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마늘·백옥주사, 피로회복·피부미용 효과 명확한 근거 없어
"과도한 사용·맹신이 문제...'영양주사=비도덕' 낙인은 삼가야"

청와대 의약품리스트 공개와 맞물려, 태반주사와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 각종 영양주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각종 문헌을 근거로 보면, 해당 의약품들은 각기 갱년기 장애와 간 기능 개선, 또 비타민 결핍증 방지 등에 대해서만 효과를 증명한 상황. 

피로회복이나 미용목적으로의 사용은 검증된 허가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의 사용을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근거없는 치료법"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경험적 측면에서 일부 효능이 목격되기도 한 만큼 이의 처방을 무조건 비도덕적인 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통령도 맞았다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2014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동안 일명 태반주사인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인 푸르설타민주 등의 영양주사를 300개 이상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대통령이 피로회복 또는 미용목적으로 해당 의약품들을 주기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맞물려 해당 주사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선진료 논란과는 별개로, 이른바 대통령이 맞는 피로회복·미용주사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언이다.

태반주사, 피부미용 피로개선은 잘못된 사실 

태반주사(라이넥주)는 2000년부터 수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태반주사가 승인받은 효능은 갱년기 장애 개선과 간기능 개선 정도이나, 일선 병원에서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과 더불어 피부재생에에도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는 사례가 있다. 

태반주사의 피부미용 효과는 입증된 것일까?

이 같은 물음에 전문가들은 미용효과와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한 연구결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시행된 몇몇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태반주사의 효능 및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소규모로 진행됐던 만큼, 안전성 관련 확실한 근거가 도출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009년 시행한 태반제제의 임상적 효과성 및 안전성 평가결과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었다. 피부미용, 피로개선, 면역기능 개선 등에 대한 효과 및 안전성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 

연구는 1만 7195편의 문헌 검토, 인태반 제제를 주사, 경구, 또는 국소적으로 사람에 투여한 연구논문 144편을 평가하는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으로 수행됐다. 

당시 연구를 주관했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배종면 전 연구위원은 "식약처 허가 이후 17년간 사용된 태반주사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으로, 태반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초도 마늘도 노화를 방지하진 못한다 

감초주사와 마늘주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이들 주사는 각각 간 기능 개선제와 비타민 B1 등을 공급해 비타민 결핍증을 예방하는 약으로 쓰이고 있다. 

감초주사는 몇몇 논문을 통해 간수치가 정상 상한수치의 1.5배를 초과하는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환자의 간수치를 정상수치로 낮추고, 인터페론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만성간염 환자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노화방지 등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마늘주사도 마찬가지다. 

피로회복 효과를 가진 비타민 B1을 마늘의 알리신 성분과 결합시켜 흡수가 빠른 주사형으로 알려지면서 피로회복은 물론 노화방지에도 효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증명한 연구결과는 역시 없다.

마늘주사는 베르니케 뇌증(Wernicke encephalopathy disease)를 비롯한 비타민 B1 수요가 증대해 음식섭취만으로도 불충분한 경우 다시 말해 소모성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임산부, 수유부, 격렬한 육체 노동시에 처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허가된 효능 이외로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함께 명시했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동반되는 부작용도 많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가 공개한 권고사항에 따르면 마늘주사의 무분별한 사용은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혈압저하, 가슴내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비롯한 과민증(발진 등), 오심, 구토, 설사, 두통, 빈뇨 등이 나타낼 수 있다.

"근거없는 치료" vs "비도덕 낙인은 과도"

이번 사태를 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다수 의료계 전문가는 근거없는 치료법이 청와대에서 행해졌다는 점은 문제라면서도, 이것이 '영양주사=비도덕진료'라는 공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료전문가는 가장 상식적이고 검증된 의료가 행해져야 할 청와대에서, 효과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 사용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양주사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다.

서울 모 대학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태반주사 등 영양주사는 아직까지 의학적 근거가 낮은 상황"라며 "항노화, 피로회복, 미용 등의 목적으로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태반주사 등 영양주사의 처방을 무조건 비도적인 것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전적인 목적으로 과도하게 이를 처방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임상적으로 목격된 효능까지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돈을 벌 목적으로 과하게 처방을 내린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이들 주사제의 처방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거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찬반에 대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의학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임상적으로 효과가 목격되고 있기도 해, 지금으로서는 옳고 그름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의사가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필요한 환자에게 행하는 처방까지 무조건 비도덕으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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