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라모트리진·레비티라세탐 처방 가장 많아

뇌전증을 앓는 임신부에서 뇌전증치료제 처방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지난 15년간 미국 3차 병원에서 뇌전증 임신부의 치료제 처방을 분석한 결과, 라모트리진(lamotrigine)과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이 단일제로서 Top 1, 2를 다퉜다.

미국 에모리의대 Kimford J. Meador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라모트리진과 레비티라세탐 처방율은 각각 41.9%와 37.7%였다. 15년 전 가장 많이 처방됐던 4인방인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라모트리진, 페니토인(phenytoin), 밸프로에이트(valproate) 사이에서 2008년에 개발된 제네릭약인 레비티라세탐의 약진이 눈에 띈다.

Meador 교수는 "뇌전증 임신부는 치료 시 다제투여(polypharmacy)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약 절반이 라모트리진과 레비티라세탐을 복용했다"면서 "이를 종합하면, 대부분 뇌전증 임신부는 두 약제를 단독으로 복용하거나 병용치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3~5일에 열린 미국간질학회(American Epilepsy Society, AES) 연례학술대회 포스터세션(Poster 1.211)에서 발표됐다.

'안전성'을 기반으로 처방 늘어

두 약물이 15년간 미국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Meador 교수는 '안전성'을 입증한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Meador 교수는 "뇌전증치료제에 따른 임신부의 아웃컴과 신경발달을 분석한 결과, 두 약물 복용군에서 기형률이 낮았고 아이들의 인지 및 행동기능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근거는 MONEAD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최종 결과 라모트리진 또는 레비티라세탐을 복용한 임신부와 그의 자손에서 발작 위험은 나타났지만, 다른 뇌전증치료제와 비교해 낮았다. 

이는 2012년 미국 20곳 의료기관에서 △뇌전증을 앓는 임신부 351명 △뇌전증이 없는 임신부 105명 △뇌전증인 비임신부 109명, 총 565명을 대상으로 뇌전증치료제에 따른 예후를 비교·분석한 결과였다.

아울러 밸프로에이트는 지난 2009년 발표된 연구 결과와 가이드라인 권고로 인해 처방 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미국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AES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신 기간에 해당 약물을 복용할 경우 기형아 위험이 높고 인지손상과도 관련됐기 때문에 복용을 금지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Meador 교수 연구에서도 밸프로에이트 복용군에서 태어난 3세 소아는 다른 뇌전증치료제 복용군에서 태어난 소아보다 인지기능 손상 위험이 높았다(N Engl J Med 2009;360:1597-1605.).

이와 함께 카르바마제핀 처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감소했다. Meador 교수는 "이 약물은 인지기능 또는 기형아 위험 등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데, 처방이 줄어드는 이유가 아이러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AES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은 라코사미드(lacosamide)는 이번 처방 약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Meador 교수는 "약물 위험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약물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약물을 복용했을 때 기형아 위험 또는 인지기능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라코사미드와 같은 신약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며 "향후 신약 처방이 늘어야 약물 연구를 진행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번 분석에 대해 Meador 교수는 "3차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기에, 다른 의료기관까지 해석을 넓히기엔 한계가 있다"며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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