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E1 억제제 베루베세스타트 임상 청신호
많은 사람이 앓고 있지만 치료제는 없었던 알츠하이머 신약이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치매로 알려지고 있는 이 질병은 뇌세포가 감소하고, 결국 기억력 장애, 인지장애를 초래하는 질병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치매환자는 64만8223명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이 되면 국내 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치매는 발병 원인에 따라 퇴행성 치매(주로 알츠하이머), 혈관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술, 외상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외부요인성 치매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퇴행성 치매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혈관성 치매도 25%나 된다.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유래 단백질이 뇌세포 주위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파괴시켜 뇌기능을 점차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아직 근본적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며, 대부분 증상을 늦추는 정도의 약물만 복용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BACE1(beta-site amyloid precursor protein cleaving enzyme 1) 억제제 계열의 알츠하이머 후보 신약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가 초기임상에서 성공해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BACE1은 뇌에서 신경독성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Aβ) 펩티드 생산을 촉발시키는 주요 효소다. 연구자들은 BACE1의 지속적이고 선택적인 차단이 베타아밀로이드(Aβ) 펩티드 유발을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구강으로 흡수돼 혈류를 타고 혈뇌 장벽(Blood Brain Barrier) 을 뚫고 뇌 안으로 들어가 베타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 BACE1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제의 개발은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BACE1의 단백질 구조 및 기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시험관시험(in vitro) 및 동물을 대상으로 한 중추신경계(CNS) 전임상 모두에서 단백질 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일련의 약물 유사물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종 베루베세스타트 성분을 만들어냈다.
베루베세스타트는 아밀로이드 전구물질로부터 베타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인 BACE1의 활동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올해 11월 초 미국의 과학전문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지 최신호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는 건강한 일반인과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시험 결과가 담겨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 결과
경증 내지 중등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반복투여 임상시험에서 베루베세스타트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을 시험했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7일 간 하루에 한 번씩 베루베세스타트 12 mg, 40 mg, 60 mg 가운데 하나를 투약 받거나 위약을 투약 받았다.
효능 측정을 위해 요추 캐 카테터를 통해 36시간에 걸쳐 참가자들의 CSF 샘플을 채취했고 베타아밀로이드40(A40), 베타아밀로이드 42 (A42), 용해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β(sAPP)를 BACE1의 생물학적 표식자로 분석했다.
그 결과, 베루베세스타트군의 경우 용량 의존성이 확인됐으며, CSF에서 BACE1의 활동 결과라 할 수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40 이 각각 57%, 79%, 84%씩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 중단을 초래한 이상반응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활력 징후 및 간 기능 테스트를 포함한 실험실 평가 분석에서도 아직까지 위약대비 변화가 없었으며, 건강한 참가자 및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모두 높은 내약성을 보였다. 보고된 이상반응에는 두통, 코막힘, 어지럼 증상 등이 대부분이었다.
EPOCH와 APECS 연구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후 연구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두 개의 3상 임상시험인 EPOCH연구(경증 내지 중등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와 APECS연구 (알츠하이머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EPOCH 연구는 현재 기본적 치료를 받고 있는 경증 내지 중등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위약대조, 병렬그룹, 이중맹검의 2/3상 단계의 임상시험으로, 베루베세스타트 12mg, 40mg용량 각각을 하루에 한 번 2회 경구 투여하거나 위약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시험한다.
1차 유효성 평가변수로 알츠하이머 증세 악화를 나타내는 ADAS-Cog(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나타내는 ADCS-ADL(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 Activities of Daily Living)를 활용해 78주 간의 치료 후 기준치(Baseline) 변화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APECS 연구는 알츠하이머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베루베세스타트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배정, 위약대조, 병렬그룹, 이중맹검의 3상 임상 시험이다.
약 1500명이 참가하며 위약 또는 베루베세스타트 12 mg, 40 mg 중 하나를 비교하게 되며 1차 유효성 평가변수로 치매임상평가척도 중 하나인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Sum of Boxes)를 활용해 총 104 주 간의 치료 후 베이스라인으로부터 변화를 측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신약탄생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