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중심 제약기업 성패 좌우

허가조건 엄격해져 기간 더욱 늘어…정부 지원 있어야

 신약개발 위주인 제약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연구개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며, 신약과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지식산업기반 사회로의 이행을 본격화 했다는 단초로 파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물론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회사들의 특징이기는 하나, 미국 상무성의 2003년도 자료에 따르면 연구개발 비용이 총 매출액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 화학, 항공산업이나, 7%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산업, 각각 약 10%와 1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기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 비해 제약기업은 14%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연구개발 집중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미국 터프츠 대학의 한 연구팀에 의하면 87년도부터 2001년도 사이에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연간 증가율은 10.1%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나의 신약이 도출되기까지 소요되는 실제 비용을 보더라도 기회비용을 고려하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DiMasi 등의 연구에 따르면 기회비용을 감안할 경우 2000년도 기준으로 8억불을 상회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신약 하나 내기가 까다로워지는 주 원인으로 시판허가에 필요한 임상시험을 지적하는 것이 제약 선진국들의 학계, 산업계, 정부기관 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예컨대 Windhover`s in vivo 보고서 등에 따르면 95년도에서 2000년 사이의 총 신약개발 비용은 11억불인데 반하여 2000년에서 2002년 사이에 개발된 신약에는 17억불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기 보고서나 이를 재인용한 미국 FDA의 2004년도 보고서 역시 신약개발의 급격한 비용증가가 임상시험이 주 요소인 `Critical path` 기간의 비용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60년대 신약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7.9년이었던데 반해 90년대는 12.8년으로 증가하였다. 주요 원인으로서 역시 임상시험이 지적되고 있는데, 정부 규제기관의 신약허가 조건이 엄격해지고, 임상시험에 필요한 환자 수는 증가하는데 반하여 피험자를 모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며, 만성질환 치료제의 경우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들이 신약개발 기간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약하자면 신약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신약허가 전 요구되는 임상관련 정보의 질과 양은 증가하고, 그 결과 신약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 모두를 급격히 확대시키고 있다. 이미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에 있어 말 그대로 `critical path`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신약 중심 제약기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신약개발 비용이나 임상시험 비용에 관하여 아직 체계적으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 등에 대한 통계 등은 보고되고 있으나, 현재 신약개발의 역사가 일천하고, 제대로 된 신약 도출이 아직 본격화 되지 않은 만큼 신약 1개당 개발 비용과 같은 통계 자료는 찾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일본 의약품 규제기관에서 신약허가를 위해 요구하는 임상시험의 수나 임상시험 당 참여하는 피험자의 수 등이 아직 서구 제약회사만큼 많지는 않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나, 임상시험 피험자 1인당 비용은 한국 심지어는 미국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는 점에서 상이하다. 지바대학의 야마다 교수 등의 조사에 의하면 24개 일본 연구중심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비용을 전임상단계부터 허가 단계까지 고려하여 계산하였을 때 1995년도 기준으로 신약 한 개당 56억 엔 가량이 사용되었고, 이중 전임상 개발에 55% 가량이 임상에는 35%가량으로 약 20억엔(약 2백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기회비용이나 7.7개의 프로젝트당 1개에 해당되는 성공확률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용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 수나 1인 당 비용을 고려하면 한국의 신약개발 비용이나 임상시험 관련 비용과 비중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동일제품 동일 프로토콜 하의 1상 임상시험의 경우 1인당 임상시험 비용이 영국에 비해 4내지 5배 저렴하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의 경우 미국에 비해 단지 2배 가량만 저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까지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1인당 임상시험비용이 더 이상 증가하게 되면 아직은 자본력이 미흡한 한국제약산업의 실정을 고려할 때 비용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심각히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임상시험의 질을 향상시키면서도 비용면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실패확률과 기회비용이 높은 신약발굴 등 R&D 초기 단계에서 정부의 적절한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고, 임상시험의 인적 물적 제도적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유 동 진 동아제약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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