 없었다.

Horwitz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고혈압제가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으며, 항고혈압제를 다량으로 복용 중인 환자들에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고혈압 환자는 심장전문의뿐만 아니라 안과전문의 진료도 함께 받아야 하며, 특히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결과가 향후 연구에서도 입증된다면, 녹내장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항고혈압제가 최적 치료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영국 무아필드 안과병원 Anthony Khawaja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에 대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hawaja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녹내장 원인은 당뇨망막병증 또는 망막정맥폐쇄로 인한 신생혈관 과정이며, 이론상으로 고혈압 관리를 통해 당뇨망막병증 또는 망막정맥폐쇄를 위험을 낮추면서 녹내장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녹내장에서 가장 흔한 원발성 개방각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은 이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Khawaja 교수는 "항고혈압제가 당뇨병 또는 망막정맥폐쇄 후유증 등 외엔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서 "특히 원발성 개방각녹내장 환자일 경우 과도한 항고혈압제 치료에 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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