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약보다 인지행동치료 우선

수면장애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심혈관질환부터 정신건강질환까지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내과학회(ACP)가 만성 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Ann Intern Med. 2016;165:125-133).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불면증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분석했고, 특히 55세 이상 고령 환자에 대한 최신 연구도 대상으로 했다. 또 체계적 문헌고찰 과정에서 치료반응에 대한 설문조사, 환자보고, 중간에 평가한 수면결과 등도 반영해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와 약물치료 효과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

한편 불면증의 정의는 미국정신의학회(APA) 정신건강질환과 통계편람 5판(DSM-Ⅴ)을 따랐다. 만성 불면증은 다른 정신건강질환, 의학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불면증이 세 달 이상 일주일에 최소 3회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했다. 대부분 불면증은 유발사건이 사라지면 없어지지만 잘못된 수면 습관, 수면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등으로 인해 불면증이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착안해 ACP는 “불면증 치료와 함께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궁극적으로 수면장애로 동반되는 고통을 완화해야 한다”고 치료 목표를 제시했다.

CBT-I, 약물요법보다 우선 권고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안전성과 상대적 효율성 등을 평가해 약물요법보단 CBT-I를 우선 권고했다(권고등급: 강함, 근거수준: 중등). 수면장애 치료의 첫 단계는 일반적으로 행동·환경의 개선인데 CBT-I는 수면제한, 자극조절 치료, 이완훈련, 수면위생법 교육과 같은 인지행동 요소들이 포함된 치료전략으로 우선 권고한 것이다.

CBT-I 관련 연구들을 종합분석한 결과 모든 성인 환자에서 수면 능률뿐만 아니라 수면 질 모두 개선됐다. 구체적으로 증상 완화를 의미하는 관해율과 치료 반응률이 좋았고, 불면증지수(ISI)와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 점수가 감소했다. 또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인 수면잠복기와 수면 후 깨는 증상이 줄었다.

노인환자서도 효과 뚜렷
특히 만성 불면증 성인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문제와 낙상 위험이 있는 노인환자에서도 CBT-I 효과가 뚜렷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근거를 대거 반영했는데, 연구들에서 CBT-I는 노인환자에서도 유의한 수면능률과 수면 질 개선효과를 보였다(평균 ISI 점수 변화와 PSQI 점수 개선, 근거수준: 중등). 비록 근거수준은 낮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수면잠복기도 줄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병용요법을 두고 언급한 부분인데 여러 가지 행동치료를 받으면 수면잠복기를 줄일 수 있고(근거수준: 중등), 잠든 후 깨는 증상 또한 개선시킬 수 있다(근거수준: 낮음)고 부연했다.

CBT-I도 병용요법 필요
결국 CBT-I는 약물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아 만성 불면증 1차치료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권고를 통해 모든 성인에 적용할 수 있는 행동요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환자마다 불면증 양상이 상이하고 적합한 치료 또한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치료만 선택해 접근하기보다는 여러 방법들을 병용하면서 다면적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분석 결과 CBT-I 중 자극조절 치료만 시행할 경우 수면잠복기가 감소하고 총 수면시간이 늘었고(근거수준: 낮음), 수면제한 또는 이완훈련만 받은 경우는 치료효과를 확인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정리했다.

노인환자 관련 권고사항에서도 자극조절 치료만 받은 경우는 총 수면시간이 증가했지만(근거수준: 낮음), 성인 환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면제한 또는 이완훈련만 받은 경우는 치료효과를 확인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정리해 사실상 권고하지 않았다. CBT-I도 다양한 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CBT-I만으로 어렵다면 약물요법
약물요법은 CBT-I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권고등급: 약함, 근거수준: 낮음). 다만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들이 만성 불면증 환자에서 장기간 약물요법의 장단점을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약 한 달 정도의 치료만 승인했고 치료기간을 늘릴 수 없다고 강조, 단기간 약물요법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추가적으로 의료진은 환자에게 약물요법의 장단점과 단기간 치료만 가능하다는 점 등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와 논의해 약물 추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불면증 치료 약물은 크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과 비벤조디아제핀(non-benzodiazepine) 계열로 나눠 권고했다. 단 벤조디아제핀 계열 중 트리아졸람(triazolam), 에스타졸람(estazolam), 테마제팜(temazepam) 등은 불면증 치료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부연하며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의 단기간 치료를 권고했다.

약물로 수면잠복기 줄이고 수면시간 연장

 

실질적으로 CBT-I와 병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에스조피클론(eszopiclone), 졸피뎀(zolpidem), 독세핀(doxepin), 수보렉산트(suvorexant)를 우선 권고했다. 노인환자에게는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라멜테온(ramelteon)도 고려할 수 있다.

약물별 효과에 대해서도 별도로 기술했는데 에스조피클론은 모든 환자에서 수면잠복기를 줄일 수 있고 총 수면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정리했다(근거수준: 중등). 뿐만 아니라 관해율과 ISI 점수를 개선시키고, 잠든 후 깨는 증상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근거수준: 낮음).
졸피뎀은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수면잠복기와 총 수면시간이 개선된다고 평가했고(근거수준: 중등), 졸피뎀 서방정 또는 졸피뎀 설하정도 수면잠복기를 줄일 수 있다고 기술했다(근거수준: 낮음).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 수보렉산트는 치료 반응률과 총 수면시간이 증가하고, 평균 ISI 점수 변화와 수면잠복기,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감소한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중등도 근거수준으로 사실상 기존약물보다 신약에 무게를 두고 권고했다고 볼 수 있다.

항우울제인 독세핀은 3mg, 6mg 모두 총 수면시간과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개선된 효과가 나타난다고 평가했으며(근거수준: 낮음), 잘레플론(zaleplon)과 라멜테온에서는 불면증 치료효과가 보이지 않았다며 권고하지 않았다<표 1>.

하지만 고령 환자에 국한할 경우 라멜테온 치료 시 수면잠복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고령에서 특화될 수 있는 약물임을 시사했다(근거수준: 낮음).

이 밖에 에스조피클론 치료 시 관해율과 총 수면시간이 증가하고, ISI 점수와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감소한다고 평가했다(근거수준: 낮음). 졸피뎀 또는 독세핀을 복용하면 수면잠복기가 줄고, 특히 독세핀 복용 시 평균 ISI 점수 변화와 총 수면시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근거수준: 중등)<표 2>.

                              
소아청소년의 적정 수면시간은?
미국수면학회 관련 성명서 발표…교육계·의료계 인지도 개선 강조

수면장애 문제는 소아청소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질병관리본부가 청소년건강행태에 대해 온라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적을수록 음주율, 비만율, 우울감이나 자살 생각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2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50개 중고등학교에서 무작위 선정된 청소년 2만 639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면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학생의 66.6%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주간졸림지수나 우울지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수면학회(AASM)는 6월 11~15일 진행한 연례학술대회(SLEEP 2016)에서 소아청소년의 적정 수면시간에 대한 전문가 합의 성명서(consensus statement)를 발표했다. 관련 주제로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은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는데 AASM은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증진함과 동시에 수면부족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위원회는 소아청소년의 수면시간과 건강에 대해 평가한 864건의 근거 연구를 검토했다. 이를 기반으로 학회는 연령별 적정수면시간을 권고했다. 권고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면을 취할 경우 건강 관련 아웃컴에 영향을 미쳤는데 여기에는 집중력, 행동, 교육, 기억력, 감정조절, 삶의 질, 정신건강 등이 포함됐다.

 

권고시간보다 적은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 기간이 지속될수록 집중력, 행동, 교육에 관련된 위험도가 높아졌다. 수면부족은 사건·사고, 부상 등의 발생률과 연관성이 있었고 고혈압, 비만, 당뇨병, 우울증 위험도 높였다. 특히 청소년에서의 수면부족은 자해, 자살충동, 자살시도와도 연관성을 보여 이에 대한 주의가 강조됐다. 역으로 권고시간보다 많이 잘 경우에도 고혈압, 당뇨병, 비만, 정신건강질환 등의 위험도가 높아졌다.

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교육을 받고 있는 소아청소년은 물론 가족, 학교 관계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폭넓은 인지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한편 AASM은 “개별적인 수면의 변동성은 유전자적 영향, 행동학적·의학적·환경적 인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수면의생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수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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