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지질·혈당관리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극대화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는 혈관질환 관련 성명을 통해 “고령인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조절을 통해 심뇌혈관질환은 물론 혈관성 치매까지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관의 노화로 인한 구조·기능적 장애가 심혈관질환이나 혈관성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 치명적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고령인구에서 심혈관 위험인자의 적절한 관리가 절실하다.

노인 당뇨병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Korean Diabetes Fact Sheet in 2015’를 보면, 2013년 현재 현재 만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8.0%에 해당한다. 하지만 7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유병률이 21.5%로 5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다중이환·다제약물요법·노인증후군
노인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가운데 혈당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중이환(multimorbidity), 다제약물요법(polypharmacy),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으로 대변되는 고령 당뇨병 환자의 유병특성으로 인해 혈당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노인병학회(AGS)는 지난 2013년 발표된 ‘노인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뇨병 고령 환자들의 조기사망,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위험이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고연령대의 당뇨병 환자들이 열악한 신체기능 및 삶의 질, 장애, 허약(frailty) 등 신체적 결함과 함께 고혈압, 지질이상, 근골격계 기능장애, 신장기능장애 등 다수의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고혈당 하나만 보고 접근해서는 치료목표에 근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다중이환의 경우 하나의 증상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환자의 다른 질환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각각의 치료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다중 동반질환으로 인해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개수도 증가한다. 이 다제약물 투여의 문제도 노인 환자에서는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요인이다. 김광일 교수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 노인성 질환과 노화에 대해 약동학적 약물상호작용이 발생해 이상반응이 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노인 당뇨병 환자들도 다제약물요법으로 인한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혈당증 위험
이러한 유병특성으로 인해 노인 당뇨병 환자들은 저혈당증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 환자에서 자율신경계의 부조화, 영양부실, 알코올 의존성, 다제약물의 복용, 신장과 간기능의 약화, 미세혈관합병증 위험 등으로 인해 저혈당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한다.

특히 노인에서 저혈당증이 생겨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며 과도한 혈당조절은 저혈당증을 유발해 심혈관합병증 및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일반적인 혈당 목표치를 A1C 7% 미만으로 권고하는 동시에, 노인 환자의 경우 임상특성을 기반으로 치료의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개별화되고 유동적이며 완화된 목표치를 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치료에 있어 유효성의 혜택과 함께 안전성이 핵심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노인 고혈압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11년 ‘노인 고혈압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노인 고혈압의 유병률은 높은 데 반해 혈압조절률은 낮아 합병증과 사망위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의료·사회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남성 64%와 여성 78%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Framingham Heart Study에서는 55세 때 정상혈압이었던 사람 중 90%에서 이후 고혈압이 발생했다. 문제는 높은 유병률에 반해 혈압을 목표치 미만으로 낮추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상대적으로 신통치 않다는 데 있다. ACC·AHA 성명에 따르면, 노인 인구에서 중년에 비해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높은 반면 조절률은 떨어진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에서는 조절률이 30%대에 머문다. 노인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고혈압의 위험은 잘 인지하고 있으나 혈압은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80세 이상 혈압목표
수축기 140~145mmHg도 무난

성명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가 140/90mmHg 미만이라는 것을 재확인, 65~79세 연령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고령 연령대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전략을 지지했다. 성명은 “수축기혈압의 경우 80세 이상 연령대에서도 65~79세 환자들과 같은 목표치(140mmHg 미만)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다”며 “이들에게는 140~145mmHg의 목표치도 용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인 고혈압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상승하는 데 반해 이완기혈압은 정상이거나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혈압조절 시 저혈압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항고혈압제 2제병용
항고혈압제 초치료는 최저용량으로 시작해 혈압조절 여부에 따라 최대 내약용량까지 점진적으로 증량할 것을 주문했다. 약물반응이 충분치 않을 시에는 최대 내약용량까지 가기 전이라도 첫치료 약제에 다른 기전의 항고혈압제를 추가토록 했다. 한편 성명은 대부분의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2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 치료가 요구된다며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혈압이 목표치보다 20/10mmHg 정도 높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2제병용이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제선택, 효과·환자특성·비용까지 고려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약물요법은 140~159/90~99mmHg의 1단계 고혈압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모두 혈압강하 및 심혈관사건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언급했다. 약제 선택 시에는 “효과, 내약성, 동반질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베타차단제나 ACEI로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이상지질혈증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 제목의 이상지질혈증 역학 데이터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2013년도에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이상지질혈증의 현황을 분석한 통계자료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우리나라 인구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과 이환특성이다. LDL 콜레스테롤(LDL), 중성지방(TG), HDL 콜레스테롤(HDL)이 모두 관여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유병률을 급격히 끌어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LDL·TG·HDL 총괄하면 유병률 50%대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에서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47.8%로 2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 연령별로 보면 30~39세 34.4%, 40~49세 43.5%, 50~59세 55.4%, 60~69세 58.8%, 70세 이상 58.9%로 50에 이상 인구에서는 2명 중 1명이 반드시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

지질이상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점으로 투영되면서 병태·생리학적 이해의 진보가 이뤄졌다. 때문에 지질동맥경화학회 역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2015 제3판에 의거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및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로 이상지질혈증을 정의했다.

이 정의를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가 최근 12년 정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세 가지 경우의 조건을 하나라도 만족시키는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60%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