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상당수 추가보상없이 휴일근무...민주제약노조 문제제기로 최근에서야 진행

▲ 다국적 제약 및 유통회사인 쥴릭파마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2년으로 규정돼 있는 비정규직 채용을 최대 7년까지 연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국적 제약사가 근무하기 좋은 회사 또는 엄마가 일하기 편한 회사라는 기사가 언론에 포장돼 나올 때면 허탈함을 금치못한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한 영업사원이 한 말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근무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본지가 다국적 제약사에 근무하는 한국민주제약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실상을 들어본 결과, 국내 실정법(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제약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회사는 인사관리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불거지는 문제는 휴일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지난 수십년간 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 근무시 대체휴일 주거나 근무일수에 급여를 1.5배로 지급해야한다. 하지만 많은 다국적 제약사는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다가 지난 2012년 한국민주제약노조가 공론화하면서 부랴부랴 해결하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제약사가 한국인 사장으로 바뀌었음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제약노조의 한 임원은 “과거 외국인 사장들이 많았을 때에는 한국 상황을 모른다고 일관하면서 무시해왔고, 한국인 사장들은 스스로 기득권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노조가 문제 삼는 부분을 불편해 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법하고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모두 방관자적 입장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능력만 부각시켜 더 높은 자리를 하려는 욕심과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인사관리 담당자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민주노조 한 임원은 “인사관리 전문가가 법위반이라고 설명해도 사장(대표이사)이 무시하거나 지시하면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회사를 떠나거나 사장과 한뜻을 이루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미국계 회사인 쥴릭파마는 비정규직원을 최고 7년까지 채용해오면서도 사내 인사담당자들이 이를 묵인해왔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회사 또한 인사전문가가 있었다. 이쯤되면 직원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고의 복리후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겸춰진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노조 측은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BMS, 얀센 등도 이른바 잘나가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휴일근무 보상도 민주노조 설립을 계기로 문제제기를 한 이후 해결이 됐다”며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제약사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지 않던 비용을 지출하면서 사측의 대응도 하나둘 나타나는 양상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말 학회에 영업사원 대신 에이전시(행사판촉) 직원을 내보내는 등 편법도 나타나고 있다. 대응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 인사 담당자들이 모임까지 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근무시간 외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특히 금요일날 늦게 문자를 보내 자료제출을 지시하고 월요일까지 제출해달라는 등의 퇴근 이후의 지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휴일근무임에도 직원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노사 간의 고소고발 사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조가 있는 다국적 제약사 두 곳 중 한 곳이 임금 및 고용과 관련된 소송으로 법적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민주제약 노조 김문오 위원장(사노피)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노동법위반을 해왔음에도 이를 개선할 의지는 없고, 제약 홍보 대행사에 많은 비용을 써가며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만 알려왔다는 점에서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성장 뒤엔 아낌없는 영업사원들의 희생이 있었는데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의 태도가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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