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전 부연구위원 주장 HIRA 정책동향서 밝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라뽀 형성은 물론 치료적 기능도 갖고 있는 ‘진찰’의 시간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지불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조정실 김교현 전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HIRA 정책동향‘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김 부연구위원이 제안한 새로운 지불제도의 모형은 ‘시간정액제’다. 시간정액제는 진찰 및 상담 중심의 진찰료 수가모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외래에서 진찰의 기능은 단순히 신속한 정보취득과 빠른 의사결정이 아닌 환자와 의사 사이의 치료적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이자 치료적 기능도 갖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진찰시간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정액모형이 신규 진찰료 수가모형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정액제를 제안한 데는 진찰에 대한 적절한 보상, 진찰의 최소한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대안적인 진찰료 수가모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진찰시간은 평균 진찰시간의 절반 이하였고,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진찰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는 빈도도 평균보다 낮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미국, 호주와 우리나라의 외래진찰 횟수 및 진찰시간 등을 조사한 결과, 일차의료의사의 진찰시간은 진료시간의 100%를 진찰에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8.5분에 불과했다.

이는 독일 9.1분, 프랑스 22.2분, 미국 22.5분, 호주 17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아울러 일차의료의사가 진찰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는 빈도 역시 71점으로, 독일 92점, 프랑스 94점, 미국 86점, 호주 91점에 비해 낮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는 충분한 진찰시간이 보장되는 진찰료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울러 진찰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안된 시간정액제 모형은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긴 진찰시간을 제공한 경우, 일정시간 정액 진찰료만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환자에게 15분 또는 20분의 진찰을 했다면 그에 따른 정액수가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수가수준은 시간정액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진료비 수익과 기존 진찰료 제도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수익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시간정액제 모형에서 환자 1명을 10분 동안 진찰한 수가수준을 기존 진찰료 제도에서 환자 2명을 각각 5분간 진찰한 수가만큼 보상한다는 의미다.

이에 김 부연구위원은 시간정액제 모형의 기준 진찰시간을 15분으로 결정하는 경우 진찰료 수가수준은 2만 5875~3만 8895원으로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시간정액제 모형의 비용과 질관리를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우선 시간정액제 모형의 본인부담금은 현행 기본 진찰료 수준 이상의 진찰료에 대해서만 본인부담률을 5% 또는 10% 경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진찰료의 본인부담률이 기존 체계와 동일하다면 환자 입장에서 제도에 접근하는데 제한이 있어 수가 모형을 정착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면 본인부담금을 없앨 경우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제도와 관련한 비용을 인식하지 못하기에 효율적인 진찰서비스 제공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정액제 모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려면 청구기준으로 의무기록에 ▲진찰시간 기재 ▲진찰과 진찰외 행위가 동시에 수반되는 경우 행위별 진료시간 기재 ▲의미기록 표본검사 ▲비급여 연계 시 신규 진찰료 청구 제한 ▲일 진찰료 횟수 관리 ▲진찰관련 행위 또는 가산 제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시간정액제 모형의 질 평가를 위해서는 고혈압 투약 지속성 평가와 같은 질병 특이적 평가보다 질병 비특이적 평가를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각종 시술과 검사에서 진료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자와는 차별되는 진찰료 수가를 제시하려 했다”며 “시술 및 검사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입원서비스 중심의 경우에는 시간정액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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