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

▲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연구부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금까지 연구로 끝난 연구가 너무 많았다. 일부 연구자는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했고, 정부도 연구를 위한 연구에 투자한 후 결과에는 관심 없는 행동을 취해왔다. 이제 이런 연구는 그만해야 한다. 연구가 결과물을 낳을 수 있어야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산업과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가 그 역할의 중심에 설 것이다. 미국의 실로콘밸리처럼 아이디어와 연구자들이 모이고 이것이 연구로 이어져 상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의 말이다. 헬스케어혁신파크는 국내 최초로 병원이 주도하고 산·학·연·병원·지자체가 연계된 헬스케어 융·복합 연구단으로 올해 4월 27일 개원해 주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성남시와 분당구을 국회의원 등과 '헬스케어 융·복합 클러스터'구축을 위한 상호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기대와 걱정도 크다고 했다. 

- 헬스케어 혁신 파크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LH공사가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이미 7~8년 전이다. 병원 내부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가 발전하려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우세했고, 우리가 선구적 역할을 하려면 새로운 차원의 연구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목소리가 컸다. 미국의 실리콘벨리처럼 창의적 아이디어가 연구로 이어지고 또 미래의료를 개척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우리나라에도 미래가 있다.  

- 헬스케어 혁신 파크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이 될 있다고 믿는지?
정부와 기업 그리고 병원 등이 기존의 연구틀에서 벗어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헬스케어혁신파크가 들어선 위치가 매우 좋다. 반경 60km에 헬스케어연구소와 회사 등이 100개가 넘는다. 병원과의 근접성이 좋은 것 이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인프라와 의료진 멘토링 시스템도 뛰어난다.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헬스케어혁신파크에는 성남산업진흥재단, 마크로젠이나 에이티젠, 한국줄기세포뱅크, 일동제약 등 20개가 넘는 기업들이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입주해 있다. 다른 기업들도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헬스케어의 어떤 분야들이 중점적으로 연구되나? 
헬스케어 ICT, 유전체의학, 재생의학 분야, 의료기기 분야, 나노의학 등을 꼽을 수 있다.  
병원-기업 상시연계형 R&D 플랫폼 및 의료기기 기술개발, N-device 활용 Ubiquitous Smart Hospital 구현, 클라우드 기반 데스크탑 가상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ICT 기술을 이끌고 있다. 이를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바이오 산업 및 차세대 의료서비스를 통한 신성장 동력인 유전체의학분야 연구와 2018년 320억달러로 2009년 69억달러 대비 약 4.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재생의학에도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외에도 의료기기와 나노의학도 연구가 한창이다.  

▲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연구부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의생명연구원장이면서 연구부원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다. 임기 동안 포부가 있다면? 
헬스케어혁신센터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내 임기 동안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기초를 다지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직원 식당을 카페테리아처럼 새롭게 만들고 있다. 11월에 오픈한다.  단순하게 식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언제라도 쉽게 어울리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것이다. 얘기를 나누다 그 자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 내년까지 센터 내에 동물실험실이 만들어진다. 전임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임상이 어려운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다.  

-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장에는 좋은 연구와 아이디어가 많고, 실제 관심을 갖는 기업도 많다. 그런데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정부도 연구를 위한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정부도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한다.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에게 새 삶을 찾아주는 일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로 21년째를 맞는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시작하면서 환자 몇 명을 수술해주고 오는 게 아니라 그 나라 의사들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속하게 됐고, 환자수술 이외에도 교육이나 수술 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봉사활동을 갈 때 의사나 간호사 등을 함께 가도록 해 준 병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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