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료기기 허용 유권해석 공방...韓 “근거없는 비방”

의료계가 한의계를 겨냥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의료계에도 옮겨붙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정책 추진의 배경에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중심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이 소장은 14일 의협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이 소장은 지난 10월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료계의 우려 섞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한방 의료기기 사용 허용 배경에 비선작업 의혹을 받는 한의사 최주리 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까지 한의사의 혈액검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2014년 혈액검사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배경에 청와대 오찬회동이 주효했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2일 청와대에 중소기업인 34명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혈액검사를 실시하려 해도 한의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채혈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정부에서도 갈등을 잘 조정해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4년 3월 14일 대한한의사협회가 복지부에 ‘한의사가 혈관 등에서 혈액을 뽑아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사용해 진료하는 행위가 가능한가’를 질의했고, 그로부터 5일 뒤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 소장은 “유권해석을 변경하려면 관계부서와 전문가를 불러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유권해석이 한의사 한 사람의 입김에 따라 대통령의 지시하고, 이에 따라 바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의협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대의료기기 판매 금지와 관련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 역시 최 이사장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2014년 11월 13일 최 씨가 이사장으로 속한 한의산업협동조합은 공정위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 소장은 “최 이사장은 2014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판매 금지 요청과 관련 공정위에 시정을 요청한 당사자”라며 “그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인 면허제도를 혼란케 하는 계기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최순실과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기요틴도 최 이사장 작품?
정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분야 규제기요틴 정책 역시 최 이사장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2014년 12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에서 114개의 규제개선 과제가 선정됐는데, 이 가운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의료분야 핵심과제 중 하나였다. 해당 과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건의로 아젠다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은 2012년 6월 한의산업협동조합을 발족, 중소기업협동중앙회 산하단체가 됐다. 

결국 규제기요틴 선정과정에서도 최 이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최 이사장이 정부로부터 수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2014년 박 대통령 인도순방 당시 최 이사장은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참했고, 그 이후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케이뷰티 홍보관, 의료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대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 소장은 “최 이사장은 진흥원으로부터 2년 연속 의료관광객 유치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지원받았고, 2014년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 지사와 케이뷰티 홍보관 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며 “케이뷰티 홍보관을 운영하는데 있어 특혜가 있었는지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줄 댄 한의계?
이처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추진은 물론 최 이사장이 각종 특혜를 받은 데는 비선작업이 핵심 배경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소장이 제기한 최 이사장의 카페 게시글에 따르면 ‘2월 중소기업중앙회 선거가 끝나자 마자 기재부작업을 다시 해야 하고’라는 말과 함께 ‘산업부 기자들에게도, 선 닿아 있는 청와대 비서실에도, 산업 쪽 국회의원들에게도 행정적, 법적으로 싸워야 하는 협회와는 다른 루트로 전방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써 있다. 

이 소장은 “허준 이래로 이렇게 막대한 힘을 가진 의료계 인사는 없었다. 이 정도 위세면 의료계 최순실이라 불려도 과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소장은 특검에 최 이사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한의계는 악성 유언비어라며 반발했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한의사도 혈액검사기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검토된 것"이라며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최순실 게이트와 엮으려는 의료계의 행동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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