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박종혁·서울대암병원 신동욱 교수 연구팀 조사결과
기존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신약 임상시험에 합리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결정을 돕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참여를 보장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충북대학교병원 박종혁 교수와 서울대학교암병원 암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전국 13개 암센터의 암환자와 가족보호자 725쌍과 그들을 치료하는 134명의 암전문의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암환자와 보호자, 암전문의들에게 더 이상 기존 치료 방법이 듣지 않고 3개월 정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진행성 암환자의 상황을 표준화 시나리오로 주고, 각각 환자, 보호자, 의사의 입장이 되어서 본인이라면 임상시험에 참가하겠는지, 또는 보호자나 의사입장이라면 환자에게 임상시험 참가를 권하겠는지 물었다.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10명에 1명은 암이 줄어들 수 있고, 3명은 진행은 커지지만 않게 할 수 있고, 6명은 약이 듣지 않고 암이 더 커질 수 있으며, 효과가 좋으면 2~3개월 정도 더 살 수 있지만, 절반정도는 약 투여로 심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하지 않으면 수명 연장은 기대할 수 없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해서 증상 조절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54.1%, 보호자의 62.3%, 의사의 63.4%가 본인이 환자라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보호자의 입장이라고 가정할 때에는 환자의 55.6%, 보호자의 64.7%, 의사의 70.9%가 환자에게 1상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하겠다고 응답했고, 본인이 의사라면 환자에게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환자의 66.1%, 보호자의 70.8%, 의사의 76.1%였다.
이는 같은 입장에서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임상시험에 의사보다 더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환자들에게 정보가 정확히 주어지면 충분히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으며 막연한 기대로 위험한 임상시험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일 때 참여하거나 참여를 권하지 않겠으나, 만일 본인이 의사입장이라면 환자에게는 참여를 권하겠다는 응답자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는 의사가 본인 스스로는 원치 않는 임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가능한 임상이 있으면 환자에게 권유를 해보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는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동욱 교수는 “상당수의 의료진들은 기대여명이 길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는 신약 임상시험을 권유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 갈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정보만 잘 제공되면 환자와 보호자들도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난 만큼, 위험과 이득을 잘 설명하고 선택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박종혁 교수는 “최근 맞춤형 표적치료의 발달로 여러 항암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일반적인 위험-편익 수준에서라도 절반 이상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임상시험 참여의사를 보이는 만큼, 다른 대안이 없는 암환자들에게는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는 암 정복 계획에 암환자의 임상시험 참여를 제고시킨다는 목표지표가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치료선택에 제한이 있는 암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이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일본 임상종양학회지 (Japanese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