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로 엮어 세계로 나가자
정부는 1990년대 `10대 국책연구개발사업`에 신약개발을 포함시켜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범국가적 지원을 펼쳤다.
그런데 과학기술부가 최근 보고한 해당 국책사업 분석에 따르면, 신의약·신농약기술개발사업은 `임상인프라 미비로 후보물질 제품화가 미흡했던 분야`로 평가해 정부 스스로 부족한 성과를 인정했다.
실제로, SK케미칼의 선플라주에서 가장 최근의 동아제약 자이데나까지, 지난 15년간 식약청 승인된 국내사 개발신약은 총 14개. 신약개발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신고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투자 대비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걸음이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된 신약은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유일해 선진 제약산업국으로서 국제적 공인은 아직 요원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임상시험 자력기반의 미비를 꼽는다. 신물질 개발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으나, 임상단계에서 관련 인프라 및 전문인력 부족으로 독자적 임상시험을 진행치 못하는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이로 인해 신물질기술을 해외에 양도하거나 임상시험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등 최종 제품개발의 지연 또는 중도포기, 수익성 저하의 부작용이 파생된다.
열풍을 탔던 국내 신약개발 붐이 임상시험 역할의 간과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맡고 있다. 신약개발 핵심부분인 임상시험의 국내 실시 건수가 최근 2~3년간 매년 60%대의 성장을 거듭하며 산업화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가임상시험의 급증이 이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국내 인프라가 증가 및 구축된다는 점에서 독자적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임상시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의 특성으로 21세기 지식산업의 기반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신약접근의 기회를 높여주는 등 다양한 부대효과를 제공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임상시험 시장이나 산업화의 개념은 널리 보편화되지 않았다. 당시 선진국 보건당국의 의약품 승인검토가 제품중심이다 보니, 10여개 안팎의 임상시험을 통한 품질검증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했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낸 제약사가 진행해야 할 임상시험의 수가 자국내 소화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허가제도가 환자중심적 사고로 변화되고 의약품의 안전성·독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다양한 환자군 및 인종에 따른 약물정보 등 당국이 요구하는 임상시험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통계적 유효성을 인정받는 피험자의 수도 수천명 이상으로 늘었다.
자국에서의 해결이 힘들어진 다국적 제약사들은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수요가 촉발됐다.
세계 제약업계의 환경변화도 시장확대에 기여했다. 최근 이들의 최대 고민은 신약개발 투자 대비 생산성 감소. 하나의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은 1975년 1억달러에서 최근 10억달러로, 시간은 60년대 8년에서 15년으로 증가했다. 신약개발이 여전히 제약산업의 최대 성장동력임을 고려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린 셈이다.
그런데 전체 신약개발 기간중 임상단계에 소요되는 기간은 6~7년. 2002년 전세계 신약개발 비용 470억달러 중 2·3상 임상시험에 소요된 비용은 약 30%. 임상단계 모두를 따지면 전체 개발비용의 최대 60%까지 육박한다. R&D에 사활을 건 다국적제약사들이 임상시험 외주시장으로 해당 요인의 절감여건과 고품질의 의료수준을 갖춘 한국 등 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역량을 높여 21세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자는 것이 오늘의 임상시험산업화 움직임이다.
이제 불기 시작한 임상시험의 산업화 바람을 신약개발로 이어 2006년 새해를 우리 제약계가 세계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만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