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유병률 늘지만 사망률 줄어…생존자 후유장애 관리 '필요'

▲ 뇌졸중 집중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삼성서울병원국내 사망 원인 중 단일질환 1위가 바로 '뇌졸중'이다. 그런데 최근 뇌졸중 유병률은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점차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낮은 사망률만 본다면 희소식이지만, 한편으로 '후유장애'를 겪는 생존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후유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장애로 인한 문제, 사회로부터 격리 등의 큰 짐을 짊어진다. 때문에 이들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능력을 최대한 발달시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이에 국내 뇌졸중 재활치료 현황과 함께 효과를 살펴보고, 재활치료 후 필요한 사회적 관심은 무엇인지 짚어봤다.<기획-상> 뇌졸중 그 후…집중 재활치료가 삶의 질 가른다<기획-하> "재활치료 끝났는데…" 사회적 관리체계는 갈 길 멀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년 단위로 평가한 뇌졸중 진료 인원 증감률은 2012년보다 2013년에 1.5%, 2014년에 3.4% 늘었다. 

이와 비례해 사망자도 늘었을까? 유병률 증가와 달리 뇌졸중으로 사망한 환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2012년에 약 51만 명이었지만, 2013년 약 50만 명, 2014년 약 48만 명으로 점차 줄었다. 

이렇게 유병률과 사망률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생존자는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존자들은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장애를 겪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인 한국판 수정바델지수(K-MBI)로 뇌졸중 발병 12개월 후 동반된 후유장애를 분석한 결과 △운동장애 46.0% △우울증 45.6% △언어장애 44.1% △이동장애 31.7% △인지장애 29.7% 등으로 나타났다. 뇌세포 손상으로 후유장애가 남아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신체활동 기능 떨어질수록 사망률 높아져

후유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향후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부산의대 한준희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의생명융합연구소)는 "운동기능이 떨어진 환자 또는 이동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생존율은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유의미하게 낮았다"며 그 근거로 '뇌졸중 환자의 재활분야 장기적 기능 수준 관련 요인에 대한 10년 추적조사 연구'인 'KOSCO 연구' 중간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운동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1년 내 사망률은 경한 군과 중증군에서 2.4%와 13.4%로 11% 차이가 났다. 2년 내 사망률도 각각 5.2%와 17.8%로 차이가 줄지 않았다. 이동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도 1년 내 사망률은 경한군과 중증군에서 2.4%와 11.1%, 2년 내 사망률은 3.5%와 14.6%로, 신체활동 기능이 떨어질수록 사망률이 증가했다.

재활치료 '초기' 골든타임을 잡아라

후유장애는 뇌졸중 환자의 전반적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장애를 관리하면서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동시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초기'에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영국 글래스고의대 Peter Langhorne 교수는 급성기·아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질환 발병 후 일주일 이내에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환자들을 6개월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질환 발병부터 7일 사이에 재활치료를 받았을 때 신체 기능 및 활동 회복 능력이 급격하게 좋아졌기 때문이다(Lancet. 2011;377(9782):2013-2022). 

앞선 2003년 이탈리아 국립연구회 Massimo Musicco 교수는 질환 발병 후 7일 이내에 재활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이 15~30일 이내에 시작한 군 또는 한 달 뒤 시작한 환자들보다 6개월 후 회복 능력이 유의미하게 좋았다고 발표했다(Am J Phys Med Rehabil. 2003;84(4):551-558).

2012년에 마련된 '뇌졸중 재활치료를 위한 한국형 표준진료지침'에서는 구체적인 재활치료의 시작 시기에 대해 질환 중증도 및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지만, 급성기 환자는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권고수준 B, 근거수준 1+). 그리고 일주일 이내에는 재활치료 강도를 조절하면서 최소한으로 시행하고 그 후에는 치료 시간과 강도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성균관의대 김연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는 "초기 급성기 및 아급성기 때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며 "이때 치료가 재발률, 사망률뿐만 아니라 후유장애로 뒤따라 오는 경제적인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초기 집중치료로 기능 회복…삶의 질 크게 높여

그렇다면 초기 집중 재활치료로 기대할 수 있는 장기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지난 10월에 열린 대한재활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KOSCO 연구 중간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급성기 치료 후 재활의학과로 전과 돼 초기 집중 재활치료를 받은 군(집중 재활치료군)과 급성기 치료 직후 요양병원 등으로 퇴원해 집중 재활치료를 받지 않은 군(대조군)을 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기능 회복 정도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됐다.

먼저 K-MBI로 평가한 일상생활 기능 회복 정도는 치료 전 대조군과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각각 42.73%와 40.06%로 상대적으로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좋지 않았다. 하지만 3개월 후에는 이 수치가 역전됐다. 3, 6, 12개월에 평가한 기능 회복 정도는 대조군에서 60.31%, 67.16%, 69.88%였지만, 집중 재활치료군에서는 67.3%, 71.09%, 74.2%였다.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인 유의성도 확보했다(모두 P<0.01).

환자들이 느끼는 삶의 질도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더욱 개선됐다. 건강 관련 삶의 질 측정도구(EQ-5D)를 이용해 평가한 삶의 질 변화는 치료 전 대조군이 0.573점, 집중 재활치료군이 0.542점으로 대조군에서 높았다. 하지만 이 점수도 3개월 후부터 달랐다. 3, 6, 12개월에 평가한 삶의 질은 대조군에서 0.398점, 0.436점, 0448점,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0.438점, 0.467점, 0.478점으로 두 군 간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모두 P<0.01).

특히 초기 집중재활의 역할은 장애 예방에서 돋보였다. 전체 환자 중 6개월 동안 장애가 개선된 환자는 대조군에서 52%였던 반면 집중 재활치료군에서는 73.2%로 20% 이상 많았다. 장애가 유지된 환자는 대조군과 집중 재활치료군에서 43.3%와 23.7%, 악화된 환자는 4.7%와 3.1%였다. 뇌졸중 발병 6개월 후 장애등급이 낮아진 비율도 집중 재활치료군이 약 58%, 대조군이 약 49%로 9% 차이가 났다(P<0.05).

김 교수는 "초기 집중 재활치료를 통해 대부분 뇌졸중 환자의 장애가 개선됐다"면서 "초기 재활치료는 중증 및 중등도 장애를 가진 환자의 6개월 후 기능 회복과 장애 예방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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