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척추염 병명 알기까지 39.9개월 소요
염증 조절이 일차적 이뤄져야

1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 엉덩이 혹은 허리통증 등의 초기증상으로 병의 시작을 알린다는 강직척추염. 특히 30대 '젊은 남성'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지면서 일명 '남자의 병'으로 불린다.강직척추염은 중장년층 발병률이 높은 류마티스관절염과 비교했을 때 병명을 알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대한류마티스학회가 10월 12일 발표한 전국 19개 대학병원서 류마티스내과에 내원하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진단지연 실태 결과를 보면, 병명을 알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9.9개월로 류마티스관절염이 23.27개월로 전체 질환 평균인 28.67개월보다 5.4개월 가까이 더 길었다.진단까지 3년 이상 걸린 환자(67명)에서 40세 이하의 젊은 환자가 약 절반인 49.3%에 가까웠다.질환의 주요 증상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탓일까?대한류마티스학회 최정윤 이사장(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강직척추염 환자는 진단에 소요되는 기간이 다른 류마티스 질환보다 평균 1년이 더 소요됐다. 다른 질환에 비해 통증을 그냥 참는 비율이 높았는데, 대처방식이 분명 잘못됐다"면서 "강직척추염은 만성염증성 질환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만큼, 질병을 빨리 진단하고 초기부터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엉치와 엉덩관절의 염증을 잡아라

최 이사장의 말처럼, 강직척추염을 무엇보다 빨리 진단하는 것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때문에 질환의 주요 특징을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엉치와 엉덩관절(천장관절) 염증이 강직척추염의 주요 특징이라는 점에 주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증 등을 포함한 강직척추염에 맞는 증상이 있고, X선 촬영에서 천장관절염 소견이 분명하면 일반적으로 강직척추염으로 진단한다는 것.

임상증상 대부분은 40세 이전 남자에서 허리 엉치, 허벅지 뒤쪽 통증과 뻣뻣함으로 나타난다. 아침에 일어날 때나 충분히 쉬고 있을 때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무릎이나 발목관절 등이 아프면서 붓는 증상이 첫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염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위 증상들을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하지만 초기 강직척추염이거나 증상이 미흡한 경우, X선 촬영에서 이상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MRI 촬영에서 엉치 엉덩관절 염증을 확인하거나 혈액검사에서 HLA-B27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해 진단하는 것을 권했다.

염증에서 시작하는 질환, 염증부터 잡자

강직척추염 환자에서 비약물적 치료와 함께 질환 진행이 염증에서 시작하는 만큼 염증 조절이 일차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환자들도 각각 복합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어 예를들면 △축성관절만 침범하거나 △말초관절을 같이 침범하거나 혹은 △관절 외 침범으로 포도막염이 오는 경우도 있어,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등을 비롯한 국내외 지침서는 환자 증상을 세밀하게 파악한 맞춤치료를 명시했다.

현재 강직척추염 약물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소염진통제) △항류마티스약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처방된다.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는 강직척추염 전문가 모임인 ASAS 그룹에서 제작하는 강직척추염 치료 지침서의 새로운 분류기준에 상기 약물 반응 여부가 포함될 정도로 염증성 요통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 Wanders A 교수팀이 강직척추염 환자 21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시험을 시행한 결과 강직척추염으로 인한 통증이 있을 때만 복용한 군보다 지속적으로 복용한 군이 골형성 진행이 낮아, 약물의 지속적이 투여가 질병 진행을 방지하는데 유효했다[Arthritis Rheum 2005;52:1756-65].

단 비활동성 환자에서 지속 투여에 따른 효능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염증성 장질환이 동반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처방을 자제하고, △콩팥기능 감소, △혈소판 기능 억제로 인한 출혈성 소인 증가, △심혈관계질환 악화 등도 주의해야하 한다.

그 다음으로 항류마티스약제를 살펴보면 △설파살라진(sulfasalazine)과 스테로이드(Steroid)가 가장 흔하게 처방됐다. 이 중 설파살라진(sulfasalazine)의 메타분석결과를 보면 염증성 요통 치료에 권장되는 약물은 아니지만, 말초관절염이 동반된 경우에만 처방하면 긍정적인 치료 반응을 얻을 수 있음이 명시됐다[Ann Rheum Dis 2011;70:896-904]. 반면 피부발진, 오심, 간기능 이상 등이 부작용으로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특히 강직척추염 환자 중에서도 무릎, 발목 등의 관절염을 동반했을 시 면역억제제와 병용 사용토록 권고됐다. 단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는 말초 관절염이나 통증이 있는 골부착염에 도움이 되지만 전신 스테로이드 투여는 금했다[Arthritis Rheum1984;27:361-8]. 면역억제제도 엉치 통증에는 효과가 없고 장기가 사용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증상 심하면 조기에 생물학적 제제 사용

마지막으로 '신상' 치료제로 효능 및 안전성 면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생물학적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법이다. 생물학적제제는 강직척추염 증상이 심한 환자가 내원했을 경우 초기 약물치료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했는데, 강직척주염에서는 종양괴사인자(TNF)라는 염증 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강직척추염에 사용하는 항TNF제제는 모두 주사약이라고 부연했다.

국내에는 △인플릭시맙(Infliximab) △타너셉트 (Etanercept) △아달리무맙(Adalimumab) 3가지가 있다. 다른 질환과 비교했을 때 강직척추염 증상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널리 사용되지만 약제별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heumatol Int 2009;29:1123-35].

2006년 ASAS 지침서에는 강직척추염으로 진단된 경우 3개월 동안 2종류 이상의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 치료에도 조절이 안될 때 사용을 권고했다. 반대로 2010년 개정내용에는 ASAS 축성 척추관절염 분류 기준도 포함했으며, 4주동안 2종류 이상의 비스테로이드항염증에 치료에도 질병 조절이 안될 때 사용하도록 조기치료를 강조했다.

하지만 약물 내성을 비롯한 주사부위 발적, 감기, 감염, 면역력 저하, 결핵을 포함한 감염의 위험성을 주의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척추의 강직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측은 "아직 생물학적제제 주사 치료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추가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지만, 장기적으로도 척추 강직을 예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전남의대 류마티스내과 김태종 교수도 "지난 수십년간 강직척추염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의한 증상 조절과 운동요법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적제제 등장으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대두됐다"면서 "조기진단을 통해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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