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시작으로 대웅·한미 등 9곳 전환...제일약품도 합류할까 '관심'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등 최근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1년 녹십자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0곳의 제약사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내년 지주회사 자산요건 상향조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제약사의 지주회사 전환설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지주사 체제를 선택한 제약사를 살펴보고 비슷한 발자취를 이어갈 회사들을 진단해 봤다.녹십자에서 신풍제약까지…9곳 변모국내 제약사 중에 지주회사로 전환한 곳은 9개사다.지난 2001년 녹십자(녹십자홀딩스)를 시작으로 2002년 대웅제약(대웅), 2007년 JW중외제약(JW홀딩스), 2010년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2013년 동아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이어 올해 일동제약(일동홀딩스), 휴온스(휴온스글로벌), 신풍제약(송암사)이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가장 먼저 지주회사를 추진한 녹십자는 매출은 물론 각각의 자회사 역할이 다양하고 세분화돼 있어 성공적인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는 그룹 전체의 브랜드 관리와 경영지원, 신규사업 발굴, M&A 등에 관여한다. 혈액제제사업에 있어 특허권을 취득하고 바이오기업 투자로 신규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등 활약을 펼치고 있다.

녹십자는 혁신신약 개발과 생산, 판매를 담당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녹십자셀, 녹십자랩셀, 녹십자MS 등은 각각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제대혈 및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체외진단용 의약품 의료기기 제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외에도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녹십자지놈과 녹십자헬스케어, 녹십자웰빙 등이 있으며 중국내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제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중국 현지법인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로 84주년을 맞이한 동아쏘시오그룹도 매력적인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곳으로 꼽힌다. 동아제약은 47년간 제약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분사로 10위권 안으로 밀려났음에도 자회사들의 다양한 사업모델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전문약 담당인 동아ST는 매출감소 악재가 마무리되면서 실적개선이 예상되고 있으며 동아제약의 대한민국 대표 피로회복제 박카스는 지난해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원료의약품 회사인 에스티팜은 C형 간염 치료제 매출을 기반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최근에는 사장단을 젊은 층으로 교체하면서 향후 행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회사들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 사업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일약품도 지주회사 전환설 '솔솔'

올해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회사들도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한 단계씩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8월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히알루론산 필러로 필러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으며 미얀마에 현지 지점을 개설하고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은 물론, 신사업 개척 및 사업 다각화 등과 같은 중대 과업 수행에도 탄력을 붙여 중장기적으로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과 사업회사 휴온스로 체제 전환한 휴온스는 휴메딕스, 휴온스내추럴 등을 자회사로 뒀다. 이후 휴온스는 두 건의 인수합병으로 건강기능식품과 그린바이오 분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제일약품 지주회사 전환설이 흘러나와 제약업계 10번째 지주회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 9월 일반약 부문을 분리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이달 유통판매회사인 제일&파트너스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제일약품 일련의 행보가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영업·마케팅·유통·판매 등 부문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권 승계를 염두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한승수 회장이 27.3%, 한상철 부사장이 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 부사장으로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실제 제일약품 지분보다 지주회사 지분을 증여하는 것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보다 사업회사의 주가가 더 오르게 되는데, 사업회사 주식을 더 저렴한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함으로써 지분 보유량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어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외에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곳은 더 있었다. 안국약품도 과거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지만 계열사 매출구조와 까다로운 조건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실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할 수 없으며 자회사 중 상장사 지분 20%, 비상장사 지분 40%를 가져야 한다. 또한 내년 7월부터는 지주회사 자산총액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지주회사 전환 이유는? ‘효율성 제고에 지배구조 강화’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제약사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밖으로는 책임경영을 실현하고 안으로는 오너일가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체제를 실현할 수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지주사는 투자와 신사업 개척 등에 집중하고 사업회사는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사업에만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선택과 집중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변화하는 제약업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표면적으로 내세울 수 없지만 지주회사 전환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 시에는 인적분할과 공개매수, 현물출자라는 일종의 '공식'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주주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내사 관계자는 "제약사는 대부분 오너 중심의 회사인데다 연령이 높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한다는 시선이 있다"며 "내년 지주사 전환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주사행 막차를 타기 위한 회사들이 더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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