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B, AMI 환자 ACE억제제 대안으로 충분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억제제 계열로 꼽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는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보이는 대표적인 1차 항고혈압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임상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방향의 차이를 보이는데 심근경색증 환자에 대한 적용이 그중 하나다.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ISH 2016)에서 관련 강의를 진행한 경희의대 김종진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전반적인 근거들과 한국인 환자 대상 등록사업연구 결과 ACE억제제는 심부전 및 좌심실 수축기 기능부전이 동반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고, ARB는 ACE억제제의 대안전략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Guidelines say...
해당 환자군에 대한 ACE억제제와 ARB의 위치는 가이드라인에서 읽을 수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2012년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좌심실 수축기 기능부전, 당뇨병이 이환된 환자에서 STEMI가 발생하면 24시간 내 ACE억제제를 투여하도록 했고, 발사르탄을 주축으로 한 ARB는 ACE억제제를 투여할 수 없을 경우 사용하도록 했다(Class Ⅰ).
2015년 지속성 ST분절 상승이 없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가이드라인에서도 일관된 맥락을 보였다. 심부전이 있는 환자 중 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인 환자의 사망, 심근경색증 재발, 심부전 입원 위험감소를 위해 1차적으로 ACE억제제를 권고했다. ARB는 ACE억제제를 투여하지 못할 경우 적용하도록 한 부분도 동일하다. 2014년 미국심장협회(AHA)·심장학회(ACC) 비ST분절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ACE억제제의 현재의 입지는 다수의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먼저 SOLVD 연구(NEJM 1991;325:293)에서 에날라프릴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에날라프릴의 혜택이 확인됐다. 이후 SAVE, AIRE, TRACE 연구에서도 각각 캅토프릴, 라미프릴, 트랜도라프릴과 위약을 비교한 결과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4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Lancet 2000;355:1575-1581) ACE억제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16% 낮췄고(OR 0.74, 95% CI 0.66-0.83, P<0.0001), 재입원 및 재경색률에서도 유의한 혜택을 보였다(OR 0.72, 95% CI 0.67-0.78, P<0.0001).

ARB vs ACE억제제

 

그렇지만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ARB와 ACE억제제를 비교한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2002년 발표된 OPTIMAAL( Lancet 2002;360:752-760) 연구가 우선은 대표적인 근거로 꼽힌다. 급성 심근경색증 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에 대한 ACE억제제 캅토프릴과 ARB 로살탄의 영향을 비교한 연구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확진받았고 급성기 추적관찰기간 동안 심부전 또는 새로운 Q-wave 경색이나 재경색이 보고된 50세 이상 환자 5477명(평균연령 67.4세)을 대상으로 했다.

평균 2.7년 추적관찰기간 동안 946명이 사망했는데 캅토프릴군 16%, 로살탄군 18%로 ARB군의 위험도가 13% 높았다(relatve risk 1.13, 95% CI 0.99-1.28, P=0.07). 반면 약물복용 중단율은 캅토프릴군 23%, 로살탄군 17%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01).

2003년 발사르탄과 캅토프릴을 비교한 VALIANT 연구(NEJM 2003;349:1893-906)에서는 ACE억제제 대비 ARB의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좌심실 수축기 기능부전이 동반된 심근경색증이나 심부전을 이환하고 있는 환자를 발사르탄군(49094명), 발사르탄 + 캅토프릴군(4885명), 캅토프릴군(4909명)으로 분류됐다.

평균 24.7개월 추적관찰한 결과 사망자수는 발사르탄군 979명(19.9%), 발사르탄 + 캅토프릴군 941명(19.3%), 캅토프릴군 958명(19.5%)이었다. 하지만 카플란-메이어(Kaplan-Meier)로 1년 사망률을 분석했때는 각각 12.5%, 13.3%, 12.3%로 나타나 발사르탄과 캅토프릴은 유사하고 병용군은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대상 동등성 확인
한국인 급성심근경색증 등록사업연구(KAMIR 연구)에서도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중 좌심실 수축기 기능이 보존된 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BMJ 2014;349:g6650).
대규모 등록사업을 기반으로 한 전향적 코호트인 KAMIR 연구에서 2005년 11월~2010년 9월 1차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669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좌심실박출량이 40% 이상이었다.

환자들은 ACE억제제군(4564명)과 ARB군(1185명)으로 분류됐고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 차단제를 투여받지 않은 환자도 949명 있었다. 심장사망 또는 심근경색증 재발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ACE억제제군은 1.7%, ARB군은 1.8%로 차이가 없었고, 보정 분석(propensity score)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각각 2%, 1.8%로 유사한 수준으로 위험도를 35%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adjusted hazard ratio 0.65, 95% CI 0.30-1.38, P=0.65). 오히려 RAS  차단제 비투여군 발생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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