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 대한소아외과학회 회장... "중증외상센터에 소아외과전문의 필수인력 포함돼야"

▲ 홍정 대한소아외과학회 회장

최근 발생한 소아중증외상 환자 사망으로 인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아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스템과 인력 등 정부의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소아외과 전문의는 573명뿐이다. 이 중 활동하는 의사 수는 45(이중 정회원 32명)명에 불과하다. 소아외과전문의가 근무하지 않는 병원에서 소아외상 환자는 성인외과 전문의로부터 치료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소아외과학회 홍정 회장(아주대병원 소아외과)을 만나 우리나라 소아외과의 현주소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대한소아외과학회에 등록된 정회원은 63명이다. 이중 전문의가 43명이고 활동하는 의사가 32명이다. 32명의 평균 연령대는 50대다. 소아외과학회는 준회원에서 수술실적 등 여러 가지 자격 기준에 따라 정회원이 된다. 최근 자격 기준을 다소 낮췄음에도 지원하는 사람이 적어 걱정이다.

현재 소아외상 전문의 32명이 전국을 커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마저도 서울 빅5 병원에 편중돼 있다. 32명 중 무려 13명이나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이외에는 대구 5명, 부산 2명, 광주 2명, 인천 1명, 수원 1명 등으로 소아외과 전문의 혼자 한 지역을 맡고 있는 형태다.

- 소아외과 전문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공의들이 개원하기 좋은 곳으로 몰리는 현상과 같은 선상에 있는 문제다.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 자체가 적으니까 소아외상은 더욱 지원자 수가 모자란다. 우리 병원도 나와 펠로우 한명 뿐이다. 펠로우가 수련을 마친 후 소아외과를 지원할지 안 할지 모를 일이다. 나도 정년을 몇 년 앞둔 상태다. 그 이후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병원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게 되는 것이다.

- 소아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는 어린이병원이 겪는 어려움과 같은 맥락인 듯하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성의 출산율 감소에 대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건강한 아이들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어린이병원을 따로 짓고 여기에 외상센터를 같이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이 어린이병원을 운영하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병원들조차도 독립된 어린이병원을 건축하기 보다는 기존 건물을 이용한 센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소아외과는 성인 외과와 비교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진료과는 병원 내에서 발언권이 약하다. 어린이병원은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외과 등은 경영진에 뭔가를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다.

-최근 소아중증외상환자가 수술할 곳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응급실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면 좋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응급실이든 권역외상센터든 소아환자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소아외과 전문의에게 연락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응급의학과 지원이 뚝 떨어졌을 때가 있었다. 정부가 지원을 대대적으로 하면서 응급의학과는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하는 진료과가 됐다. 소아외과도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이 소아외과를 지원해 과정을 마친 후에도 전공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우리 학회는 소아를 질병으로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라고 생각하며, 이는 최근의 출산율이 감소한 상태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에게 최상의 진료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아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소아외과 전문의에 지원하도록 하려면? 

권역외상센터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필수인력으로 포함돼야 하고, 신생아중환자실에 소아외과 의사가 전담의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신생아 중 기형아와 미숙아들이 점차 증가하여, 이들에 대한 수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술은 특히 난이도가 높으며, 반드시 소아외과 전문의의 손길이 필요하다. 또 보건복지부가 한국의 소아 외과적 치료를 맡고 있는 소아외과 의사들의 입장과 현실을 배려하여 소아 환자 수술적 치료에 관한 난이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는 소아환자를 소아외과 전문의가 수술하건, 일반외과 의사가 수술 하건 동일한 보험적용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같은 수술을 하면 능숙해져 수술 시간이 짧아지는데 이런 점들을 난이도도 낮아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난이도가 낮은 수술이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