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커졌는데 브레인 모자라"

최근 수년간 다국가임상시험의 적극 유치를 통해 국내시장 활성화 및 자력기반 구축에 기여해 온 한국노바티스 고재욱 전무는 최근의 임상시험 활성화 바람과 관련, ▲신약개발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 ▲21세기 지식산업 허브로의 도약 ▲국민 의료혜택 증대라는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임상시험의 성장은 독자적 신약개발 시대를 앞당겨 새로운 가치창출로 대변되는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 구축의 밑거름이며, 이는 곧 환자들에게 치료기회의 확대로 돌아간다.
 신가치 창출 그리고 국민의 생명보전 및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명제의 초석이 되는 만큼, 임상시험산업화는 반드시 이같은 비전과 일직선상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고 전무가 경험해 온 우리나라의 현황은 임상개발을 직접 입안하고 이끌어 갈 브레인이 취약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으로 몸집은 커지고 있는 반면 이를 관리해야 할 머리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국가임상시험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돼 임상시험 산업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신약개발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인류의 삶의 질 증대와 함께 임상시험의 주된 목적이다. 임상시험 기반이 구축돼야 비로소 독자적 신약개발과 최고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영세했던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는 1980년대 자체적 부품 생산기반을 구축, 세계무대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임상시험의 자력기반 구축은 바로 신약개발 및 의약산업 선진화의 핵심부품을 형성하는 틀이 된다. 자동차산업의 핵심부품 국산화와 같이 임상시험의 국산화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임상시험 기반 구축이 신약개발이라는 산업적인 측면에 가져다 주는 가공할 위력을 보아야 한다. 이를 간과했던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한때 불었던 신약개발 바람의 더딘 진전을 목격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현황은.
 "임상개발의 어려움으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독자적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평가다. 연구설비·시설·제도 등 하부구조의 발전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개발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이끌 상부 리더인력이 아직 빈약하다. 임상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30%를 밑돌 만큼 투자대비 위험도가 높다. 전문적인 지식과 혜안으로 이를 주도할 브레인 역할의 기능이 성공의 열쇠다. 몸집에 걸맞는 머리를 키워야 할 때다. 국내 제약업계의 임상시험 및 신약개발 선진화가 소수업체에 의한 일회성 노력만으로는 요원하다며, 각계에서 정부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이유다."
 -임상시험 산업화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분산돼 있는 산업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을 모아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근간으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다른 히딩크가 필요하다. 주변국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데 국내는 정·산·학계의 산발적이고 미시적인 움직임만이 일고 있다. 발전은 있겠지만 더딘 속도에 경쟁력 도태가 우려된다.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이끌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가 임상시험의 산업적 측면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R&D 및 신약개발 육성이라는 명료한 입장을 밝히고 예측 가능한 일관된 정책을 펼친다면 한국을 주요시장으로 보고 있는 외국자본은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제약업계의 역할은.
 "더 많은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실시되도록 해야한다. 이를 통해 시장은 경험·인력·시설·설비를 늘리고 관리자 그룹을 양산하는 등 자력기반 구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진출해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본사의 글로벌 임상시험 프로젝트를 연구기관과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시장확대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환자중심이 돼야 한다. IRB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적용이 요구된다. 국내 진행중인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를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보건부 산하의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의 임상시험에 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한다. 식약청 차원의 임상시험 정보공개도 고려해 볼만 하다. 환자들이 갖는 임상시험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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