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시프트`를 꿈꾸다




연세의료원이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임상시험센터 봉헌식`을 갖고 800여평 규모의 최신 시설을 갖춘 임상시험센터를 선보였다. 센터는 세브란스 병원과 영동세브란스 두 곳으로 나뉘어 공동으로 관리·운영되며, 영동세브란스병원의 경우 475평 규모로 올 10월 개소할 예정이다.
 특히 11월에는 새 병원에 추가로 임상시험센터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으며, 연구인력 400여명과 함께 5년간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임상연구자들에게 확실한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연세의료원은 10년전부터 임상약리학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임상시험에 관한 의지와 포부를 보여왔지만 공간이 문제였다. 하지만 공간 부족도 새 병원 완공과 더불어 해소됐으며 동시에 복지부로부터 지역임상시험센터로 지정되는 등 경사가 잇따랐다.
 특히 연세의료원 임상시험센터는 독립된 공간에 임상시험만을 위한 공간 구성을 실현했다. 임상시험 진행과정에 맞게 구역을 설정했으며, 동선도 최소화했다. 이렇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임상연구의 스피드를 향상시키고 질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임상시험센터 소장은 "그동안에는 임상연구 시설들이 병원 곳곳에 산재돼 있어 방 한 칸을 빌려 회의실이나 병동으로 활용하는 등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임상시험센터 개소로 연구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센터에는 연구자가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센터 내 외래진료실이 별도로 마련돼있다. 임상피험자는 별도의 공간에서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53베드 규모의 연구병동도 국내 최고다. 50명 이상이 한꺼번에 같은 환경에서 치료하고 예후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뢰자들의 큰 호평을 얻고 있다. 환자를 분산해 치료하는 것은 임상시험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
 박창일 세브란스 병원장은 "우리센터는 영동세브란스병원의 환자까지 더해 국내 최대의 환자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서 향후 적응증 확대에 관한 연구는 물론 세포치료제, 유전자 공학 치료제 등의 첨단치료제를 임상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이 이미 선진국 수준인만큼 연구공간, 시설, 장비, 전문인력 및 행정에 이르기까지 연구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 대해 지원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국제적인 초기임상 시험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 소장은 e-IRB의 경우 신속심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원칙적으로 대면심사가 원칙인 만큼 법률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공동 IRB 등이 신속심사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원주기독병원, 용인세브란스 병원 등과 함께 자체 4개 IRB 위원회가 존재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공동 IRB를 시행해 스피드를 살릴 계획이다.
 연구인력을 위한 지원시설도 만만찮다. 연구에 참여하는 업체를 위해 휴게실 및 샤워실 등도 마련되어 있으며, 임상간호사, 코디네이터들을 위한 연구·학습 공간, 임상시험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자료실 대거 운영 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박 소장은 단기적으로 임상시험을 위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 연구자들이 편안하게 시설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실을 기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초기임상을 진행하는 등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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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임상도 한국 몫으로"
박 민 수 연세의료원 임상시험센터 소장



"임상연구자들이 연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인프라를 활용케 하는 것이 목표다."
 연세의료원 임상시험센터 박민수 소장(임상약리학교실)은 임상시험이 각 병원 경영과 의료원의 명예에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붐`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설명하면서 단기과제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최근 임상시험 의뢰건수 증가는 지역임상시험센터 지정과는 무관하다고 전한 그는 2년내에 사람 몸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초기임상과제도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맡아 나가는 수준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전문인력 양성을 제일 과제로 꼽았다.
 의료진은 선진국 수준에 올랐지만 아직 임상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임상시험의 핵심축의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 연세의료원측은 내·외부적으로 임상시험 인력의 전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박 소장은 "장비를 하나 지원하는 것보다 전문인력을 한명 충원하는 것이 임상시험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면서 국가가 이들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또한 통계, IRB, 전산영역 인력들도 임상시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청의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해 리뷰과정에서 많은 부하가 걸려 시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한 그는 대만이나 호주와 같이 외부 자문기구를 두어 임상시험에 대한 리뷰를 전담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세브란스병원과 영동세브란스이 통합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질적 측면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밝힌 그는 "많은 수의 환자도 주요 경쟁력 중 하나"라면서 "암이나 심혈관 계통은 조금만 지원하면 연구자들이 훌륭히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지만 세포치료제 등은 쉽지 않다. 어려운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상대적으로 R&D에 취약한 국내제약사들과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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