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규모 KAMIR 분석에서 효용성 입증

베타차단제는 대표적인 항고혈압제다.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고혈압학회(ESH) 가이드라인,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 항고혈압제 1차 약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임상현장에서 심근경색증, 심부전, 빈맥성 부정맥 환자에서 우선 권고약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ISH 2016)에서는 심근경색증에서의 베타차단제 활용전략에 대한 세션이 마련됐다.

심근경색증 1차약물
서울의대 한정규 교수(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는 심근경색증에서 베타차단제 효과에 대한 근거들을 정리했다. 한 교수는 우선 “베타차단제는 심근 산소 요구량 감소, 부정맥 감소, 심실 리모델링,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감소의 효과를 보인다”며 기전적 혜택을 전제했다.

이어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도 베타차단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24시간 이내 투여, 입원 기간 동안 지속적 투여, 금기사향으로 최초 24시간 이내에 투여하지 못할 경우 투여를 위한 재평가를 강하게 권고했다(should be initiated)”며 베타차단제의 혜택에 무게를 실었다.

베타차단제 효과 입증 근거
그렇지만 2014년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AJM 2014;127:939-953)에서 재관류술(reperfusion) 시대 전후로 효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재관류술 시대 이전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4% 감소했고 심인성 쇼크 발생률도 높지 않았지만, 재관류술 이후의 연구들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영향이 없었고 심인성 쇼크 위험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한 교수는 CAPRICORN 연구(Lancet 2001;357:1385)가 재관류술 시대 이후 베타차단제의 혜택을 보여준 대표적인 근거라고 강조했다. 급성 심근경색증 후 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인 환자 1959명을 카르베딜롤 vs 위약으로 분류해 평균 1.3년간 추적관찰했다. 분석결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위약 대비 2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위험은 29%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함께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소개했다.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 등록사업 연구인 KAMIR와 KorMI 분석 연구(JACC Cardiovasc Interv. 2014;7:592-601)에서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를 받은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9370명을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는 베타차단제 사용군(2650명)과 비베타차단제군(1325명)으로 분류해 평균 1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베타차단제군 2.1%, 베타차단제군 3.6%였고, 심장사망 발생률은 각각 1.1% vs 2.4%로 나타났다.

COREA-AMI 연구(Heart 2014년 1월 6일자 온라인판)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제시됐다. PCI를 받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3019명을 대상으로 3년 시점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한 결과 베타차단제군 5.7%, 비베타차단제군 10.8%였고 심장 사망 위험은 각각 2.6%, 7.6%로 차이를 보였다. 다변량 Cox 분석에서는 베타차단제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약 36%, 심장사망 위험을 53% 낮췄다.

베타차단제, 전부 같은 효과 아니다
한편 한 교수는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3세대 베타차단제가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심혈관 아웃컴 개선에 효과적인 점도 강조 했다. 그는 “2013 ESC·ESH 가이드라인에서 아테놀롤과 같은 구세대 베타차단제의 뇌졸중 예방 효과 부족은 구세대 베타차단제가 중심 수축기혈압 및 맥압 감소 효과가 적은 것에서 기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카르베딜롤 등 혈관확장효과가 있는 3세대 베타차단제는 중심동맥압 감소 및 지질·당대사에 대한 안전성 근거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한 교수는 국내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등록사업인 KAMIR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언급했다. 이는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로 올해 4월 순환기통합학술대회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PCI를 받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관확장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카르베딜롤, 네비볼롤)와 기존 베타차단제(비소프롤롤, 메토프롤롤)를 비교했다. 분석결과 전반적인 심혈관 아웃컴에서 혈관확장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의 혜택이 확인됐다. 심장 사망 위험은 기존 베타차단제 대비 혈관확장효과 베타차단제가 45%(P=0.003) 감소시켰다. 추가적으로 심장 사망·심근경색증 위험은 38%(P=0.002), 심장 사망·심근경색증·심부전 입원 위험은 31%(P=0.002), 심장사장·심근경색증·재관류술 위험은 20%(P=0.04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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