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질환의 높은 질병부담률은 이제 사회적 상식이 됐다. 2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 18세 이상에서 1년 내 1회 이상 정신건강질환을 경험한 비율은 16%로 2006년 대비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정신건강질환 경험자도 27.6%로 14.3% 증가했다. 특히 기분장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울증 유병률은 6.7%로 2006년과 비교했을 때 19.6% 증가한 수치다. 5년 단위로 시행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의 다음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계획이지만, 다른 방향에서 분석한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일관되게 환자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으로 치료율은 높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자료에서는 국내 성인 8명 중 1명은 우울증 증상을 경험하지만,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인원은 60만명으로 1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환자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잠재적으로 만성화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사회고령화’ 효과
여기에 사회 고령화는 정신건강질환 위험을 배가시키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고 75세 이상은 물론 85세 이상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령별 우울증 현황자료’에서는 노인 우울증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60대 우울증 환자는 2010년 9만 6700명에서 2014년 10만 900명으로 증가했고, 70대 우울증 환자는 7만 8200명에서 10만 7200명, 80대 이상에서는 2만 800명에서 3만 5500명으로 증가했다. 노인 우울증의 증가는 그대로 노인자살 문제로 이어진다. 2012년 통계청의 연령별 자살률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당 자살률이 10대 5.1명, 20대 19.5명인 반면 70대는 73.1명, 80대 104.5명이었다.

우울증, 국가차원에서 관리
국내 정신건강질환 관련 통계들은 국가단위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사회 고령화, 자살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국가적 접근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정신건강 종합대책’이 마련된 배경이기도 하다.

2016~2020년까지 시행되는 종합대책의 주요목표는 조기발견, 초기관리, 최대 수준의 회복 및 관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선별검사(screening)를 진행하고,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수가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선별검사는 영유아, 아동 및 청소년, 청장년, 노인 모든 환자에게 생애주기별 검진을 통해 시행한다. 치료에서도 본인부담률을 20%까지 낮추고 상담료 수가를 현실화해 심층적 상담치료에 무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임상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사회적 낙인 및 장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적 제도 개선, 인식개선 캠페인 등도 포함시켰다.

치매 관리정책 보완
치매도 사회 고령화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정신건강질환이다. 명확한 치료약물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관리·조기치료가 핵심전략으로 꼽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6~2020년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통해 폭넓은 검진과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제3차 계획은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예방 관리 ▲편안하고 안전한 치매환자 진단, 치료, 돌봄 ▲치매환자 가족의 부양부담 경감 ▲연구, 통계, 기술을 통한 지원을 주요목표로 한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더 넓은 범위의 환자들을 관리하면서 국내 치매 환자관리에 대한 근거를 쌓겠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일반인, 고령인구,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이들에 대한 검사비용을 지원한다. 또 경증치매 돌봄, 중증 치매 재가·시설돌봄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치매 연구, 통계연보 발간 등 관련 내역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치매 관련 현황 및 연구결과 등을 통합적으로 묶어 근거기반 치매관리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우울증 환자 평가 통한 관리전략 강조
정신건강질환 관리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임상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이 핵심이 된다. 조기검진의 목적은 조기치료다. 임상에서 관리하는 방향이 관건이 된다. 정신건강질환 관련 기관들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각 가이드라인들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적극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환자평가와 환자의 특징에 따른 치료전략의 선택이다.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올해 발표한 우울증 가이드라인을 통해 4단계로 구성된 관리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일반 성인에 대한 선별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임신·산후 여성과 함께 노인인구에 대한 선별검사를 권고했다. 선별검사를 통한 우울증 검진이 궁극적으로 임상적 혜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위험 대비 효과 평가한 약물·비약물요법
항우울제는 환자의 임상·사회적 특징에 따른 치료전략별 위험 대비 혜택, 약물 간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선택하도록 했다. 영국정신약물학회(BAP)는 우울증 가이드라인에서 “항우울제를 활용한 주요우울장애의 치료는 아웃컴 개선의 맥락에서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울증 중증도, 운동장애 여부, 약물순응도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NICE도 가이드라인에서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이 필요한 우울증 환자에게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투여하지만, 출혈위험을 높일 수 있어 노인환자에서 잠재적인 위장관출혈 및 응고작용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환자특성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환자상태에 따라 SSRI와 함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 삼환계항우울제, 단일 아미노 옥시다아제 억제제(MAOI), 벤라팍신, 미르타자핀 등을 적절히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치매 증후군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
치매 가이드라인에서도 환자평가가 우선된 관리단계로 제시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호주국립보건·의학연구위원회(NHMRC)는 치매를 임상적 증후군으로 정의하며 기억력, 사고, 행동 커뮤니케이션 등 일상생활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우울증, 사회적 고립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다분하다.

치매환자 평가는 인지기능 검사를 비롯해 혈액검사, 병력청취 등 다각도로 시행하고 가능한 경우 CT나 MRI 등 영상의학검사도 함께 시행한다. 아직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전략은 없지만,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3종류의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와 메만틴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제시하며 경증~중증 환자의 중증도와 약물반응에 따라 적용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동반된 경우 환자의 선호도, 기능 정도에 따라 적절한 중재방향을 설정하되 비약물요법을 우선 시행하고 SSRI, 삼환계항우울제 등 항우울 약물요법을 추가하도록 했다.

수면장애 관심 급증
수면장애 역시 정신건강질환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이 많다. 수면장애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주요한 문제로 간주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부터 다른 정신건강질환까지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불면증은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심질환,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및 약물남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자살위험 증가, 인지기능 감소와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DSM-Ⅴ에서 질환정의가 개정됐다는 점은 임상현장에서의 관심을 대변한다.

또 미국내과학회(ACP)는 최근 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임상에서의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하기도 했다. 불면증 치료에서 인지행동치료(CBT-I)는 약물요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CBT-I 관련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성인 환자에서 수면능률뿐만 아니라 수면 질 모두 개선됐다. 특히 노인환자에서도 유의한 수면능률과 수면 질 개선효과를 보였다. 약물요법이 필요한 경우는 벤조디아제핀 또는 비벤조디아제핀을 CBT-I와 병용해 단기간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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