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대비 효과 기반 항우울제 선택

주요우울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약물요법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영국정신약물학회(BAP)는 2015년 항우울제를 활용한 주요우울장애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08년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그간 발표된 근거들을 통해 임상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약물요법의 큰 원칙들을 정리했다.

우선 1차 의료기관에서 항우울제를 활용한 주요우울장애의 치료는 아웃컴 개선의 맥락에서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평가로는 추적관찰 주기, 우울증 중증도, 운동장애의 평가, 약물순응도 강화, 증상에 대한 표준 평가,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 전원 필요성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자살 위험도, 폭력성, 자해, 정신병증 관련 증상, 소아청소년의 주요우울장애가 있을 경우 전문가에게 전원하도록 했다.

진단, 검진, 의료기관
우선 주요우울증의 진단은 DSM-Ⅴ를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울증은 중증도와 우울증상의 유지기간에 따라 역하우울장애, 경증, 중등도, 중증 우울증으로 구분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았다. 단일 선별검사 도구로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통합적으로 우울증을 관리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군의 경우 선별검사 관련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울증 발현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찰과 함께 신뢰도가 높은 도구로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또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 대한 치료권유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경조증, 조증, 복합성 정신병증 증상은 우울증 진단 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급성기 치료
급성기 환자의 치료전략은 증상의 유병기간, 중등도,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해 결정한다. 중등도~중증 우울증 성인환자, 2년 이상 우울증이 지속된 경우 항우울제를 1차 치료전략을 투여한다. 이와 함께 경증 우울증이 단기간 발생했을 때, 중등도~중증의 재발한 우울증, 2~3개월 이상 지속된 우울증일 경우 항우울제를 고려할 수 있다.

단기간 역하우울증상의 성인 환자에게 항우울제는 1차 치료전략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관찰 후 우울증이 2~3개월 지속될 경우 또는 중등도~중증 우울증 재발병력이 있을 경우에는 고려한다.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투여할 수 없지만 다른 치료전략에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반응이 없을 때, 우울증이 중증으로 발전했을 때, 중등도~중증 우울증 재발병력이 있을 때 고려할 수 있다. 한편 구조적 추적관찰 및 증상에 대한 활성 관찰은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항우울제의 선택
환자의 장단기간 치료효과, 환자별 특정 인자, 약물의 안전성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하되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가장 근거가 확보된 1차 치료제로 꼽았다. 삼환계항우울제, 단일 아미노 옥시다아제 억제제(MAOI)는 일반적으로 1차 치료전략이 실패했을 때 고려할 수 있다.
중증 환자 또는 최대 효과가 필요할 경우 클로미프라민, 벤라팍신, 에시탈로프람, 서트랄린, 아미트립틴, 미르타자핀을 다른 항우울제보다 우선해서 투여한다. 정신병증성 우울증에는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 병용요법을 우선한다.

항우울제 선택에서 환자의 선호도, 특정 항우울제에 대한 반응, 이전 약물에 대한 내약성과 유해사건, 부작용 프로파일 등 기본적인 사항과 함께 과용에 대한 병력, 동반질환, 다른 항우울제와의 상호작용, 삼환계항우울제 및 MAOI의 치료반응에 대한 가족력, 비정형적 특징 등을 고려한다.

이와 함께 삼환계항우울제 등에 대한 잠재적 약물독성을 고려하고, 지속적으로 중증 또는 스트레스성 부작용에 대해서는 감량도 생각해야 한다. 또 저강도 항우울제 전환 시 부작용, 비약물요법에 의한 부작용, 불안, 분노, 불면증에 대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사용, 발기부전에 대한 실데나필 또는 타다라필, 성적 기능장애에 대한 부프로피온 사용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노인 환자에서 항우울제의 효과가 더 길게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 없을 경우
약물요법에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우선 우울증 환자의 중증도 및 위험도를 평가, 치료 내성 및 과거 치료력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용량 및 비순응도를 포함한 치료 적정정도를 평가한다.
저용량을 투여했을 경우에는 증량을 권고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처방하는데, 벤라팍신, 에시탈로프람, 삼환계항우울제가 관련 근거를 가지고 있다.

4주간 투여한 후에도 효과가 없어 다른 약물로 교체할 때는 잠재적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고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를 투여한다. 하나 이상의 SSRI 치료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우선 벤라팍신을 투여하고 클로미프라민, 에시탈로프람, 설트랄린, 아미트립틸린, 미르타자핀 등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부분적 혹은 전반적으로 항우울제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현재 내약성이 유지되거나 항우울제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퀘티아핀, 아리피프라졸, 리튬을 1차 치료전략으로 투여할 수 있고,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미르타자핀을 2차 치료전략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 외 추가전략으로 부프로피온, 부스피론, 라모트리진, 트립토판, 모다리닐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재발관리·치료중단
우울증 환자는 치료 6개월 내 재발 위험이 높다. 환자들의 재발 위험 파악을 위해 잔여증상, 이전 우울증상의 횟수, 중증도, 이환기간, 치료내성 등을 평가한다.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들은 급성 증상 치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리튬, 인지행동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심리 기반 인지치료도 추가적으로 시행했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인심리치료 단독요법은 권고하지 않았다.

약물중단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예방적 치료전략 후 항우울제 치료를 중단할 때도 재발 위험도를 고려해야 한다. 임상적 중증 유해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바로 중단하고, 장기간 치료 후에는 최소 4주간 치료 용량을 줄여 투여하면서 평가한다. SSRI나 SNRI를 투여한 환자에서는 증상이 사라지면 중단할 수 있는 플루옥세틴으로 전환한다.

급성 치료전략에서 항우울제 대체전략
비약물요법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가운데 근거, 환자의 특성, 치료 가능성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우선 정신행동치료의 가능 범위는 경증~중등도 우울증이다. 인지행동치료, 행동활성화요법, 대인정신치료 등이 여기에 해당되고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 대체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로 재발성 우울증일 경우 인지행동치료를 권장한다. 이에 비해 중증 우울증에는 정신 행동학적 단독요법은 권고하지 않는다. 단 추가적으로 인지행동치료, 행동활성화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는 항우울제보다 정신치료 효과가 더 크다. 문제해결치료는 기능이상이 있는 일부 환자에서 적합하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에서는 최초 보조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인지행동치료 또는 대인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의 병용은 청소년 환자의 1차 치료전략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별도 고려사항
항우울제 치료 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는 연령과 동반질환을 꼽았다. 연령으로 분류했을 때 소아청소년의 경우 자해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 또 성인 대비 항우울제에 대한 위약 효과가 차이가 날 수 있어 궁극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다를 수 있다. 노인 환자에서는 내약성이 감소돼 있을 수 있고, 동반질환 동반율이 높아 우울증 재발위험이 높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노인 환자에 대한 근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동반질환의 중증도 및 통증 증가는 항우울제 치료반응의 감소 및 재발 위험도로 이어진다. 또 다양한 약물복용에서 잠재적인 약물 간 상호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역으로 항우울제 선택으로 인한 동반질환 악화 및 유해사건도 고려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위험, 심부전, 부정맥 위험도가 높을 경우 삼환계 항우울제 처방을 피한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에서는 심장관련 사건 위험도를 높이지 않을 약물을 투여한다. 이에 대해서는 SSRI, 미르타자핀, 부프로피온이 확고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혈장애가 동반된 환자들에게는 강력한 SSRI를 선택한다.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비-SSRI의 항우울제나 궤양 예방약물과 병용해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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