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의료계 민감법안 줄줄이 처리...국회 "노력도 전략도 없다" 쓴소리

"첫 모의고사 결과는 사실상 낙제점 아닌가"

리베이트 처벌강화, 수술 설명의무 강화, 의료기관 개설자 진료거부 금지의무 부과 등 민감한 의료법안들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줄줄이 통과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의사협회의 '대국회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데, 실제 법안처리 과정에서도 "의협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다수 국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의료계 민감법안 '이견 없이' 법안소위 줄줄이 통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잇달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 등 계류법안들의 심의, 의결했다. 소위에서 의료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의료법 개정안을 다룬 것은 20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서는 의료계가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던 법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베이트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인재근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법안은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처벌을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징역 3년'은 형사소송법상 사후영장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 개정안대로라면 의료인에 대한 긴급체포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법안의 소위 통과 소식에 의료계는 적지 않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법안은 심의과정에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을 추가로 강화하는 내용으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했던 상황. 이에 소위 논의과정에서도 격론이 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안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와 소위원 모두 법안 처리에 '동의'를 표하면서 별다른 제동 없이 법안의 처리가 확정된 것. 

의협은 "리베이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소위 심사과정에서 법안처리에 이를 인용, 이의를 제기한 이는 없었다. 

의협이 공식 반대 의견을 냈던 의사 설명의무를 강화법, 진료거부 금지법 또한 유사한 과정을 거쳐 모두 법 개정을 위한 첫 관문인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의협이 반대의 뜻을 밝혔던 의원급 의료기관 비급여 정보공개 의무화는 무산됐지만, 이 또한 의협보다는 정부 설득이 주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의협 대국회채널 문제없나?...국회 내부서도 "영향력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의 대국회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통과 저지는 고사하고,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의협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비판.

국회 내부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을 입법했던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정부와 국회가 뜻을 모은 결과"라고 평했다.

입법 과정에서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법안의 성격상 발의되면 의협이나 의료계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은 했지만, 필요한 입법이라고 판단했다"며 "관련해 의협으로부터 따로 입장을 전달받거나, 면담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대국회 채널이 무너졌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복지위 관계자는 "19대에 비하면 의협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상호 신뢰관계가 전제돼야 협상이나 조정, 타협이 가능할텐데 지금의 의협을 보자면 기존의 경험들이 완전히 후퇴했다고 보여진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법안소위 결과를 보면 첫 모의고사에서 완전히 낙제점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며 "노력과 전략 모두 부재한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국회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의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의사회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향후 전체회의, 법사위 등 남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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