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요법에 이은 약물치료의 당뇨병 예방효과 부각

 

당뇨병 전단계부터  선제적 대처로 유병률 끌어 내려야  
고위험군 약물예방 근거에 美 적극 권고… 韓 부작용·비용부담 들어 미온적

당뇨병 대란이 코앞이다.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당뇨병 대란의 전조들이 우후죽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당뇨병 환자 증가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당뇨병 발생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의 고위험군 환자들은 더 많다.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노인 당뇨병의 유병률은 젊은 연령대에 비해 배는 높다.

당뇨병 환자에 다중 만성질환이 동반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도 심각한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혈당을 목표치까지 낮추고 유지하는 당뇨병 조절률은 여전히 바닥. 당뇨병 환자에서 비만·지질·혈압의 관리도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유병률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6’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13.7%로 480만명이 고혈당으로 고통받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기반해 당뇨병 진단 및 비진단, 약물치료 및 비약물치료 환자까지 총괄한 것으로 학계와 보건당국의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뇨병 전단계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당뇨병 전단계 유병률이다. 우리나라 성인인구 4명 중 1명은 당뇨병 발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공복혈당장애(IFG) 단계에 놓여 있다. 830만명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의 당뇨병 발생을 막지 못하면 당뇨병 대란은 곧 현실이 된다.

당뇨병 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조남한 교수(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세계당뇨병학회 차기회장)는 “한국의 당뇨병 유병률이 경제성장과 함께 계속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 당뇨병 고위험군인 내당능장애(IGT)·공복혈당장애 등 당뇨병 전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예방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예방이 최선의 공격
미국의 당뇨병 역학 전문가인 벤켓 나라얀(Venkat Narayan, 에모리의대) 교수는 당뇨병과의 전쟁을 완전한 승리로 이끌려면 당뇨병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 이상의 유병률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것. 그는 “내당능장애 환자에서 생활요법 또는 메트포르민 약물치료로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가 있고, 이들 예방전략이 비용효과적이며 궁극적으로 심혈관 사망률이나 망막병증과 같은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며 당뇨병 전단계의 검진과 처치를 적극 요구해 왔다.

내당능장애나 공복혈당장애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정상혈당과 비교해 1.5배 정도 높다. 두 병태가 겹치면 위험도는 2배로 증가한다. 이들 당뇨병 고위험군을 방치하면 종국에는 당뇨병 환자가 되고 만다는 것인데, 생활요법이든 약물치료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발생 자체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선제적 대처 못하면 대란 현실화

 

한림의대 김철식 교수(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내당능장애·공복혈당장애·임신성 당뇨병·다낭성난소증후군·비만 등의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특히 내당능장애와 공복혈당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면 당뇨병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데, 단독 내당능장애나 공복혈당장애의 경우 당뇨병 발생비율이 연간 20명당 1명 정도라면 두 병태의 동반 시에는 10명당 1명 꼴이다.

여기에 내당능장애의 경우 그 자체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치료의 필요성이 더해진다. 당뇨병 전단계 또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당뇨병 이환을 선제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당뇨병 대란을 막을 길은 요원해진다.

노인 당뇨병·동반질환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당뇨병도 대란과 직결된다. 대한당뇨병학회 보고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30.4%로 30세 이상 성인의 곱절에 해당한다. 고령자 3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당뇨병을 어떻게 막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전쟁 성적표도 달라질 것이다.

당뇨병의 지원군 격인 동반질환 위험도 문제다.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비만 48.6%, 고혈압 54.7%, 이상지질혈증 31.6%)에서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동반돼 있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이들 심혈관 위험인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또 다른 대란, 즉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한다.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목표치로 유지하는 혈당 조절률은 50%를 넘지 않는다. 당화혈색소(A1C) 7% 미만 조절률은 43.5%, 6.5% 미만 조절률은 23.3%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목표치를 A1C 6.5% 미만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성적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제대로 조절하고 있는 환자의 비율도 각각 69.1%와 49.8%로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당뇨병 예방전략
이렇듯 암울한 결전을 앞두고, 최근 혈당강하제 약물요법을 통한 당뇨병 예방의 혜택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 대란의 초침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학계와 보건당국이 당뇨병을 사전에 막아내는 예방전략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당뇨병학회(ADA) 저널 Diabetes Care에는 혈당강하제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보고한 두 연구가 연이어 게재됐다. D-CLIP과 IRIS 연구가 주인공으로, 당뇨병 전단계 또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생활요법에 더해 조기에 약물치료를 적용했을 경우 생활요법 단독 또는 위약 대비 당뇨병 발생빈도를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생활요법 대비 메트포르민
D-CLIP 연구팀은 아시아인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요법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보고했다. 단독 내당능장애(IGT), 단독 공복혈당장애(IFG), 또는 IGT·IFG 복합장애를 동반한 비만·과체중 환자들을 생활요법 또는 생활요법 + 메트포르민 그룹으로 나눠 치료한 결과다. 3년 추적·관찰 동안 당뇨병 발생빈도는 34.9% 대 25.7%로 약물치료를 더한 그룹의 상대위험도가 32% 유의하게 낮았다.

당뇨병 상대위험도 감소는 내당능장애·공복혈당장애 36%, 내당능장애 31%, 공복혈당장애 12%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50세 이상이거나 비만인 환자군에서 상대위험도 감소의 폭이 커, 고위험군으로 갈수록 약물치료의 예방효과가 증대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장기간·안전한 예방효과
대표적 경구 혈당강하제인 메트포르민은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 예방효과가 장기간 안전하게 발휘되는 것으로 검증받은 바 있다. 집중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 약물요법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본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 연구를 놓고 3년과 10년에 이어 15년까지 장기관찰한 결과다.

DPP 연구의 15년 관찰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은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의 당뇨병 발생률은 위약군에 비해 18%(위약 대비 생활요법 27%) 낮았다. 본래 연구의 3년(31%↓, 생활요법 58%↓)결과와는 차이를 보이지만 10년(18%↓, 생활요법 34%↓) 관찰결과는 그대로 유지됐다.

피오글리타존…IRIS
뇌혈관질환 병력의 인슐린 저항성 환자에서 티아졸리딘디온계 피오글리타존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입증한 IRIS 연구는 부차적으로 검증된 당뇨병 예방효과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다. 최근 발표된 IRIS 연구의 추가분석 결과에 따르면, 4.8년의 추적·관찰에서 피오글리타존과 위약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3.8% 대 7.7%로 피오글리타존군의 상대위험도가 52% 유의하게 낮았다.
피오글리타존 역시 앞선 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 예방효과를 검증받은 바 있다. 내당능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ActNow 연구에서 당뇨병 발생빈도가 2.1% 대 7.6%로 생활요법군 대비 피오글리타존군의 상대위험도가 72% 유의하게 낮았던 것. 이 연구에 근거해 미국 등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과 함께 피오글리타존이 당뇨병 예방 약물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생활요법만으로 역부족
체중과 식이를 조절하는 생활요법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를 통한 당뇨병 예방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당뇨병 대란을 막아낼 마땅한 대안을 아직 손에 쥐지 못했기 때문일까? 검증되고 지속 가능한 당뇨병 예방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단계에서 당뇨병 고위험군의 당뇨병 이환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요법이 1차적으로 적용된다.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집중 생활요법의 적용이 당뇨병 예방에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돼 왔다. 하지만 생활요법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끌고가지 못한다는, 순응도의 문제를 맹점으로 안고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물치료 당뇨병 예방근거
혈당강하제의 당뇨병 예방 근거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계,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이 갖추고 있다. 미국 내분비학계는 이에 근거해 당뇨병 예방에 생활요법과 더불어 혈당강하제 치료를 더하도록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16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전단계 환자, 특히 체질량지수(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 당뇨병 병력의 여성에서 제2형 당뇨병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도 당뇨병 전단계 치료 알고리듬을 통해 생활요법과 함께 메트포르민과 아카보스, 이어 티아졸리딘디온계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韓 학계 아직은 미온적
우리나라 학계는 혈당강하제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부작용 위험과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당뇨병 예방 약물치료를 적극 권고하지는 않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5년 새 진료지침에서 “여러 연구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당뇨병 고위험군에서 당뇨병 발생을 의미 있게 지연 또는 예방할 수 있었다”며 당뇨병 예방 약물요법의 근거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들은 일부 환자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했는데, 중등도 이하의 불편감에서부터 심각한 심혈관질환까지 발생할 수 있고 메트포르민을 제외한 약제는 고비용의 단점이 있다”며 한계 또한 지적했다.

“부작용·비용부담 고려돼야”
최종적으로 학회는 “이러한 부작용과 비용문제로 인해 당뇨병 고위험군에서는 1차적으로 정상체중 유지·식습관 개선·정기적인 운동을 권장해야 하며, 생활습관개선 대체 목적의 약물사용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철식 교수는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에게 혈당강하제 예방요법을 적용할 경우 위험 대비 혜택과 비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기 때문에 메트포르민 등이 합리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다만 우리나라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임상진료에 이를 일괄적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중론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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