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RCT 메타분석 결과, 당뇨병 관계없이 6개월 안전
"메타분석 한계있어…환자에게 맞는 맞춤의학 필요"

약물용출스텐트(DES)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최적 지속기간에 대한 학계의 논쟁이 뜨겁다. 특히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의 DAPT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최근 DES로 PCI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에 따른 DAPT 지속기간에 대해 메타분석한 결과가 BMJ 11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려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총 6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메타분석한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상관없이 DAPT 6개월(단기간) 요법이 12개월(장기간) 요법보다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당뇨병 동반 환자, PCI 후 DAPT 지속기간 논란2016년에 발표된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에서는 DES로 PCI를 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에게 스텐트 혈전증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1년 정도 DAPT 기간을 권고한다.하지만 DAPT 기간이 길어질수록 출혈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치료비용도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DAPT 기간에 대해서 학계의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특히 당뇨병은 PCI 후 발생하는 죽상경화증, 질환 진행, 스텐트 재협착 등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DAPT 기간을 결정하는 DAPT 스코어(score)에서는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 1점을 부여해 지속기간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뇨병 동반 유무에 따른 DAPT 최적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몇 가지 연구를 살펴보면, 2015년 독일헤르젠트룸병원 Stefanie Schupke 박사팀이 발표한 ISAR-SAFE 하위분석에서는 DES를 받은 당뇨병 환자에서 12개월 요법군이 6개월 요법군보다 심장사건 발생 위험이 높았다(OR 1.37; 95% CI 0.57~3.29).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연구팀은 6개월로도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Eur Heart J. 2015;36:1252-1263.).반면 2012년 서울의대 김효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연세의대 장양수(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주도한 EXCELLENT 하위분석 따르면, 스텐트 시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에서 목표 혈관 실패율(TVR)은 6개월 요법군보다 12개월 요법군에서 낮았다(OR 0.31; 95% CI 0.14~0.69). 스텐트 혈전증도 6개월 요법군에서 4명 발생했지만 12개월 요법군에서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Circulation 2012;125:505-513.).이렇게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의 DAPT 지속기간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상황에서, 스위스 베른의대 Giuseppe Gargiulo 교수팀은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6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 메타분석연구팀은 DES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유무에 따라 DAPT 6개월 또는 12개월의 임상 예후가 달라지는지 평가했다.이번 메타분석에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인 △RESET △OPTIMIZE △EXCELLENT △SECURITY △PRODIGY △ITALIC 연구가 포함됐다. 여기서 RESET과 OPTIMIZE는 3개월 대 12개월, EXCELLENT와 SECURITY는 6개월 대 12개월, PRODIGY와 ITALIC은 6개월 대 24개월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연구다.총 1만 1473명 환자가 포함됐다.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는 3681명(32.1%), 동반되지 않은 환자는 7708명(67.2%)이었다. 평균 나이는 각각 63.7세와 62.8세였다.일차 종료점은 1년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률로 설정했다. 여기에는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명백한 스텐트 혈전증 또는 스텐트 혈전증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포함됐다.이차 종료점은 주요 및 비주요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장사, 뇌졸중, TVR 등으로 정의했다.당뇨병 환자, DAPT 6개월 요법 시 출혈 위험 낮아

먼저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는 동반되지 않은 환자보다 MACE 발생 위험이 2.30배 높아(P=0.048), 당뇨병이 MACE를 예측하는 독립적인 위험요인임을 확인했다.

DAPT 기간에 따른 MACE 발생 위험은 당뇨병 유무에 따라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당뇨병 환자에서 MACE 발생 위험은 12개월 요법군이 6개월 요법군 대비 1.05배 높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P=0.86).

이는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에서도 유사했다. 12개월 요법군의 MACE 발생 위험은 6개월 요법군보다 0.97배로, 앞선 결과보다 위험도는 낮았지만 이 역시 의미 있진 않았다(P=0.85).

그러나 출혈 위험은 달랐다. 이차 종료점 중 하나인 주요 및 비주요 출혈 위험은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 12개월 요법군이 6개월 요법군보다 1.89배 높았던 것(P=0.02).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에서도 12개월 요법군의 출혈 위험이 1.43배 높았다. 단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는 실패했다(P=0.08). 주요 출혈 위험만 놓고 보면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12개월 요법군에서 일관되게 높았다.

심근경색 위험은 DAPT 기간에 따라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명백한 스텐트 혈전증 또는 스텐트 혈전증으로 의심되는 위험은 당뇨병 환자에서 12개월 요법군이 6개월 요법군보다 낮았다(HR 0.26; P=0.02).

하지만 연구간 이질성(heterogeneity)이 높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에서 스텐트 혈전증 위험은 치료 기간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았다(P=0.35).

Gargiulo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당뇨병 유무에 따른 DAPT 지속기간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12개월 요법은 6개월 요법과 비교해 MACE 위험을 낮추거나 허혈을 예방하는 등의 임상적 이익이 크지 않으며,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출혈 위험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당뇨병 유형 및 관리에 따른 최적 DAPT 지속기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가톨릭대학교 Jocasta Ball 교수는 논평을 통해 "당뇨병이 동반되면 꼭 DAPT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DAPT 장기간 치료가 임상적 이익보다 문제점이 많을 수 있으므로 치료 시 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메타분석 제한점 있어…맞춤의학 중요"

이번 결과에 대해 고려의대 박재형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연구에 몇 가지 제한점이 있으므로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메타분석의 경우 연구자가 생각하는 결론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하는 연구를 제외하는 경향이 있고, 실패보다는 성공했다는 논문을 선호하는 출판편향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며 "각각 연구마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조건만 맞았다고 이번 결론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DAPT 기간에 대해 그는 "DAPT를 빨리 중단했을 때 이점은 출혈 위험을 낮추는 것밖에 없다"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스텐트 혈전증인데,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치료 3~4년이 지나도 스텐트 혈전증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맞춤의학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와 메타분석 결과를 실제 임상에 일반화하기엔 위험이 있다"며 "최근 각각 환자에 맞춰서 약을 처방하는 맞춤의학이 대두되고 있기에, 임상에서는 환자에게 맞는 치료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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