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병용·복합제 적용 가능성↑

 

SPRINT라는 새로운 근거에 직면한 고혈압학계가 기존보다 공격적인 강압 쪽으로 방향타를 틀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최종목표에 한시라도 빨리, 정확하게 도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뒤따르거나 뒷받침하기 위한 임상현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조기에 혈압을 최대한 강압시키고자, 초기부터 항고혈압제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을 적용하는 전략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표까지 강압이 최우선
SPRINT 연구의 목적은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20mmHg 미만으로 가정하고, 이 수준까지 낮췄을 때 기존 140mmHg 미만과 비교해 임상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시험군 환자들의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연구등록 시점에서 시험군(집중조절)과 대조군(표준조절)의 수축기혈압은 132mmHg 이상이 34% 대 33%, 133~144mmHg이 32% 대 33%, 145mmHg 이상이 동일하게 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시작 시점 양 그룹에서 사용된 항고혈압제의 수가 모두 1.8개였다는 것이다.

항고혈압제 수 증가
치료·관찰 과정에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집중 혈압조절군의 경우, 평균 3개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했다.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군 역시 혈압강하에 사용된 항고혈압제가 평균 2개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치료 항고혈압제 수가 2개인 경우는 집중과 표준조절군에서 각각 30.5%와 33.3%, 3개는 31.8%와 17.2%, 4개 이상인 경우는 24.3%와 6.9%에 달했다.
 

 

집중조절군에서는 2제병용과 더불어 3제·4제병용까지 더 많은 항고혈압제가 투여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집중조절군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치료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he lower’ 혈압조절을 위해서는 The more’ 항고혈압제가 전제돼야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기병용의 타당성
미국고혈압학회(ASH)의 설명에 따르면,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6mmHg 정도다. 환자의 혈압이 140mmHg 이상이라고 가정한다면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 120mmHg 미만의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 목표치에 정상혈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낮게 잡힌다면,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의 실용성은 떨어지고 부득불 2제 이상의 병용요법 적용이 불가피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에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신속하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항고혈압제를 병용투여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SPRINT를 고려한다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초기적용이 더욱 부각된다.

강압효과 부가혜택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 특히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복합제를 조기적용하는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단독약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더블도즈(double dose) 용량이나 다른 약제로의 전환보다는 신속하게 추가적인 약물을 더하도록 패러다임 자체를 병용요법 쪽으로 가져간다.

이처럼 고혈압 치료에서 병용요법이 핵심으로 부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약물치료의 유효성·안전성·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고혈압제의 병용은 단일요법과 비교해 혈압강하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데 기반한다. 서로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혈압상승의 원인이 되는 다른 타깃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H는 “일반적으로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의 약물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Am J Med 2009;122:290-300)”고 밝혔다.

내약성·순응도 개선
전반적인 내약성 개선 역시 병용약물을 선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약제를 늘리면 부작용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약제 간 상호보완 작용으로 인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저용량 초기 단일약제에 또 다른 항고혈압제를 추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순응도는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력의 두 항고혈압제를 놓고도, 순응도에 따라 효과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응도를 놓고 본다면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제가 선호된다. 치료를 간편화시키고 알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ASH는 복합제와 이를 구성하는 개별 약물을 비교한 9개 임상시험의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 복합제를 통해 약물 순응도를 26%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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