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도가 예방효과 좌우 교육 필요성 절실

트루바다는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백본약물이지만 HIV 노출전 예방요법으로도 사용된다. 국내허가는 아직 받지 못했다.

HIV 감염 위험이 높은 비감염인들을 위한 노출 전 예방요법(PrEP) 가이드라인이 지난 25일 대한에이즈학회에서 공식 발표되면서 우리나라도 HIV 예방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질병관리본부의 PrEP 도입 계획에 따라 대한에이즈학회가 예방지침위원회를 구성, 개발한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국내 HIV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학계와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아직 약제(적응증 추가)가 없는 상황임에도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는 점은 학계와 정부가 늘어나는 HIV 감염자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글로벌 정책방향과도 괘를 같이 한다. 유엔(UN)은 2030년까지 HIV/AIDS 유행종식을 선언하고 예방 및 치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 권고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세계보건기구(WHO)도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정 권고하면서 전세계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등 선진국과 남아프리카, 캐냐, 이스라엘, 호주 등도 유일한 예방약인 트루바다에 예방 적응증을 승인했다. 우리나라도 내년 하반기에 적응증 획득이 확실시 된다.

따라서 정착이 이뤄지면 HIV 감염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고, 특히 국내의 경우 MSM 간의 성행위를 통한 감염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박옥 연구원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예방정책을 강화하면 HIV 신규 감염은 감소추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현재 본부에서는 국내 실행방안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에이즈학회 신형식 교수는 "젊은 에이즈 환자의 증가하면서 국내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가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노출전 예방요법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국내 에이즈 관리 정책이 진일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하지만 우려점도 있다. 현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노출 전 예방요법의 효과는 95% 이상이다. 다만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려면 약물을 잊지 않고 잘 복용해야 한다.

충남의대 김연숙 교수는 "(예방효과의)절대조건이 순응도"라고 강조하면서 "조금이라고 순응도가 떨어지면 예방효과가 떨어진다. 실생활에 도입시 장기간 높은 순응도를 잘 유지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사전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감염내과 전문가들이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예방요법이 도입되면 콘돔 사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위험이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며 "콘돔 지속 사용에 대한 교육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향의대 김태형 교수는 "젊은 20~30대 HIV 감염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파트너 또한 젊어서 HIV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 같다"며 "또한 이들이 필요할 때 마다 복용하는 온디멘드 요법을 인지할 경우 매일 복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할 때만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절대적으로 감염전문가에 의해 교육과 동시에 처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경제적인 부분에서의 해결과제도 있다. 현재 정부는 이를 보험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에이즈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에게 세금을 쓴다는 점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 박옥 연구원은 "장기간 복용으로 적잖은 비용이 지출되는데 질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은 아직 없었던 부분이라서 부정적 인식이 있을 것이다"며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한에이즈학회 신형식 이사장

연세의대 최준용 교수는 "정부가 예방목적의 약제를 보험으로 커버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 과연 보험급여로 해결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가능하더라도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도입과정이 순탄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한에이즈학회 신형식 회장은 "노출 전 예방요법은 우리나라는 HIV 감염 청정국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방법"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예방요법이 급여화되면 우리나라 HIV 감염자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종식도 가능하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HIV 생존 감염인은 모두 1만502명이다. 매년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5년에는 1152명이 신규감염자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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