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수치와 심뇌혈관질환 위험 간 연관성이 임상현장에서 오랜 시간 확고한 근거를 기반으로 자리잡아온 가운데, 최근에는 혈압 변동성과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간 연관성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올해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ISH 2016)에서도 혈압 변동성에 대한 다수의 세션들이 마련됐다. 대표적으로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혈압 변동성이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아웃컴을 비롯한 다양한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혈압 변동성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신 교수와 일맥상통한 의견을 제시했다.

변동성의 분류
혈압 변동성의 평가를 논하기에 앞서 전문가들은 변동성의 다양한 스팩트럼을 전제했다. 변동성이 단기(short term)부터 장기(long term)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동맥·심폐기능, 류마티스성·행동감정학적 인자, 약물의 용량조절, 고혈압 치료에 대한 낮은 순응도, 혈압측정의 오류 등이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변동성을 크게 초단기(very short term)로 발생하는 심박 간 변동성(beat-to-beta), 단기(short term)로 구분되는 24시간 내 변동성, 장기(long term)로 구분되는 일일(day-to-day) 변동성, 진료실 방문 간(visit-to-visit) 변동성으로 구분했다.

교육세션에서 혈압 변동성 관련 연구를 발표한 일본 지치의대 Kazuomi Kario 교수 역시 “모든 종류의 혈압 변동성이 혈관질환 위험과 연관성을 보인다”고 강조하며 박동 간(beat-by-beat), 기립성(orthostatic), 주행성(diurnal), 일간(day-by-day), 진료실 방문 간(visit-to-visit), 계절성(seasonal), 연간(yearly)으로 구분했다(Hypertension 2015;65:1163-1169)<그림>.

연관성이 치료타깃은 아니다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과 심혈관 아웃컴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들이 축적되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을 타깃으로 한 전향적인 중재전략에 모였다. 하지만 신 교수는 “변동성 자체를 임상적 관리타깃으로 평가한 임상시험은 없고, 이는 혈압 변동성이 심혈관 아웃컴과 인과관계가 아니라 연관성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혈압변동성의 임상적용에 대한 세션에서 신 교수는 엄격한 통계적 방법을 적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지만 대부분 평균혈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연구 진행에 앞서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인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과제로 꼽았다. 생물학적 인자로는 혈관의 경직, 낮은 수준의 전신 염증, 교감신경 과민성 등을 꼽았다.

특히 임상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이 혈압 변동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존 치료전략과의 차이를 지적했다. 혈압 변동성을 치료적 측면에서 적용할 경우 기존 치료전략 대비 혈압 변동성에 따른 항고혈압제 계열의 선택 및 복용전략, 순응도, 일반 클리닉 프로토콜과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추적관찰 등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현재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에 대한 직접적인 중재전략을 평가한 연구는 없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혈압 변동성 평가를 통해 단순한 항고혈압제 처방을 넘어 환자의 혈압 관련 인자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더 나은 혈압관리를 위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혈압 변동성이 심혈관 아웃컴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 교수는 “24시간 내 변동성은 심혈관 사건(뇌졸중, 심근경색증), 심혈관 사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단백뇨, 말기 신장질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일일 단위 변동성, 진료실 방문 간 변동성도 심혈관사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신장기능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다”며 환자의 아웃컴 예방 및 개선을 위해서는 변동성의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무게를 뒀다.

ASCOT-BPLA·ALLHAT 연구 사후분석
- OS 31-05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팀은 구연발표 세션에서 혈압 변동성과 심뇌혈관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대표적인 근거로 꼽히는 ASCOT-BPLA 연구와 ALLHAT 연구의 추가분석을 발표했다.

혈압 변동성이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ASCOT-BPLA와 ALLHAT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혈압 변동성은 12주내 진료실 방문을 통한 수축기혈압의 표준편차로 정의했다. 혈압 변동성은 선형 모델로 분석해 베이스라인 수축기혈압, 뇌졸중 병력 등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ASCOT-BPLA 연구에서는 뇌졸중 병력자 2046명을 분석한 결과 비뇌졸중 환자군보다 혈압 변동성의 폭이 컸고 이는 암로디핀군과 아테놀롤군 모두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ASCOT-BPLA 연구에서는 12.3%에서 뇌졸중이 재발했고, 뇌졸중 환자들 모두 혈압 변동성이 높았다(P=0.0068). ALLHAT 연구 내 뇌졸중 병력 환자 2173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제시됐다(P=0.0134).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혈압 변동성의폭이 큰 환자에서 뇌졸중 재발 위험이 높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혈압 변동성과 뇌졸중 간 연관성을 강조했다.  임세형 기자

혈압 변동성 관련 구연발표·포스터 연구

한국 인구기반 코호트 대상
대사증후군-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
OS 06-08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팀은 한국유전체역학연구(KoGES) 자료를 기반으로 대사증후군과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 간 연관성을 평가했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대사증후군이 없고 고혈압 약물도 복용하지 않는 3452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대상 환자군의 평균연령은 53.5세, 50.2%는 남성이었다.

평균 5.91년을 추적관찰한 결과 연령, 성별, 대사증후군 위험인자 등을 보정했을 때 평균 수축기혈압(OR 1.042, P<0.001)과 이완기혈압(OR 1.059, P<0.001)은 대사증후군 발생과 연관성을 보였고 평균 수축기·이완기혈압 표준편차도 대사증후군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수축기혈압 OR 1.036, 이완기혈압 OR 1.053, P<0.001).

종합적으로 평균 수축기·이완기혈압, 표준편차들을 분석했을 때는 평균 수축기혈압(OR 1.033, P<0.001)과 이완기혈압(OR 1.033, P<0.030) 표준편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력을 보였다.

동맥성 고혈압에서 진료실 방문 간 변동성
LBPS 02-45

러시아대학 Elena Troitskaya 교수팀은 ISH 2016 Late-Breaking Poster 세션에 진료실 방문 간 혈압 변동성과 심혈관 아웃컴 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대상 환자들은 동맥성 고혈압 환자들로 합병증 비동반군(그룹 1),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동반군(그룹 2), 좌심실박출량 감소 심부전 동반군(그룹3)으로 분류됐다.

최초 혈압 평가결과 그룹 1은 126.4±7.6/76.7±7.2mmHg, 그룹 2는 125.5±7.5/75.2±8.8mmHg, 그룹 3은 127.6±15.1/77.9±8.3mmHg이었다. 최종 방문에서의 혈압은 각각 123.7±9.7/76.8±6.7mmHg, 124.2±13.4/72±8.5mmHg, 123.6±13.6/74.8±8.9mmHg였다. 환자군별 수축기혈압 격차는 그룹 17.2±3.6mmHg, 그룹2 7.8±6.6mmHg, 그룹3 10.2±3.8mmHg으로 중증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SCOT-BPLA

ASCOT-BPLA 연구 추가분석 결과(Lancet Neurology 2010;9:469-480)는 혈압 변동성과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연관성을 보고한 대표적인 근거로 꼽힌다. 분석결과 ASCOT-BPLA 연구에서는 암로디핀군의 수축기혈압 편차가 아네놀롤군보다 낮았다(P<0.0001). 이 편차의 차이는 외래방문 간 변동성의 감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추가적으로 외래방문 시 변동성, 24시간 활동혈압 변동성을 평가했을 때도 암로디핀군의 수축기혈압이 더 낮았다(P<0.0001).

베이스라인 대비 변화를 분석한 결과는 변동성에 대한 두 치료군의 차이를 확인시켜줬다. 암로디핀군에서 변동성은 감소한 것에 비해 아테놀롤군에서는 증가했고, 궁극적으로 뇌졸중 위험의 차이로 이어져 암로디핀군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 0.78, 95% CI 0.67-0.90). 평균 수축기혈압도 16% 낮았다(0.7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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