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으면 큰 시장 남의 것"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 신상구 교수(약리학교실)가 바라보는 최근의 임상시험산업화 바람은 아직 미풍에 불과하다. 향후 다국가임상시험 수요의 폭주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연구기관의 임상시험 시설 및 설비 등 인프라를 현재 수준에서 더블 업 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유전자 및 줄기세포치료 등 임상시험 분야에서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미개척지 개발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남다른 혜안도 엿볼 수 있다.
 세계적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며, 공급자로서는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신약개발의 길을 열고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넓힐 수 있는 임상시험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정·산·학의 노력으로 인프라 개선을 통해 국제적 수준을 인정받은 한국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신교수는 시장환경이 무르익고, 경쟁의 도화선이 불붙은 현시점에서 임상시험 활성화의 박차를 한시도 늦출 수 없다고 누누히 강조했다.


-임상시험의 경제적 가치에만 너무 들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임상시험, 특히 다국가임상시험은 많이 할 수록 인프라가 축적돼 신약개발의 길을 열고 우리나라 환자에게 맞는 특정 허가용량의 정보제공은 물론 신약사용 기회를 넓혀주는 등 효용면에서 단순한 돈벌이 차원을 넘어선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고부가가치의 이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만다. 세계시장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인도가 임상시험에 전력하고 있으며, 대만은 이미 성장기에 들어섰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 문을 연다면 한국 임상시험시장의 성장은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시장의 인프라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본다면 그리 높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광범위한 전산화를 통해, 그 효율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전국의 임상시험센터중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적용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IT 강국의 이점이 임상시험 분야에는 아직 그림의 떡인 셈이다. 행정이나 인력면에서도 독자적인 운용체계를 가동하는 센터가 극소수로, 시간·비용·질적인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진국과 대등한 인프라를 갖춘 임상시험센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또한 향후 예상되는 임상시험 수요의 폭주에는 무방비 상태다. 현 수준에서 인프라의 더블 업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지금의 시설과 설비로는 의약품을 제외한 의료기기·유전자·줄기세포치료 부문에는 전혀 손댈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작금의 지원 프로그램은, 인프라 기반을 구축하는데 집중돼 있다. 임상시험 분야는 신약개발과 연계돼 있는 만큼 장기적인 비전하에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일회성 지원을 통한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다가올 수요폭주와 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 신약개발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임상시험사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각 지역 임상시험센터들이 자리를 잡은 후에도 이를 유지 및 확대할 수 있도록 후속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시장은 공략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 장기적인 포석이 필요하다."
 -경쟁력 제고 방안은.
 "임상시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부가가치의 특성이 있지만, 신약개발 등 새로운 가치창출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 엄청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 한국시장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응용해 낼 수 있는 신가치의 거시적인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유전학이나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기초연구들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아직 관련 임상시험 분야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줄기세포 기초연구에 이어 임상시험 부문까지 선점한다면 치료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시장의 위상은 드높아질 것이다. 향후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의 미션은 이같은 미개척 분야의 개발에 맞춰질 것이다.
 한편, 정부 심사기관의 전문성이 더욱 강화된다면 임상시험 소요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자문 및 가이드라인의 제시를 통해 정부주도의 임상시험산업화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돈 기자 sdlee@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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