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CSO 설립 증가...‘선택과 집중’ 효율성↑, 투명성 없인 ‘시한폭탄'
CSO의 가장 큰 장점은 역할분리에 따른 효율적 경영이다. CSO에 위탁해 영업을 하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 홍보 및 마케팅에 들어가는 판매관리비도 어느 정도 축소할 수 있다.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이 화두인 제약사로서는 절약한 인건비와 판관비를 R&D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사 한 임원은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 이상이고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R&D 투자는 계속해야 해 비주류 품목은 위탁영업을 생각하게 된다"며 "모 제약사는 영업인력을 100여명 이상 줄이고 CSO행을 택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판매대행은 품목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해 수익성 확보에도 큰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마케팅에 노력을 들이기는 아깝고 버리기는 아쉬운 올드 드럭을 CSO에 맡겼다면, 최근에는 시장 안착이 필요한 신제품도 3자 도움을 받는 추세다.
제품 및 질환에 대한 교육, 영업·마케팅 등에 전문인력을 활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고 반대로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 의료진이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어 특별한 영업마케팅이 필요 없는 품목은 영업노력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약사 마케팅팀 한 관계자는 "요즘은 시장성 있는 품목에 제네릭들이 수십개씩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며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CSO를 활용하기도 하고 매출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오래된 품목을 심폐소생하듯 CSO에 넘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창구’ 인식 걸림돌로
CSO를 통한 영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홍보부터 영업마케팅, 판매 등에 관여하는 전략적 파트너 자리에 있는 CSO가 아닌 매출증대가 목표인 단순 판매대행 한국형 CSO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리베이트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다.
의약품을 처방한 대가로 챙기는 경제적 이익인 리베이트를 향한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작으로 리베이트 투아웃제, 최근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의료법·약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임에도 일각에서는 영업 정책 일환으로 만연화돼 리베이트 척결이 요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전달하려는 창구로 CSO를 활용한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향후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질 경우 꼬리자르기식으로 회피가 가능할 것이란 계산도 있다.
실제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발표한 A제약사 불법 사례비 제공 수사결과에 따르면, A사는 판매 대행법인을 위장 설립해 전국 병의원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A제약사에서 판매 대행업체, 영업사원 개인사업자 구조로 판매대행을 가장해 2단계에 걸쳐 대행수수료를 지급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 대한 회피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CSO-제약사 직원, 동일 품목 두고 실적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일부 제약사의 CSO 영업형태가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B 중소제약사는 자사 제품 중 경구제제를 CSO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구제제를 CSO에 모두 일임한 것도 아닌 데다 거래처 지역을 분리하지 않아 동일회사 품목을 두고 실적경쟁이 이뤄지면서 리베이트까지 횡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C제약사는 최근 임원 한 명이 퇴직하면서 CSO 업체를 차려 C제약 제품 판매에 나섰다. 해당 CSO는 C제약의 제품 브로셔를 영업활동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또한 CSO 직원들과 C제약 직원들의 거래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제살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C제약 직원들과 CSO 직원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CSO에 의해 실적이 감소할 경우 매출 자료를 비교해 70%는 인정해 준다고 들었다"면서 "마진율이 높아 리베이트가 비교적 자유로운 CSO를 당해낼 수 있겠냐.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3자 영업이라도 관리소홀 책임 피할 수 없어
CSO 등 제3자가 불법 행위를 했을 때, 제약사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3자 영업을 통한 이점이 있음에도 '실'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CP팀 관계자는 "현존하는 CSO업체들은 영업·마케팅, 판매와 유통 등 전 과정에 관여하는 정통 CSO가 아니라 단순 판매대행 형태가 많다"면서 "이들은 기준약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의약품을 매입한 후 차액으로 리베이트 등을 제공하며 영업하는 것으로 파악돼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세금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당국도 CSO의 문제를 알고 있다"면서 "세무·회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CSO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계열사 또는 다른 사업자를 이용한 영업정책의 일부 책임을 제약사가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마케팅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제약사들의 체질개선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CSO 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정 경비를 지급하는 것만이 제약사의 역할이 아니다. CSO 등 제3자 영업을 잘 활용하려면 꾸준한 모니터링과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