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의 거치면 스타트…국제요구 즉각 대처

`CTN제` 도입 후 시험건수 매년 기하급수적 증가

호주의 성공사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호주는 가장 먼저 국제적 변화를 인식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임상시험 활성화에 성공한 국가로 볼 수 있다.
 호주 정부는 1991년 임상시험통보제(clinical trial notification)라는 효율적인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호주 임상시험심의기구협의회(Australian Human Research Ethics Committee , AHREC) 에 등록된 각 기관의 임상심의기구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호주의약품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에 통보만 하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때 임상시험계획서 제출로부터 심의기구의 승인까지 평균 2개월, TGA 등록절차는 약 7.9일 걸린다. 더욱이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 참가병원의 심의기구가 AHREC에 등록되어 있으면 개개 병원 심의기구의 승인 없이 참가기관 중 대표기관의 승인만 받은 후 여러 기관들이 동시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간적 효율성 및 신속성을 추구하였다.
 임상시험 심의기구는 임상시험 계획서 검토 시 의학적인 측면과 윤리적인 측면을 분리하여 의학적인 측면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을 통해 검토하고 있으며, 윤리적인 부분은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현재 호주 임상시험의 99%가 CTN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CTN 도입 이후 임상시험 건수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02~2003년도에 호주에서만 약 2000여건의 임상시험이 실시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현주소

 우리의 임상시험역사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결코 일천하다고 볼 수 없다.
 일본에 이어 1987년에 GCP를 도입하였고 1995년부터 GCP를 의무화하였으며 특히, 2002년 12월 임상시험과 시판허가를 완전히 분리하여 선진제도인 의약품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를 도입,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제도를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승인건수도 2000년 33건에 불과했던 것이 01년 45건, 02년 53건, 03년 143건, 04년 136건, 05년 11월 현재 150건으로 새로운 제도가 임상시험 숫자를 증가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약품 시장규모가 세계 12위권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우리의 시장규모에 걸맞는 숫자나 상황은 아니며 적어도 연간 5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실시되어야 균형이 맞는다고 임상시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산술적으로도 제약시장이 우리의 70% 규모이고 의사수가 20% 수준(한국 8만5천, 호주 1만 5천)이며 인구는 절반도 안되는(한국 4천 8백만, 호주 1천 9백만) 호주에서 연 2000건의 다국가 공동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FDA에서는 미주지역 외 국가에 대한 GCP 조사결과, 아시아권 국가들에서의 임상시험의 질적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허용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등록에 필요한 허가용 임상시험에 아시아권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게 되는 등 아·태지역에서 다국가 공동임상시험 실시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아·태국가들은 자국에서 임상시험이 활성화됨으로써 얻을수 있는 장점들 즉, 환자들이 무료로 혁신적인 신약을 투여 받을 수 있는 혜택, 임상시험비 지급에 따른 외화획득, 임상시험 연구자 및 병원의 질적 향상, 업무 종사자들의 고용기회의 창출을 인식함에 따라 더 많은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만은 호주를 모델 삼아 다국가 공동임상시험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장차 우리의 경쟁상대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국가 공동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제언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업계, 학계가 합심하여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첫째 식약청에서는 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의 장점을 살려 기업에서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신속하게 검토, 다국가 공동임상시험 스케줄에 우리나라만 늦는 일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임상시험기관 등 학계에서는 연구자, 연구간호사, 약사 등 임상시험수행자에 대한 임상시험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임상시험인력을 양성하는 등 수준 높은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인식을 전환하고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신약개발에는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며 좋은 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해야 하고 의사의 관찰과 책임 하에 실시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상당한 의학적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홍보계몽활동에 정부, 학계, 산업계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수준을 높혀 아시아의 임상시험 허브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임상시험과 신약연구에 대한 주도권을 미국이나 유럽의 의약선진국에 맡기고 외국 신약이나 수입하면서 다국적기업의 아시아시장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으며 어느 쪽이든 우리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동 희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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