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과 간협 인력 공급의 시각 차이 커 ... 유휴 간호사 활용에서도 파열음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해결책을 두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간호사 숫자에서부터 두 기관은 차이를 보인다. 병협은 간호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급을 늘여야 한다는 반면, 간협은 병협의 주장대로 간호사 수를 증가시켰지만 이는 틀린 방안이었다는 게 증명됐다고 지적한다. 

병협은 활동간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간호사들 즉 유휴간호사를 모두 실제 인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간호사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간협은 그동안 정부와 병협이 간호사 공급 증가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간호사 인력 증가가 핵심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병협, "유휴간호사 실제 인력으로 보면 안 돼"

두 기관이 부딪히는 지점은 유휴간호사를 실제 가동인력으로 보느냐다. 

병협 측 한 관계자는 "정부와 간협은 간호사 면허자 수를 갖고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유휴간호사 10만~15만을 얘기하는 게 이게 허수일 수 있다"며 "유휴간호사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이 왜 임상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지도 명확하게 알아야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국민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간호서비스를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며 "서울이든 지방이든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진 출처 : 부산영도병원

현장에서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문제는 심각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때문에 간호사 연봉만 올려줄 수 없다"며 "대부분 중소병원 인건비 비율이 50% 이상이다. 유지 가능한 경영이 돼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말 '중소병원 경영지원 및 정책개발 사업 보고서'를 발표했다. 374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인력 조사를 했는데, 간호사직 인력난에 대해 심각하지 않다는 4.8%, 보통은 17.1%, 심각하다는 78.1%로 나타났다.

5점 만점(매우 심함)에 4.2점으로, 간호사직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관이 많았다.  간호사직 인력난은 상급종합병원, 학교법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에서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간협, 인력 공급 증가 더는 안 돼 

간협은 간호사 부족 문제를 공급문제로 해결하려는 병협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간협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정부는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간호학과 신설이나 입학정원 확대 등으로 풀어왔다"며 "우리나라 간호학과 수가 2006년 127개던 것이 2015년 203개로 증가했다. 면허자 수도 2006년 1만 137명이었는데 2016년 1만 7505명으로 무려 73%나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간호계 전문가들도 간호사 공급을 늘리는 것에는 반대한다. 

 

9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이건정 간호학과 교수는 "2014년 간호대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명 당 97.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간호사 면허소지자 숫자도 OECD 평균 12.8명보다 높은 18.40"이라며 "간호사 면허인력 급증하고 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2030년에는 활동간호사가 32만명을 넘어설 것이다. 간호대 정원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간협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의 전면 도입으로 2021년까지 6만5476명, 간호보조인력 49849명 등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은 갖고 있다고 했다.  

유휴간호사 수는?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인력 통계가 필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갖고 있는 활동간호사 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 
2014년 통계청이 집계한 지역별 고용조사와 지역별 의료인력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간호사 수는 32만 3041명이다. 이중 활동하는 간호사는 전체 66.2%에 해당하는 21만 4000여명이다. 이 수치대로라면 유휴간호사는 10만 여명이다. 

통계청과 복지부 통계 활동간호사 수 차이(2014년 기준)
  간호사 면허자 수 활동간호사 수  비율
통계청 32만 3041명 21만 4000명 66.2%
보건복지부 32만 3041명 14만 7997명 46%

2015년 보건복지부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4년 면허자 수는 통계청과 같다. 그런데 활동 간호사 수는 14만 7997명이다. 면허를 가진 사람 중 46%만이 활동하고 있고, 유휴간호사가 17만 5000여명이 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확한 활동간호사 수를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운영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중소병원, 간협이 손을 잡고 만든 것이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다. 전국 6개 권역센터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간호사 교육-상담-취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취업 상태인 유휴·이직간호사, 경력이 없는 신규간호사가 대상이다.  

2015년 20억, 올해 30억 예산이 지원됐다. 이중 유휴간호사 취업은 올해 8월 말 현재 524명이 취업을 했고 51명이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운영과 관련해 파열음이 들린다. 병협측은 신규간호사를 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병협 측은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는 원래 중소병원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신규간호사까지 교육하는 것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간협 측은 신규 취업자 중 33.5%가 이직을 한다. 특히 정규발령이 나기 전 이직이 발령 후보다 더 심각하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는 것은 중소병원 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요한 교육이라는 입장이다. 

문제 해결 묘수는? 
전문가들은 간호수가 확대로 간호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지불체계가 구축돼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중소병원은 큰 수술 등을 대체로 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건비는 병원 경영의 큰 걸림돌이 된다"며 "간호사 문제는 중소병원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간호사를 채용하면 병원이 비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간호사의 이직 방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게 간협측 주장이다. 또 복지부 내에 종합적으로 간호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 설치도 필요하다는 것. 
유휴간호사를 잘 활용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15년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간로사 경력단절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다수가 재취업을 원하지만 자녀양육(52.3%), 현장 적응 두려움(24.9%)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3교대, 야근근무 등이 재취업을 막는 이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협 측은 "중소병원에 간호사들이 근무하길 꺼리는 이유로 낮은 연봉만을 꼽는 것은 무리가 있다. 탄력근무 등 간호사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구성심병원 등이 탄력근무제를 운영하면서 인력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간호사들이 300병상 이하는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중소병원을 피한다. 따라서 병원협회나 간협이 나서서 경력인정 기준에 관한 표준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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